'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128건

  1. Lucid Interval 2 2009.06.09
  2. Side Street 2 2009.06.09
  3. Coming Home 4 2009.06.08
  4. Attachment 2 2009.06.07
  5. Stay Away 6 2009.06.07
  6. Object in Waiting 4 2009.06.06
  7. Metropolis 2 2009.06.06
  8. Scribbling 2 2009.06.05
  9. False Belief 8 2009.06.04
  10. Do not leave me 2009.06.01
  11. Les Miserables 4 2009.05.31
  12. Rorschach Test 2009.05.28
  13. A Lecture Room 2 2009.05.26
  14. Responsibility 2 2009.05.19
  15. Reset, Resettable, Resetting 2009.05.19
  16. Transmigration 2009.05.17
  17. Selfobject 2 2009.05.17
  18. Affair 2009.05.15
  19. Working through 2009.05.15
  20. Underworld 2009.05.15
  21. You, too. 2009.05.14
  22. You 2009.05.14
  23. 밀양댐 2009.05.13
  24. Summer Night 2009.05.13
  25. Individuation 2009.05.13
  26. 기대 2009.05.03
  27. 기억2 2009.05.01
  28. 환타지 2009.05.01
  29. 그런 말 2009.05.01
  30. 연민 2009.04.24

Lucid Interval

from 글쓰기 2009. 6. 9. 01:40

그날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너는 그런 내게 엑스터시를 두 알이나 억지로 먹이고, 레이저 불빛이 쏟아지는 클럽으로 밀어 넣었어, 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퀸이었고, 밖을 나오려고 하자 서로들 나와 팔짱을 끼려고 야단이었어, 너는 그런 나를 이끌고, 조금 걸어, 라고 하며 어느 공원으로 데리고 갔어, 술과 엑스터시와 레이저 불빛이 만나면 몸은 바싹 긴장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나, 하는 생각에 욕정만이 살아나,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 나는 양팔을 벌리고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하늘을 보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그러다 알게 되었어, 엑스터시를 먹고 가로수를 보면, 그 가로수는 모자이크처럼 되어 버린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핸드백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어 렌즈 캡을 떼어내고 뷰파인더로 저 가로수를 보았어, 그 바람에 핸드백이 떨어져서 아끼던 손거울이 깨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저걸 찍으려고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 뭐해? 네가 말했고, 나는, 가만히 있어 봐, 오늘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라고 하며 셔터를 눌렀어, 그러자 네 비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쉽고 가볍고 싸구려야, 기억나는 건 내 옆에 남자들이 줄지어 있고, 네 벗은 몸뚱이로 내 허리를 조르는 모습이야.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엑스터시를 하고 울면 건강에 나빠, 라고 네가 말했지만,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어서 당신이 나타나서 이런 나를 잘못했다고 벌주고, 구해주기만을 바라면서 말이야.
 

,

Side Street

from 글쓰기 2009. 6. 9. 00:02

  저 불을 꺼 줘, 나는 이제 저기 살지 않아, 저 곳에 서지 않고, 벽에 하이힐과 스커트와 핸드백을 기대고 서 있지도 않아, 이제 그만 저 불을 꺼 줘, 내 기다림과 함께 저기 스위치를 내려 줘. 
  어느 날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만나지 않는다면 사랑은 없고 그리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남은 늘 그렇듯 내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온오프가 될 뿐이다. 저기 서 있으면 당신이 귀가하는 것이 보인다.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나는 당신이 나를 발견하길 바라며, 다음 골목에 숨는다. 그러면 철제 대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당신이 사라진다. 나는 골목과 철제 대문과 당신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고 무겁게 발걸음을 돌린다. 당신 때문에, 나 이만큼 힘들어, 라고 말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그만 끊는다. 당신이 발신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오면 나는 손 안에 느껴지는 핸드폰의 진동과 반짝이는 LCD 창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못한다. 친구는 이런 바보짓을 그만 두라고 말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고 말한다. 나는 술을 마시고 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끝없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든 당신이 내가 이만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좋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불이 꺼지는 것을 본다. 저기 멀리서 친구가 달려와 등을 깨어 버린다. 어둠 속에서 친구와 나는 입을 맞추고, 친구는, 이제 그만해, 너 힘들어 하는 거 더 이상 못 보겠어, 라고 말하고, 내 손을 잡아끈다. 그러다가 당신이 저 골목길로 들어와, 내게 말한다, 여기서 뭐해? 들어와, 나는 친구의 손을 놓고 당신을 따라 어둠 속의 골목을 벗어나 당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당신에게 버림받고 또 다른 남자친구에게 구원을 받는다.


,

Coming Home

from 글쓰기 2009. 6. 8. 00:39


    내가 살던 시골은 학교를 가기 위해 30분 가량을 걸어서, 산을 내려 간 다음, 하루에 2번 밖에는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겨울이 되면 날이 빨리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앞이 보이지 않기 일쑤였지만, 그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섭다거나,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불안감이 없었다. 그 때는 뭐든지 분명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그 자리에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이불과 '어서 와, 학교에서는 무슨 일 없었어?' 라고 물어보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 때는 지금과 달리 모든 것이 분명했다. 가끔 집으로 갈 때면 저 징검다리를 건넌다.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도망쳤을 때에도 건넜던 것은 저 징검다리였고, 명절에 선물을 가득 들고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당신과 최악의 연애를 한 후에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그리고 징검다리의 가운데쯤 앉아 면사무소에서 빌려온 책을 읽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저 징검다리를 건널 때의 '내'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 집이 없어졌지만 겨울이 되면 나는 저 징검다리로 간다. 해가 갈수록 징검다리에는 인적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 자리에 가면 책가방을 메고 집으로 뛰어가는 작은 꼬마 여자애를 본다. '학교 갔다 왔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그 여자아이를 본다, '나'를 본다.



