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128건

  1. Art Gallery 2 2009.07.12
  2. Jean-Paul Riopelle 4 2009.07.11
  3. My Shelter 2 2009.07.11
  4. Notch 2009.07.10
  5. Sexual Comment 2009.07.10
  6. Empty Subway 2009.07.10
  7. Statue 2009.07.08
  8. Ghost Town 2 2009.07.07
  9. Relatively Warm 8 2009.07.07
  10. Empathy 10 2009.07.05
  11. Display 2 2009.07.04
  12. Resistance Literature 6 2009.07.01
  13. Blue Note 4 2009.06.30
  14. Confession 4 2009.06.29
  15. Reset #2 2 2009.06.29
  16. Big Blue 2 2009.06.27
  17. Paint Me Blue 14 2009.06.24
  18. Emotional Experience 2 2009.06.23
  19. Demolition Order 4 2009.06.22
  20. Loss 2 2009.06.21
  21. My life is a longing. 2009.06.21
  22. Reset #1 10 2009.06.21
  23. Gray Anatomy 2 2009.06.20
  24. Charade 8 2009.06.18
  25. Love Ink 10 2009.06.17
  26. Love Reaction 12 2009.06.17
  27. Playground 6 2009.06.14
  28. First Kiss 2 2009.06.11
  29. Oyster 4 2009.06.11
  30. Fitting Room 2009.06.11

Art Gallery

from 글쓰기 2009. 7. 12. 13:43

나쁜 꿈을 꾸었어, 내가 무언가로 부터 급하게 쫓기는 꿈이었어, 그리고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당신이 서 있었어, 그러다 잠에서 깨었어, 당신은 늘 내게 이야기하고는 했어, 넌 언제나 쓸모없는 그림을 그려, 넌 언제나 쓸모없는 글을 써, 라고 말이야. 알고 있어, 나는 조금 더 쓸모없어 지려고 해, 그렇게 해서 당신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않아), 저 사진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야, 푸른색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두었어, 당신이 보았다면, 역시 쓸모없다고 했겠지? 괜찮아, 나도 내가 형편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렇지만 형편없는 사람도 행복해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 거야. 각오해, 나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나는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이 나라는 그 한 사람을 위한 법을 만들려고 할 테지만, 사실은 만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천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만이 사실인 거야. 저길 봐, ART GALLERY 가 얼마나 솔직한지 말이야, 저기엔 한 사람의 천재도 만 명의 사람들도, 당신도 보이지 않아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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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Paul Riopelle

from 글쓰기 2009. 7. 11. 22:36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15살의 나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어떤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도,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도 알지 못했다, 그 나이의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도 15살 무렵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전혀 몰랐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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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helter

from 글쓰기 2009. 7. 11. 03:10

케탈 끓는 소리가 난다, 밤새, 철판 위에 놓인 케탈이 끓고 있다, 케탈이 모두 끓고 나면 하얀 결정이 남는다, 나는, 밤새 그걸 손등에 올려놓고 킁킁 거린다, 당신과 헤어진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가지마, 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 는 말만, 잘못했다, 는 말만 했다, 당신은 이런 곳에 나를 버려두고 떠나간다, 오후 늦게 잠이 깨어 마지막 남은 케탈을 마시고 거리로 나선다, 오늘 당신과 만나기로 한 것 같은데, 어디였지? 라는 생각을 하며 길 위에 선다, 그리고 저 하늘을 보는 순간, 나는 알게 된다, 당신은 이제 없다, 이런 이국땅에 나를 버려두고 당신은 떠난다, 하늘엔 비행기가 떠 있다, 그만 날아가, 지겨워, 그날 나는 걷다가 지쳐 어느 공원에서 잠이 들었고, 잠이 깨었을 때는 늦은 새벽이었다. 그 다음 날 나는 SHELTER 로 옮겨졌다. 영어가 서투른 나를 위해 한국인 이민 여성이 배치되었고, 나의 거부로 INTOXICATION 치료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SHELTER 에서 내가 가진 카메라를 빼앗아 갔고, 저 사진을 현상해서 내게 보여주기 전까지, 나는 반복해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SHELTER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와 저 사진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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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ch

from 글쓰기 2009. 7. 10. 17:07
뜨겁다고 말할 때, 그 입술은 낯설다, 여름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과는 사랑해야만 한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느 때 편리하다, 다른 사람과 잠을 잔다는 것은 설렘이다, 익숙하지 않은 자세의 나는 거짓이 많다. J의 일기장은 모스 부호처럼 알지 못할 말들이 깨알같이 쓰여 있다, 집이 어디였지? J의 일기장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내가 섬에서 탈출할 때 가지고 나왔던 BLUE NOTE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모서리가 닳아진, 너덜너덜해진 일기장은 내가 플라스틱 비닐랩에 싸서 몸에 감고 나왔던 BLUE NOTE와 닮지 않았다. 만약 이 일기장이 보통의 남성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면 J에게는 축복이다. 거짓 없이 써내려 간 일기장은 애처롭고 순수하다. 

