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Home

from 글쓰기 2009. 6. 8. 00:39


    내가 살던 시골은 학교를 가기 위해 30분 가량을 걸어서, 산을 내려 간 다음, 하루에 2번 밖에는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겨울이 되면 날이 빨리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앞이 보이지 않기 일쑤였지만, 그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섭다거나,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불안감이 없었다. 그 때는 뭐든지 분명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그 자리에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이불과 '어서 와, 학교에서는 무슨 일 없었어?' 라고 물어보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 때는 지금과 달리 모든 것이 분명했다. 가끔 집으로 갈 때면 저 징검다리를 건넌다.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도망쳤을 때에도 건넜던 것은 저 징검다리였고, 명절에 선물을 가득 들고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당신과 최악의 연애를 한 후에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그리고 징검다리의 가운데쯤 앉아 면사무소에서 빌려온 책을 읽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저 징검다리를 건널 때의 '내'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 집이 없어졌지만 겨울이 되면 나는 저 징검다리로 간다. 해가 갈수록 징검다리에는 인적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 자리에 가면 책가방을 메고 집으로 뛰어가는 작은 꼬마 여자애를 본다. '학교 갔다 왔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그 여자아이를 본다,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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