,

Attachment

from 글쓰기 2009. 6. 7. 18:51


빛이 부족한 날, 저 꽃들이 빛이 되어 주길 바랐어, 당신은, 내가 말했잖아, 보라색 원피스는 입지 말라고 말이야, 라고, 내게, 말하고, 그건 왜 그래요? 라고 내가 물으면, 사람들이 모두 너만 쳐다보잖아, 라고 말했어, 아, 나를 많이 사랑하나 봐요? 라고 내가 말하면, 너 같으면 좋겠어? 라고 했어. 당신은 좀처럼 나를 믿지 않았고, 내가 어디를 가나 확인을 하고 (나를 많이 생각해서, 나를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당신의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빚을 내어 가면서 값비싼 옷이며 자동차를 사고 그랬어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다른 남자와 있는 나를 견디지 못하고, 반복처럼, 저 녀석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행동 조심하고 다녀, 라고 당신이 말하고, 잠자리가 끝나면, 버릇처럼, 나 어땠어? 라고 묻고, 나는, 최고였어요, 라는 거짓말을 했어, 그러면 너 거짓말 하는 거지? 라고 당신이 말하고, 너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은 어떤 녀석들이야, 하는 것을 밤이 새도록 내게 묻고, 너 지금 다른 남자 만나고 있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어, 나는 점점 숨이 막혀왔지만, 아, 나를 많이 사랑하나봐, 그래서 그런가 봐, 라고 생각하면서 당신을 견뎌내었어. 그러다 어느 날은 바보처럼 내 품에서 하염없이 울면서, 미안해, 내가 못나서, 너에게 잘해준 것도 없고 정말 미안해, 라고 당신이 그래서, 이건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당신을 견뎌내었어, 당신이 나의 외출을 금지시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너는 내꺼야, 라고 하며 내 몸에 당신의 표식을 남기고, 나를 집에 가둔 채 문을 잠그고,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내 홈페이지를 폐쇄시키고, 급기야, 당신이 나에게 싫증이 났다며 다른 여자를 만나는 동안에도 (나는 어린 새처럼 집과 모텔과 호텔에 감금되어 있었어), 사랑은 이렇게 힘든 걸까, 라고 생각하며 견뎌내었어  _ 이제 당신은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어, 당신 탓에 헤어진 이후로 정상적인 관계의 사랑을 하지 못해,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당신은 나를 소유해 버렸나 봐 _ 오늘 길을 걷다가 저 꽃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

Stay Away

from 글쓰기 2009. 6. 7. 18:12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었어, 당신이, 내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당신이 가는 것을 잡을 수가 없었어, 그래, 이 사랑의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할게, 그리워하는 것도 마음 아파하는 것도, 당신의 행복을 비는 것도, 비록 당신이 먼저 시작했다고 해도 이 끝은 내가 맺도록 할게.
  마치 저 하늘처럼, 안개낀 하늘처럼, 구름에 가려 있는 태양처럼, 뜨거워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사랑의 끝은 내가 맺도록 허락해 줘.
  J 의 일기장이 내게 우편으로 전달된다. 이런 따위의 내용들뿐이다.


,

Object in Waiting

from 글쓰기 2009. 6. 6. 13:26

바로 저 자리였던 거 같아, 혜화동 구석의 숙소에서 살게 되었을 때, 심한 열병으로, 머리가 아프고 며칠씩 구토하고 일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당신이 내 옆에 누워 있던 곳이 말이야. 당신과 헤어지고, 소극장 청소를 시작했을 무렵이었어, 한 달에 20만원을 받으면서 나이든 아주머니들 틈에 섞여서,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었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일하던 때였어, 소극장 바닥에 그려져 있는 당신의 모습을 닦고 지우면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멀리하고, 책을 읽는 것도 그만두었을 때였어, 나, 혼자, 저 숙소의 한켠에서 당신이 사 준 핑크박스 바비와 켈리클럽을 두었어, 사람들이 그랬어, 그 인형은 싸구려야, 그래도 난 아랑곳 하지 않았어, 그 곳에서만 살았어, 그러다 병이 나서 당신에게 전화할 수 밖에 없었어, 어쩔 수 없었어, 당신 밖에 없었으니까, 내게는 그랬으니까 _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있었던 걸까? 저기에 비스듬히 누워서 내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으로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내 열병이 낫기를 바라고 있었을까? _ 이대로 계속 아프면 좋겠어, 그렇게 해서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계속 지금처럼 아파서 당신이 그렇게 내 옆에 누워 있으면 좋겠어. 내가 당신에게 말한다. 그럴 수 있어, 당신이 말한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도 있어, 어린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럴 수 있는 거야, 나는 내 옆에 놓여 있던 펜탁스 카메라를 당신에게 던진다. 당신이 자리를 떠나고 당신이 누워 있던 자리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그 날 밤 나, 는 더 심한 열병을 앓았고 당신에게 쉬지 않고 전화했다, 당신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이번에는 받을 거야, 나 너무 아파, 하는 심정으로 다시 다이얼을 누른다. 그리고 저 자리로 눈길을 돌렸을 때, 전화기를 힘없이 손에서 놓는다 _  이상하게 당신이 이제는 정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열병이 나아 버렸다 _ 사람과 멀어지게 되면 병이 나게 되어 있어, 그건 당연해, 인형하고만 살면 병이 나게 되어 있는 거야, 당신이 말한다 _ 이 사진은 당신의 완전한 부재에 대한 증거로, 내게, 남아 있다.