오늘 그이를 만났다. 그이는 약속 시간에 늦게 왔고 나는 그이가 오기까지 기다렸다. 비가 왔고, 거리의 사람들이 사라질 때에도 나는 우산 없이 그 거리에서 그이를 기다렸다. 그이는 나를 보자마자 우산을 쓰고 있지 않은 것에 화를 내었고, 나는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이는 비에 젖은 나를 창피해 했고, 그이는 나를 모텔로 데리고 가, 비어 젖은 나를 벗기고 닦아 주었다. 그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있는 그대로 그이를 대하느냐, 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것이다. 그이는 내가 다른 사람의 장난감이었을 때, 나를 구해주었다. 

J의 일기장은 빗맞은 화살처럼 초점이 흐리다. 순간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일기장을 덮고 라디오를 킨다. 누군가의 장난감이었다면, 그이의 장남감도 되었을 테고, 잘만 다룬다면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남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상이 들었을 때 기분이 유쾌해 진다. 사람에게 예속된다는 건, 마지막에 배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유쾌한 기분으로는 J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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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ual Comment

from 글쓰기 2009. 7. 10. 13:56
손톱을 깎는다, 짧게, 누군가를 할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마음이 놓인다, 짧아진 손톱의 가장자리로 옅은 피가 묻어 나온다, 짧아서 흘리는 피는 따갑다,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웃는 연습을 위해 거울 앞에 앉는다, 화장을 하고, 마스카라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이섀도의 색을 바꾼다, 어제 읽다 만, Demian 을 핸드백 안에 넣으며, 몇 번째 읽는 것일까? 를 생각한다, 내 눈에는 아직 어제 보았던 푸른 달이 맺혀 있다, 시력이 나빠,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운다, 올 가을에는 LASEK 을 받을 수 있을까? 너 같은 건 눈이 나빠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다다미가 깔린, 집이 딱 한 채 밖에 없던 그 섬에서 아저씨가 내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그 말이 진실이기를 바란다. 이만큼 성장한 나를 그 섬에서 반겨줄까? 그 아저씨는 아직도 그 섬에 남아 있을까? 역시 가출같은 건 몸에 좋지 않다. 하얀 시폰 원피스를 입는다, 속옷색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푸른색 미니 원피스로 갈아입는다, 다리가 거울에 비친다, 그 섬의 아저씨는 이 다리를 보며, 넌 참 사랑스러워, 라며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다. 현관문을 닫고, 다시 현관문을 열어, 메모장에 휘갈겨 쓴 것을 현관 안에 붙인다, 곧 J가 올 거야, 그 때까지 여기 있으면 안 돼, 나가, 캐노피 안에서는 그 섬의 아저씨를 닮은 사내가 잠들어 있다, 녀석은 그 아저씨만큼 과격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쓸모가 없다. 오늘은 J와 저녁을 먹을 것이다, 오늘만은 탐욕스럽게 J의 부른 배를 필름에 담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 내가 보았던 푸른 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그 달을 보고 나면 헤어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해, J의 벗은 몸을 상상하며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J의 벗은 몸은 늘 아름답다. 나는 그 몸에 떠 있는 푸른 달을 J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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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y Subway

from 글쓰기 2009. 7. 10. 00:34

어디로 갈까? 배고프고 지쳤어, 이런 곳에 버려져서 살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것도 지겹고, 팔도 다리도 무거워, 텅 빈 눈동자에 사람들의 입자가 비치고 있어, 새벽 5시 30분, 나는, 저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최악의 기억, 왜 지금은 그 때의 일이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나와 격리되어 있는 기억은 저 지하철처럼 같은 궤도를 반복해서 움직이고 있어, 곧 붕괴될 것 같은 지하철역을 지나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너와 만나는 거야, 당신이 말한다, 그건 나를 버린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야. (몇 번을 돌이켜 보아도, 그 때의 당신은 왜 그렇게 잊지 못할 이야기를, 내게 많이 해 주었는지 모르겠어, 알다시피 내게 재능 같은 건 없어, 당신이 틀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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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e

