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not leave me

from 글쓰기 2009. 6. 1. 03:28

내가 말한다, 이런 골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거야?, 당신은 골목 귀퉁이에 앉아서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번 돈으로 내게 빵을 사준다, 내가 말한다, 이제 이런 생활이 싫어, 여기를 떠나, 당신은 아무 말 없이 다른 사람들의 초상화만을 그려준다, 이것 봐, 내가 말하고 있잖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모습은 그려준 적도 없잖아, 안 그래? 라고 말한다. 당신은 말이 없었고 나는 당신을 떠났다, 가난한 화가 따위와 사랑을 한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뒤돌아 선 곳에 장식이 된 나무 한 그루가 놓여 있었다.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나무를 보고 내 결정이 옳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신을 떠나고 난 뒤 저 나무처럼 나는 빛을 잃어갔다. 누구든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쉽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시로 나와 몇 명의 남성과 교제를 했지만 가난한 화가를 옛 연인으로 가진 나를 진심으로 반겨주지는 않았다. 나는 떠밀려 갔고 결국에는 살기 위해 에스코트 걸이 되었다. 그럴수록 당신이 너무 미웠다. 당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신 따위를 만났기 때문에 내 인생이 꼬여버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당신의 이름이 쓰인 편지를 열었을 때, 전시회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Portrait in Love'. 미술 전시회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전시관 벽에는 온통 내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내 모습만이 걸려 있었다, 웃을 때의 나, 미소를 잃지 않을 때의 나, 당신 앞에서 귀여운 꼬마였을 때의 나. 관광객으로 온 미술 에이전시의 초상화를 그려준 것이 인연이 되어 전시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잘 지냈어?, 당신이 말한다. 에스코트 걸이 되었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미소를 잃지 않고, 나 때문이야, 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말이야?, 라고 묻고 당신은,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에스코트 걸이어도 괜찮아?, 내가 말한다. 나를 원망해, 네 진짜 모습은 여기에 다 있어, 라고 하며 전시회장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손으로 가리킨다. 미안해, 너를 그릴 수 없었어, 어떤 것도 너를 완벽하게 표현할 자신이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어. 나는, 그 말은 당신을 떠나기 위한 구실이었어, 라고 말한다. 고마워, 당신이 말한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이유를 내게 주어서, 고마워. 라고 당신이 말한다. 그 날 이후 나는,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에스코트 걸로 일하고 난 뒤, 당신을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고 당신이 문을 연다. 어서와, 당신이 말한다. 나 이만큼 망가졌어, 일하면서 얻은 멍자국을 당신에게 보인다, 나 좀 고쳐줘,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은, 들어와, 라고 말한다.

- 딱 한번 그 골목에 가 본 적이 있어, 당신과 내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 가 본 적이 있어, 내가 그 때 보았던 장식을 한 나무가 그대로 놓여 있어서 놀랐어,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몹시도 당신이 그리웠어, 날 구해줘서 고마워. 저 나무는 빛을 잃어가지만 변함없이 저 자리에 있었던 거야, 그렇지? 기억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날 떠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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