,

Metropolis

from 글쓰기 2009. 6. 6. 08:31

우리, 는, 나, 는 멈출 수가 없어, 저기 빨간 불을 꺼 줘, 도시 위로 거미줄 같은 망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다, 누가 보내온 선물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신호등은 거미줄을 향해 빛을 낸다, 붉은 빛, 사람들은 모두 정지한 채로 휴대폰과 신문과 자전거에 의지한 채 서 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은 이 도시에서는 없고, 잊고 있던 일들만 일어나서, 뒤늦게, 그런 일은 없었으면 얼마나 좋아, 라고 하며 모두 아침을 맞이한다, 나, 는 전진한다, 이 나이 때, 나, 는 이런 일들을 하게끔 정해져 있었어, 일과의 철도가 놓여지고, 목마른 새들은 물을 찾지 않고, 울고, 지금껏 속은 것도 억울한데, 가난한 농부의 아들, 에게 대신 돈을 벌어 오라고, 우리, 가 공복의 주머니에서 조금씩 뜯어 내어주었던 동전들을 가지고선,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사람, 에게 우리를 줄 세워달라고 부탁해 놓고야 말았어 _ 나, 는 이 나라의 성공 스토리를 믿지 않아, 자수성가, 라는 말도 믿지 않아, 식민지의 나라, 였던 이곳은 전쟁의 황폐화,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너무나 무의미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서, 우리, 가, 길러졌기 때문이야.


,

Scribbling

from 글쓰기 2009. 6. 5. 23:41

내게도 낙서 금지, 가 필요할까? 말하지 않는 것, 을 말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 입김 사이로 겨울 서리가 빠져 나간다, 내가 살던 다락방 구석은 오래된 나무 벌레들이 산다, 나는 나무 벌레들의 집을 피해서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고서적이 놓여 있던, 창이 하나 밖에 없는, 내가 도망가기에 터무니없이 작던 그 곳에서, 나무 벌레들에게는 말을 걸지 않고, 전혀, 쓸모없게 보이는 낙서를 만들어 낸다, 날 여기서 내 보내줘, 도망가고 싶어,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라는 따위의 낙서를 하면서 나는 점점 키가 커, 몸을 웅크리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나는 그렇게 비바람에 다락방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그, 다락방에서 산다.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내게 와서 묻는다, 여기서 뭐하니? 나는 왼손에 콩테를 쥐고 말한다, 낙서, 그건 뭐하러 하니? 인부가 말한다, 내가 여기서 살았기 때문이에요, 나는 말한다, 그게 무슨 의미니? 인부가 말한다, 나는, 몰라서 묻느냐고 하는 손짓으로 낙서를 완성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 거니까요, 나는 말한다, 그런데 나를 여기에 가둔 사람은 어디 있는지 알아요? _ 5년마다 우리는 다락방에서 나와 허물어진 다락방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락방을 만들어 줄 누군가를 만나러 도시로 나온다. 내게 낙서 금지를 시켜줄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렵다. 나는 낙서 금지가 싫다.  


,

False Belief

from 글쓰기 2009. 6. 4. 23:17

퇴근 시간에 맞추어 당신을 찾아 간다, 아마, 나를 보면 깜짝 놀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서, 언제나 나에게, 사랑해, 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으므로 나, 를 반겨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언젠가 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하던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고, 나는 웃으며 당신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은 안 돼, 야근해야 되어서, 미안해, 사랑해, 라고 전화를 끊는다. 나는 풀이 죽었다가 할 수 없지 뭐, 아무 말 없이 찾아온 내 잘못이야, 라며 돌아서 나온다, 친구, 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같이 저녁 먹을래? 라고 말하고, 친구와 레스토랑에 마주 보고 앉아, 연어, 스테이크, 를 먹을 때마다 나는 허브 향을 씹는다, 그러는 동안 당신이 나 아닌 다른 여성과 함께 이 레스토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다, 우리, 의 옆 테이블에 앉아, 당신, 과 그 여성, 나, 와 나의 친구는 완벽한 타인이 되어 저녁을 즐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_ 아니야, 미안해, 오해야, 야간을 해야 될 일이 있었는데 일이 빨리 끝나서 나오는 길에 옛날부터 알던 녀석이 하도 저녁을 사달라고 졸라서 말이야, 미안해, 우리 사이는 괜찮은 거지? 사랑해 _  나는, 그렇겠지? 그 날은 일이 빨리 끝났겠지? 라고 생각하고, 당신과 같이 저녁을 먹은 그 여성이 미워진다 _ 나는 코웃음을 치며 당신에게 말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상처가 있기 때문일 거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볼게, 그렇지만 그런 몸뚱이로 내게 온 것이 기특하긴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일을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니야, 라고.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당신과 나, 와의 약속은 어긋났었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았고,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횟수는 늘어갔다. 어느 날 나는 참을 수 없어, 이럴 거면 우리 헤어져, 라고 당신에게 말했고, 당신은, 마치 고민하는 듯이 한참을 망설이다, 그러면 그래, 이건 당신이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지는 거야, 네가 이렇게 만든 거야, 라고 말한다. 나는 말없이 돌아선다, 당신과 같이 잠을 잔 날짜들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내가 미웠고, 한심한 나, 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_ 다음 날부터, 나는 당신에게 매달리기 시작한다.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헤어지자고 하지 않을게, 그냥 한번 해 본 말이야, 그런 뜻이 아니었어." 라고 당신에게 말한다 _ 때론 외로움이 학대를 이기기도 한다.