from 글쓰기 2009. 7. 8. 00:28

당신에게 버림받기 이전부터 내게는 상처가 있었던 거야. 길을 나선다, 밖은 뜨겁고 여름은 기약없이 길게 뻗어 있다. 저 동상을 볼 때마다 나, 는 나에게 묻고는 한다, 그 사람을 내가 사랑하게 된다면 어린 시절의 나를 내가 용서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나, 는 또 나에게 묻는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어린 시절의 너를 닮은 사람을 네가 사랑하는 일도, 그렇게 네가 너를 용서하는 일도 없을 거야, 당신이 나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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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Town

from 글쓰기 2009. 7. 7. 23:44

유령 도시에 온 것을 환영해, 당신이 말한다. 이곳에 무엇이 있든, 그 누가 있든, 모두 잊어, 이곳에서는 너와 나만이 존재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사라지면 너는 나를 찾기 시작하는 거야, 알겠지? 이건 게임이 아니고 현실이야. 너는 네 평생을 바쳐서 나를 찾는 거야, 잊지 않도록 해. 네, 알겠어요, 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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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ly Warm

from 글쓰기 2009. 7. 7. 00:35

  녀석들은 정말 멋대로 지껄인다, 네 소문은 들었어, 누구누구와 갈 때까지 갔다고 하던데, 라고 말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하면,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야? 라고 말한다. 녀석들은 정말 멋대로 지껄인다, 내가 매일 다른 남자와 잔다고 해서 너희들과 내가 자야 한다는 거야? 라고 하면, 왜 우리는 안 되는 거야? 라고 또 말한다.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라고 녀석들이 말하고, 나는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우리를 뭐로 보는 거야? 라고 녀석들이 말하고, 내 머리채를 잡고 치마를 벗기려고 하며 나를 자리로 내동댕이친다. 나는 저항하다가 말고, 알았어, 그런데 여기는 그렇잖아, 어디 들어가서 해, 라고 말한다. 진작 그럴 것이지, 녀석들은 정말 멋대로 지껄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과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이 상황을 어떻게 넘길까,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백 명의 남성과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가진다고 해도, 녀석들이 어떤 이유나 조건 없이 나와 자는 것이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강간 밖에 하지 못하는 변태가 되고 만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순정을 대외적으로 과시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불구자가 되고 만다. 나는 약속한 친구가 있다고 하며, 녀석들에게 이야기하고, 당신에게 전화를 건다. 도와줘.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저 하늘을 보았다, 입 안 가득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드는 구름 아래로, 난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왜 내겐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걸까? 당신에게 물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저 녀석들이 잘못한 거야, 녀석들 정말 멋대로 지껄이던걸, 네가 먼저 잠자리를 하자고 했다는 둥, 네가 먼저 꼬드겼다고 하는 둥, 하면서 말이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백 명의 남성과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가진다고 해도, 녀석들이 어떤 이유나 조건 없이 너와 자는 것이 허락되는 것은 아니야, 관계는 상대적인 거야.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거지? 나는 당신에게 안겨 어깨를 들썩거린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그런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잘 있어, 라고 하며 떠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당신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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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thy

from 글쓰기 2009. 7. 5. 00:57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저 사진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어, 왜 저런 풍경을 보고 있었는지도, 저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야,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네가 무엇을 겪든, 내가 어떤 일을 당하든, 그걸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이건 단순히 EMPATHY 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 그걸 가질 수 없는 사람, 이라는 것이 있어, 이를 테면 이 나라의 MR. PRESIDENT 같은 경우에 말이야, 왜 그걸 모를까, 하면서 화를 낼 이유가 없는 거야, 이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 NARCISSIST 를 사랑하는 것만큼, NARCISSIST 를 동정하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도 없어. 정말 그럴까? 그래, 저 모습을 보고 있는 너는 분명히 아름다웠을 거야, 그걸로 나는 좋아, 그게 너와 내가 즐거워해야 하는 이유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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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lay