,

Do not leave me

from 글쓰기 2009. 6. 1. 03:28

내가 말한다, 이런 골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거야?, 당신은 골목 귀퉁이에 앉아서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번 돈으로 내게 빵을 사준다, 내가 말한다, 이제 이런 생활이 싫어, 여기를 떠나, 당신은 아무 말 없이 다른 사람들의 초상화만을 그려준다, 이것 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모습은 그려준 적도 없잖아, 안 그래? 라고 말한다. 당신은 말이 없었고 나는 당신을 떠났다, 가난한 화가 따위와 사랑을 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뒤돌아 선 곳에 장식이 된 나무 한 그루가 놓여 있었다.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나무를 보고 내 결정이 옳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신을 떠나고 난 뒤 저 나무처럼 나는 빛을 잃어갔다. 누구든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쉽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로 나와 몇 명의 남성과 교제를 했지만 가난한 화가를 옛 연인으로 가진 나를 진심으로 반겨주지는 않았다. 나는 떠밀려 갔고 결국에는 살기 위해 에스코트 걸이 되었다. 그럴수록 당신이 너무 미웠다.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신 따위를 만났기 때문에 내 인생이 꼬여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당신의 이름이 쓰인 편지를 열었을 때, 전시회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Portrait in Love'. 미술 전시회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시관 벽에는 온통 내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내 모습만이 걸려 있었다, 웃을 때의 나, 미소를 잃지 않을 때의 나, 당신 앞에서 귀여운 꼬마였을 때의 나. 관광객으로 온 미술 에이전시의 초상화를 그려준 것이 인연이 되어 전시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잘 지냈어?, 당신이 말한다. 에스코트 걸이 되었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미소를 잃지 않고, 나 때문이야, 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말이야?, 라고 묻고 당신은,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에스코트 걸이어도 괜찮아?, 내가 말한다. 나를 원망해, 네 진짜 모습은 여기에 다 있어, 라고 하며 전시회장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손으로 가리킨다. 미안해, 너를 그릴 수 없었어, 어떤 것도 너를 완벽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어. 나는, 그 말은 당신을 떠나기 위한 구실이었어, 라고 말한다. 고마워, 당신이 말한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이유를 내게 주어서, 고마워. 라고 당신이 말한다. 그 날 이후 나는,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에스코트 걸로 일하고 난 뒤, 당신을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고 당신이 문을 연다. 어서와, 당신이 말한다. 나 이만큼 망가졌어, 일하면서 얻은 멍자국을 당신에게 보인다, 나 좀 고쳐줘,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은, 들어와, 라고 말한다.

- 딱 한번 그 골목에 가 본 적이 있어, 당신과 내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 가 본 적이 있어, 내가 그 때 보았던 장식을 한 나무가 그대로 놓여 있어서 놀랐어,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몹시도 당신이 그리웠어, 날 구해줘서 고마워. 저 나무는 빛을 잃어가지만 변함없이 저 자리에 있었던 거야, 그렇지? 기억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날 떠나줘서 고마워.


,

Les Miserables

from 글쓰기 2009. 5. 31. 04:50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당신에게 묻는다. 그럼 당신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되묻는다.
"몰라."
라고 대답하면
"생각해 봐."
라고 한다.

구원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야, 지금의 네가 아닌 다른 사람 말이야. 구원받았다는 것은 '너'를 누군가가 인정해 준다는 것을 말하는 거야, 너와 생각이 같지 않은 누군가가.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 그 사람을 감동시키든지, 네가 그 사람처럼 되든지, 무엇이든지. 그러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네가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안 돼, 무슨 말이야?, 라고 내가 말한다. 그 말에 당신은 웃는다.

"나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당신이 묻는다. 그럼 나는 당신의 손을 잡으며
"어떨 거 같아?"
라고 되묻는다.
"글쎄."
라는 대답에 나는,
"결코 구원받지 못할 거야."
라고 대답한다.
"무슨 말이야?"
"나는 절대로 당신을 인정하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나는 웃으면서 당신에게 말한다.
"그래, 알았어, 언젠가 네가 나를 구원해 줘."
라고 당신이 말한다.

그 말이 메아리처럼 '레미제라블'을 볼 때마다 들려온다.


- 결국 당신도, 나도, 서로를 구원해 주지는 못했나 봐.


,

Rorschach Test

from 글쓰기 2009. 5. 28. 03:21

밤 열한시가 되면 내가 사는 다락방으로 누군가 들어오고, 나는 그 사람이 놀랄까봐 잠자는 척 해, 술 냄새가 나는 그 사람은 내 몸을 더듬고 범하고 있어, 나는 잠자는 척 하는 나를 그 사람이 알아챌까봐 안간힘을 쓰며, 쉬지 않고 마음속으로 잉크 반점을 만들어 그림을 그려,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인형이야.' 라고 기도하면서, 그 사람은 늘 다락방에 오지 않아서, 밤이 되면 불안해, '오늘은 오지 않을까?', 그리고 아침이면 내 옆에 잠들어 있는 그 사람에게 말했어, '(오다가 오지 않는 것 보다, 차라리) 매일 오는 것이 어때요?',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했어, '불안을 멈추어 줘.', 어떤 날, 나는 잠자는 척 하고 있는 것을 그 사람에게 들켰고,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내게 말했어. "알고 있었어, 네가 잠자는 척 하고 있는 것을 말이야. 사실 너도 이 짓을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넌 더러운 애야." _ 그 다음 그 사람이 알코올중독으로 간이 망가져 회복 불능이 될 때까지 그 일은 계속되었어 _ 그 다음 나는 내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맞아, 난 더러운 애, 여서 그러는 거야, 라고 생각했어 _ 그 다음 당신을 만나고 내가 무언가로 부터 구원을 얻었다고 믿게 되었을 때쯤 당신에게 말했어, 나와 같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자 당신이 내게 말했어, 고개를 저으며,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 입은 사람을 치유할 수 없어." _ 그 다음 당신이 내게 말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야, 한 때 인형이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가 없어, 단지 자기 자신만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뿐인 거야, 그래서 안 돼." _  그 다음 나는 당신의 품에 안겨서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에 대해서 밤이 새도록 반성했어 _ 그 다음 당신이 내게 말했어, "괜찮아, 네가 그리다만 마음 속의 잉크 반점들이 너를 지켜줄 거야."


,

A Lecture Room

from 글쓰기 2009. 5. 26. 21:37

학교에 가면 그 사람 생각이 나, 어디였더라, 저 건물 어딘가에 숨어서 사랑을 나누었던 때도 생각나, 언제였는지, 그 때 나는 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힘들었어, 이야기할 사람, 도 마음을 의지할 사람, 도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어, 나에게 따뜻한 밥을 사주고 내가 하는 말을 많이 들어 주었어, 특히 나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 주었어, 그럴 때면 그 사람은 '괜찮을 거야, 괜찮아, 괜찮아 질 거야' 라는 말, 을 내게 했어,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아, 이 사람이야, 라는 생각도 하고, 이 사람과 평생을 하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했어. 해가 거듭될수록, 그 사람은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었고, 만날 때면 나의 힘든 이야기를 모두 들어 주었어, 어느 경우에는 이 사람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 그러다가 점점 '넌 참 불만이 많은 아이 같아.' 라는 말을 하거나 '매사에 불평이 왜 그렇게 많니?' 라고 하는 것이 늘어갔어, 그 사람은, 그러다 어느 날 '그만 좀 해, 나도 힘들어.' 라는 말을 했어, 짜증을 내면서, 그러다 내 눈을 보고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라고 했어. 그 날 그 사람과 헤어진 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 뭐랄까, 이 후로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어, 먼저 내가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잠잠했지만 이 후로는, 전화를 매일 걸어오고, 강의실로 그 사람이 찾아오고, 내가 피하면, 어느 경우에는 친구들과 섞여 있는 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고 그러잖아, 그 때의 일은 미안해, 정말 이렇게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못 받아 주겠니?' 라고 하면서 내게 화를 내었어, 사람들 많은 틈에서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 사람을 피하기만 했어, 나는 그 사람을 앞으로는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며칠 동안 내가 열병처럼 한 생각들은, 그 사람은 나를 얻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는 생각과 그 사람이 내게 그런 말을 해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 과 이제 떼쓰는 것은 그만 두는 것, 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 그러다 그 사람은 학교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과도 만나지 않는다고 했어, 내가 졸업할 때까지 그 사람을, 이후로는 보지 못했어, 그렇지만 지금도 그 사람 생각을 해, 간절히 바라면서, 언제까지고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으로 사랑하는 것을 대신하는 일은 그만두길 바라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에만 관심을 두고 자신의 상처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따위의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고통을 받아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

,

Responsibility

from 글쓰기 2009. 5. 19. 23:29

J에 관한 일화, J는 배가 불러간다, J는 군부대로 매일 편지를 쓴다, 내 진심을 알게 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_ 나는, J의 말을 듣는다. J에게 묻는다, 어떤 말이야? _ 내가 더 잘했다면 그는 나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그의 말을 더 잘 들었다면 그는 나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J는 살이 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가 이런 모습이기 때문에 그가 나를 떠난 거야, 라고 말한다. _ 나는, J의 말을 듣는다. J에게 묻는다, 어떤 말이야? _ 내가 보잘 것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했어, 그 때 내가 더 이쁘고 공부도 잘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내가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가지 않았다면 폭행 당하던 일도 없었을 테고, 그가 집에 가라는 시간에 집에 들어가고, 귀찮게 전화도 하지 않고, 더 많이 아껴주었다면 그는 나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_ 나는, J의 말을 듣는다. J에게 묻는다, 어떤 말이야? _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착해져야 하는 걸까?