from 글쓰기 2009. 7. 4. 12:38

이야기했잖아, 빛을 많이 주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돼, 저 모습으로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너에게 필요한 건 적당한 빛, 이야, 곧 알게 될 거야. 나는 실패했다. 내가 그린 그림은 내가 쓴 책처럼 전혀 팔리지 않았다. 전시회와 작품 활동을 하느라 빚을 많이 졌고,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었다, 나는, 나를 믿어주었던 당신으로 부터 도망쳤다. 역시 나 같은 건 안 돼, 라고 생각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가입을 하고, 시내든 시외든, HOUSE 든 HOTEL 이든, 어느 곳이든지 갔다. 그 때, 나는, JOY 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 또 당신을 만난다, 24시간 GFE 의 대가로 나는 거기에 앉아 있었고, 당신은 나를 다시 만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뭐해? 당신이 묻고,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알잖아, 나는, 실패했어, 나는 원래 안 되는 아이였어,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각도 없었어, 그래, 이제 뭐할까? 나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다, 그냥 거기 내 옆에 있어, 내가 너에게 투자를 했던 이유는 네가 실수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어, 네가 만약 실수하지 않았다면, 나는 너에게 투자할 이유가 없는 거야, 투자라는 건 그런 거야. 끊임없이 실수하고 그것으로 부터 무언가를 배우지 않는다면 투자라는 건 필요하지 않는 거야. 당신이 말한다. 이번 일로 내가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알게 되었어, 겨우 그걸 나에게 알게 하려고 지금까지 그랬던 거란 말이야? 당신이 잘못한 거야. 내가 말한다. 거기서 부터 시작하는 거야, 네가 얼마나 쓸모없는가, 하는 것을 네가 온전히 받아들이고, 거기서 부터 시작하는 거야, 정말 네가 쓸모없다는 사실을 네가 받아들이고 있다면, 이런 곳에서 GFE 만 반복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얼굴이 붉고 뜨거워진다, 눈물만, 부끄러움에, 조금 전에 벗은 스커트 위로 떨어져 내린다. 돌아와, 당신이 말한다. 나는 이대로 당신의 입술을 놓고 싶지 않다, 는 생각을 한다, 당신이 내게 다가온다, 나는 당신에게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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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ance Literature

from 글쓰기 2009. 7. 1. 23:30

나의 오래된 친구, 당신은 내 등에서 살아, 낮게 엎드려서, 나에게 빌붙고, 에어컨 바람도 피하고, 뜨거운 햇살에 눅눅해져, 땀이나 쏟아내면서 말이야, 나는 쉬지 않고 싸울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끝장을 내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오랜 시간을 두고 결코 지치지 않고 싸울 거야,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야, 얼마나 끈질지게 싸우는지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기를 거야, 그 아이의 아이들이 또 싸워줄 거야, 그렇게 멈추지 않고 싸울 거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무지한 자들에게 삽을 들려주는 편에 정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시민들이 법을 만든 목적은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지만, 우리들이 법을 만드는 목적은 즐겁게 살기 위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거야, 이제 선택해, 우리들 중 절반은 이미 범죄자야, 단지 무작위 추출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사람들 말이야, 꼭꼭 숨어, 그게 우리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이유야 _ HILTON HOTEL에서 J가. J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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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Note

from 글쓰기 2009. 6. 30. 01:09

내가 걸을 수 없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어, 그건 당신도 알 거라고 생각해, 비가 오는 날도 나는 잘못되지 않아, 이 무더운 날에도 나는 잘못되지 않아. 강변을 걷는다, 비가 오고 해가 다시 뜨고, 날이 맑아 오는 때, 나는 강변을 걷는다, 얼마 전에 지하철역 LOCKER 에서 내 열다섯의 기억이 적힌 BLUE NOTE 를 가지고 왔다. "당신과의 마지막 여행이 끝나가려고 할 때 그제야 난 아직도 당신의 지퍼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하마터면 나는 그 NOTE 를 저 강에 빠뜨릴 뻔 했다. 빠뜨려야 했다. 날은 아직도 무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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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ssion