,

Reset, Resettable, Resetting

from 글쓰기 2009. 5. 19. 00:33

  J에 관한 일화, J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다, 분명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 과 만난다. '나 아닌 사람은 만나지 않을거지?', '좋아해.' 라는 대화를 즐기는 사람, 둘, 가끔 작업실에 놀러 오면, J는 직업이 없는 남자 친구, 에게 용돈을 준다, 어떤 날, 은, 나, 의 작업실에서 두 사람이 언쟁을 하며, '내 사랑을 의심해?' 라고 남자 친구가 화를 내고, '사랑해.' 라고 하면, J는 그런 게 아니라  네가 믿지 못하게 행동하니까, 라는 말을 한다. J의 남자 친구는 종종 연락이 되지 않고, 그러다 연락이 되면 화를 내고, 다음 날 J를 만나서는, 미안해, 언제나 너에게 미안해, 라고 말한다. J는, 남자 친구 때문에 힘들다며 간혹 나에게 찾아오고, 너무 사랑하니까 힘들어, 라고 말한다. 지난밤에는 울면서 찾아와, 다른 여자가 생겼어, 두 사람이 모텔에서 나오는 것을 친구가 보았대, 라고 하며, 어떻게 하지? 라고 나에게 묻는다. 다음 날 와서 미안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했어, 나 밖에는 없다고 하면서, 좋아해, 앞으로 잘할게, 라는 말을 했어, 어떻게 하지? 라고 나에게 묻는다. 순간 나는 '헤어져' 라는 말을 하려다 그만 둔다, J는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J는, 친구들이 헤어지라고 하는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이제는 믿을 수 없게 되었지만,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지? 라고 나에게 묻는다. 그 말이 나에게는,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앞으로는 잘할 거야, 나에게 잘될 거라고 이야기 해 줘, 라는 말로 들린다. 나는 피곤하다고 하며, J를 돌려보내고, 앞으로 J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J는 버림받기 전까지 남자 친구를 떠나지 못할 것이다. (J는 항상 버림 받을 것이다.) 저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만 행복감을 느낀 다기 보다 _ 저런 사람이라도 붙잡고 안전함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다, J는, 학대받은 아동은 학대한 사람에게만 애착을 느낀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J는, 그런 류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J는 학대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과거의 학대받았던 기억을 reset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이번 만은 괜찮을 거야.') 그건 꿈이다. J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내가 아니면 누가 저 사람을 위해 주겠어?, 나 떠나면 저 사람 망가져, 안 돼, 였고 그건 J가, J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J는 남자 친구를 용서했다고 한다, 이번 한번 뿐이야.


- 이런 이야기를 당신 품에 안겨서 한다. 화가 난다, 고 한다. J를 보면 짜증스럽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자 당신은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대고, 필요 이상이라면, 네 답답한 기억에 대한 회상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건 너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야.') 당신은 나를 껴안고 말한다.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사람이 있어, 그렇게 밖에는 살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라고 말한다. 

- J는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했고, 남자 친구는 J를 두고 군대에 간다, J, 의 남자 친구는 J에게 그날 밤 사정을 하지 않았다고 우기고, 콘돔을 사용하지 말자고 한건 너잖아, 라고, J에게 이야기하고, 그건 내 아이가 아니야, 라고 말한다. 늦은 밤 J는 임신 12주에 나를 찾아와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나를 혼내 줘, 내가 다 잘못한 거라고 혼내 줘." 라고 말한다.

- 나는 J를 들어오라고 하고 커피를 끊이며 고민한다.

-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한다. "그래, 그 아이를 구해줄 거야?" 라고 말한다.

- J가 말한다. "임신 중이여서 커피는 안 돼." 라고 말한다.  

,

Transmigration

from 글쓰기 2009. 5. 17. 13:43

"네가 지금 상처받았다면, 그건 네 과거의 상처인 거야, 지금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미래에도 같은 일로 상처받게 될거야. 네 몸은 상처받은 일, 들만을 반복해 내는 기계처럼 되는 거야."

이렇게, 그는 이별 앞에서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지 않았고, 그가 나와 헤어진 이유는, 내가 이별 앞에서 그가 한, 이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를 미행한다, 그의 뒤를 따라서, 그는 오전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날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 집으로 귀가하고, 몇 명의 여성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외출을 한다. 그는 때로는 웃고, 울고 있는 타인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가끔씩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는 내가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를 미행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알지 못할 자괴감과 수치심이 몰려와 난, 얼굴이 붉어졌다. 어느 여성과 만나, 그가 웃으면서 그 여성과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에, 내가 나타나, '이 여자 때문에 나와 헤어지나고 한거야?' 라고 소리치며 악에 받혀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렇게도 되지 않았다. 그는 일상 속에 녹아 있었고 그의 일상이, 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내 것은 무엇이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나는 와인 2병과 스카치위스키 1병, 소주 1병과 맥주 3병을 마시고 그의 집을 찾았다. 문이 열리고, 그와 낯선 여성이 있는 아파트 앞에서, 괜찮아? 들어와, 라고 그가 말하고 낯선 여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도움이 필요해, 그가 말하고, 낯선 여성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그래? 라는 표정으로 차가운 물을 내게 가져다준다. 그는 나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히고 외투를 벗겨 주고, 낯선 여성은 담요를 가져와 나를 덮어준다. 식탁에는 내가 먹은 것보다 값싼 와인, 과 샐러드와 촛불과 파스타가 먹지 않은 채로 놓여 있고, Ban & Olufsen 의 BeoLab-nine 에서는 'Totem Pole' 이 저음으로 흘러나온다. 낯선 여성은, 그만 갈래, 하는 눈짓으로 그를 보고, 그래, 내일 봐, 라고 그가 말한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가 내 어깨를 살며시 누르며, 오늘은 여기에 있어, 도움이 필요해, 라고 말한다. 나는 금방 울 것 같이 되어서, 용기 내어서, '저 여자 때문에 나와 헤어진 거야?' 라고 말하고, 그는 살며시 웃으며, 기계가 되어서는 안 돼, 라고 말한다. 낯선 여성이 아파트를 떠나고 그는 내 곁에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난 네 상처가 얼마인지 몰라, 네가 지금 상처받았다면 그건 네 과거의 상처인거야. 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네 곁에 있어줄 수는 있지만, 내 사랑이 네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 넌 확신을 가지고 내가 널 어떻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닌 거야. 돌이켜 보면, 네가 이렇게 술을 마시고 헤어진 누군가를 만나러 오는 것이 처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물론 다른 사람을 미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 거야. 그건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해.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네가 이전에 해왔던 이별의 이유와 같은 것들이 너와 나 사이를 저울질 할 거야. 기계가 되어서는 안 돼, 오늘은 여기에 있어.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 당신이 나와의 선을 분명히 그은 날을 기억해, 그 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그 날 이후로 내가 나를 바라보게 된 때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이후로도 당신이 미웠고 나를 그렇게 만든 당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그 날 밤의 당신의 모습은 내게는 큰 용서였고 믿음이었어. 지금도 당신이 밉지만, 난, 그 날 밤의 당신의 모습, 과 당신에 대한 미움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해, 알아, 결코 당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살아 있지는 않을 거야.

,

Selfobject

from 글쓰기 2009. 5. 17. 04:10

  배가 고팠어, 단지 그것 뿐이었을까?, 마지막으로 W Hotel 을 check-out 하고 온종일, 걸어다녔어, 햄버거와 다이어트 코크를 마시고 onion soup 과 poutine 를 먹었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비행기, 표를 환불한 것 까지 쓰고, 날이 어두워, 시청 앞에 앉아서 물끄러미 고층건물, 들과 불이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 자동차들의 미등, 과 그 행렬들을 보았어,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보면서 저 불들은 무엇을 위해 켜지는 것일까, 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면서, 절대로 차이나 타운이나 들락거리며, 에스코트걸 같은 것이 되어서는 살지 않아, 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야, 배가 너무 고파서, 이대로 끝까지 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 그러다 당신이 내게 한 말이 생각이 났어, 네가 쓸모 없어지기, 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생각해 봐, 언제나 끝은, 지금, 이 순간 뿐이야, 라고 하며, 날 비웃었어. 잊었어? 난, 배가 고파, 이럴 때에만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끝'에 도달해서 당신을 보고 싶어. 그걸로 좋아.

- 알고 있어, 그 때 당신을 만나고 나서도 내 허기진 배는 채워지지 않았어, 아무리 당신과 많은 시간을 보내어도, 아무리 크게 웃고 떠들고 마시고, 당신과 잠을 자도 내 허기진 배는 그대로였어, 오히려 더 배가 고파서 당신의 발목과 허리를 잡으며, '떠나지마.' 라고 했어, 그 때 난 무엇이었을까?

- 알고 있어, 당신이 내 눈을 감기고, 날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를 보아서는 안돼, 라고 했던 것을 말이야. 널 봐, 나를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그렇게 믿고 있는 너를 봐, 그게 네가 말하는 사랑이야, 그걸로 네가 나를 사랑하는 거야, 라고 했던 것을 말이야. 지금도 있는 그대로 내, 안에 살고 있는 당신이 그리워. 그 때 당신이 내 눈을 감긴 것은 옳았어. 그 때 당신이 내 눈을 감겨준 것이 늘 고마워.


,

Affair

from 글쓰기 2009. 5. 15. 01:04

  


   저 문을 열고, 그만 저 문을 열고, 이 빈민가에도 빛이 들어와, 끼니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물론 당신이 보내온 편지도 읽을 시간이 없어, 살아 있다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나는, 생각하지 않고 가벼운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법을 배워, 술과 과일을 훔치는 것을 익히고 밤이면 문, 을 닫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것에도 익숙해 지고 있어. 그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어, 이 시간에 일어나서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는 하루를 버티기 힘들어, 난, 눈을 비비고 문을 열었어, 누구야 당신? _ 왜 이래, 나는, 어제 당신과 자지 않았어.


,

Working through

from 글쓰기 2009. 5. 15. 00:27

저 곳이라면 나는 걸을 수 있을까?


,

Underworld

from 글쓰기 2009. 5. 15. 00:18

마음의 빚, 내가 한 실수들, 로 인해 당신의 모습이 파멸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어, 내 마음, 의 빚, 그대로 모두 망가져 가, 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있어, 됐어, 이걸로 끝난 거야, 이걸로 끝내 (이 숲에서는 소음이 들리지 않아 좋아).


,

You, too.

from 글쓰기 2009. 5. 14. 21:56

사랑받은 적이 없으므로 사랑할 수 없어. 사랑받은 적이 없으므로 _ 사랑받고 있지 않은 상태, 에서만 나는 안전할 수 있어. 내 기억은 오류로 가득해, 무엇일까?, 내가 걸어온 길, 사랑받지 못했어, 그건 내 탓이야, 어떤 일이든, 생존 앞에서는, 일어날 수 있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늘, 살아 있고, 내가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 은 오류야. 내가 이해해야 할 것, 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야, 그건 내게도 네게도 마찬가지야.

온 집을 뒤진다. 집으로 돌아온다. 가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이 떨어져 배가 고프다. 어머니의 폐물( )과 죽은 아버지가 남긴 물건들을 집어 가방에 넣는다. 그걸 팔아 담배를 사고, 술을 산다. 밤새 떠들고 비빔밥과 볶음밥을 사먹고 처음 보는 남자애들과 잠을 잔다, 좁은 자취방, 안에서 나는 한 마리의 나비와 꽃이 된다. 나는 괴로움도 아픔도 느낄 수 없었고, 화를 내는 나 자신도 볼 수 없었다. 열 다섯, 여름, 저 바닷가에서, 난, 당신을 만났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말 모든 것이 달라졌어."


,

You

from 글쓰기 2009. 5. 14. 00:40

명심해, 네가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들었을 때, 조심해, 그 때부터 폭력이 시작되는 거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 누군가의 '무엇'이 끝날 때까지 옆에 있어주는 것, 뿐이고, 그게 최선이야. 그 '무엇'인가는 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거야.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이런 말들을 내게 잔뜩해 놓고서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아, 나는, 이대로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 조금만 더 당신 앞에서 어리광 부리고 싶어, 그걸 당신에게 허락받고 싶어.


,

밀양댐

from 글쓰기 2009. 5. 13. 22:20

오랫만에 들렀어, 이 곳, 당신이 빠져버린 곳, 내 기억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가지고 가버린 곳, 당신
이 내 생각을 하지 않았던 유일한 곳, 빨리 따뜻한 봄이 와서, 물이 마르고 가문 틈을 타 당신
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더운 여름날이 되어서 장마에 당신이 어딘가로 씻겨 가버렸으면 좋
겠어, 어서. 


,

Summer Night

from 글쓰기 2009. 5. 13. 22:08


저 불빛 아래에서 난 무엇이든지 했어, 무
엇이든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 단
지 무엇이든지 했어, 무슨 말

인지 알아?

귀 기울이며, 말했어, 그 때 당신이 내게 무
엇이라고 했는지 기억해, 이 순간을 나타
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낱말,

그걸 위해서 살아.  

당신의 책임질 수 없는
말, 이 싫어.

,

Individuation

from 글쓰기 2009. 5. 13. 03:53


오늘, 당신과 이야기하면서, 왜 지금껏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때는 죽어야지 하는 마음에, 그걸 들키고 싶
지 않아서 말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내가 꿈꾸었던 생
활이 아니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했어요, 우울한 기분
이 들었고, 불안한 마음, 이었어요. 3주 전에 치사량의 mood stabilizer
를 복용하고 의식없이 눈을 깜빡이던 당신은 그 날 이후로 살이 빠져
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 그런데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고 있네요, 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 연신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도와줘'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어, 손목에
나 있는 자해의 자국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며, 이번이 몇 번째일까?
그렇게 죽음으로 내몰리며 당신이 치사량의 약을 복용했던 일이 말
이야, 라는 생각을 했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몸무
게가 11kg 밖에 나가지 않았고 키도 작았어요, 책가방은 엉덩이에 걸
려 있고, 신발주머니는 바닥에 끌고 다녔어요, 초등학교 학생들은 보
면, 힘들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왜 지금껏 그 사실을 알지 못했
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를, 바라보며, '내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
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어요, 당신 탓이예요.' 라고 말하는 당신을 바라
보며, 이렇게 여린 사람이었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요, 저는 여리지 않아요, 독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죽으
려고 약을 먹었겠어요?, 라는 말을 하는 당신을 보면서, 이렇게 여리
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왜 그토록 당신을 밀어내었을까?, 하는 생
각이 들었어,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야 _ 이 사실을 기억해 두고 싶어.

,

기대

from 글쓰기 2009. 5. 3. 02:40

무언가를 쓰고 잊고 지우고 사랑하느

라 시간을 모두 보내고 난 뒤,
의 일을 생각했어. 이것으로 됐어,
괜찮아.



,

기억2

from 글쓰기 2009. 5. 1. 19:36
하늘에서는 검은 빛이 흘러내린다, 비가 오고
눈이 오지 않는 거리 위로 시시한 이야기들이
라 믿었던 것들이, 비오듯 _ 눈이 오
는 풍경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어떤 식
으로든, 이런 기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 날이 있다. 

믿지 못할 일들을 꿈꾸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날, 그런 날, 그리고 그
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어떤 말
을 하면 좋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아야 하는 순
간, 
    
기억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다, 거품없는 물
이 담긴 유리잔이, 하얀, 깨지면서 물이 흘러
탁자 위와 가로수를 적시는 모습을 본다, 그
런 소리를 듣는다, 고개를 숙이며 흘러 넘친
물과 같은 높이로 눈을 맞추고, 눈을 감고, 나
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조
각난 기억을 주어서 삼킨다. 

,

환타지

from 글쓰기 2009. 5. 1. 19:21

이 환타지를 물로 씻어내기 위해
겨울을 지나 바람 위로
고개 숙이며 다가온 당신을 맞이해.
물과 눈이 범벅이 되어 땅 위에 앉아 있
는 거짓말들을 이제는 밟을
수 없으므로 -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이
당신에게도 나
에게도.  



,

그런 말

from 글쓰기 2009. 5. 1. 19:11

이곳에서 드는 생각은 지금껏 나는
무엇을 잊기 위해 이렇게 되었을
까? 하는 것과, 당신은 무엇을
잊기 위해 그러고 있는가, 하는
거야. 

,

연민

from 글쓰기 2009. 4. 24. 01:51
흔들리지마, 라고 하지, 머리는 하얘지
고 온도를 따라서 태양이 흔들리는 것
을 보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내게 그렇
게 말해, 무책임하다고 생각할 수 없게
흔들림 없이 걸을 수는 없다고 어리광
을 부리기도 전에, 어떻게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 그렇지만
흔들리지 말라고,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시계추를 따라서 올 수
없는 곳으로 이제는 갈 수 없다고 말하
면서도, 내리는 비와 움직이지 않는
태양과 산들 사이로 나같이 희미한
안개와 바람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하면
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