from 글쓰기 2009. 6. 29. 03:34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연인이었던 사람이 나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사실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제대로 학교도 다니지 않았어, 우여곡절 끝에 직업을 얻게 되었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러운 일을 한다는 생각이 크지도 않아, 매일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래, 너희들은 앞으로 되지 못할 것이 없어, 라고 말을 하기는 하지만 실제의 나는 누구일까? 무엇일까? 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책을 읽는 일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었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어. 나의 열다섯은 너무도 끔찍해서, 매일 밤마다 거기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꿈을 꿔, 아무리 해도 달아날 수 없었던 날들에 대한 꿈을 꿔, 그 때의 일을 지우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면 모두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마치 내가 만들어 낸 것들에게서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목격해, 그래도 괜찮아, 라고 믿고 싶어, 지금의 나는, 그래, 적어도 그 때의 기억을 이해해 주었던 당신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는 매번 사랑에 실패해, 나는 혼신을 다한다는 것이 몸에 배여 있나 봐, 사랑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건지도 몰라, 나는, 이후에 계속 버림받고 있어, 당신 이외의 사람들은 나를 두고, 다른 사람 만나는 일에 바빠,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잊지 못할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만나, 나를 두고, 그러면 나는 필사적이게 되나 봐, 과거의 일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으니까, 열다섯 때의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니까, 어떻게든 관계를 바로 잡으려고 해, 나는 더 착해지고 다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하는 사람이 되어 가, 마치 시험을 받는 기분이 들어서, 이게 끝나면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너무 그렇게 하면 사람의 마음은 질려 버리나 봐, 예전처럼 잘 무렵에 당신이 머리맡에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좋겠어, 그 때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는데 말이야. "너는 내가 네 곁에 없다는 사실을 통해서 성장하게 될 거야, 내가 네 곁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말이야." 당신이 너무 미워.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야 할 자격이 있어, 너도 마찬가지야." 당신이 너무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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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2

from 글쓰기 2009. 6. 29. 02:59

오늘은 J의 기분이 좋다. 비가 온다. 비가 와, 나는, 이대로 식어서 내 아이를 낳을 거야, 하늘에 분홍색 구름을 보았어, 그래서 비가 올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있었어, 나는 이대로 식어 버릴 거야. J를 보면 언젠가, J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너무 여려서 누군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J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 여려서 누군가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해야만 했어, 라고 나는 J에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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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lue

from 글쓰기 2009. 6. 27. 02:13

해질녘이면 과거에 내가 쓴 글을 가지고 테라스로 나간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까지, 나는, 테라스에 앉아 그 글을 읽는다. 그리고 나는 과거와 얼마나 비슷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놀라고, 그럴 때마다 그 해답을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는, 열다섯을 기묘한 무인도에서 보내었다. 그곳에는 다다미가 깔린 집이 딱 한 채만 있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오는 어부들의 배를 훔쳐 타야만 했다. 섬 주위로는 온통 푸른 바다만이 있고, 닳아빠진 돌멩이들과, 누구도 밟지 않은 작은 모래사장 같은 것이 있었다. 그 때 난 가출하고, 열흘을 굶은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든 나를 어떻게 해 주길 바랐다, 정말 누구든 이었다, 그러다 어느 해변에서 낯선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향했다, 나는 낯선 사내와 팔짱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 사내가 나를 구원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나는 그저 푸른색에 중독되어 갈 뿐이었다. 그 섬은 사내를 위한 섬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때부터 글을 적기 시작했다. 사내 몰래 숨어서 글을 적었다. 주로 적은 것들은 그리운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 사내에게 내가 쓴 글이 들키면 나는 여지없이 벌을 받았다. 이걸 글이라고 적은 거니? 너 같은 건 안 돼, 나는 뜨거운 여름날 집 밖에 서 있는 벌을 받았다. 내 살갗에는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여름이 되면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가 내게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 같은 것은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그 섬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대신, 누군가가 내게 비난을 하면 안심이 된다, 익숙한 느낌, 그래 맞아, 나 같은 건 원래 그래, 열다섯 이후로 나는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 섬을 도망쳐 나올 때, 나는, 섬에서 내가 적은 글만을 가지고 나왔다, 플라스틱 비닐랩 같은 것으로 내 기억을 온 몸에 동여 메고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역 LOCKER 에 숨겨두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거길 다녀왔다, 500원, 0007, 내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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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Me Blue

from 글쓰기 2009. 6. 24. 21:04

 
저 하늘,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날 이런 곳에 세워 놓지 마, 조금만 있어 봐, 당신은 바닷가에 나를 세워 두고 페인트 통에 담긴 저런 하늘색의 물감을 내게 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머리카락에서 내려오는 물감이 눈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고, 입에서는 침과 함께 물감이 새어 나온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나는 열다섯에 집을 나왔고 해변에서 어느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함께 왔다. 이곳은 다다미가 깔린 집이 한 채 있고, 어부의 배들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 가끔 그 사내는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싫어, 라고 얘기하면 오늘은 밖에서 자, 라고 하거나, 오늘 밥은 없어, 라거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내 것이지? 벗어, 라고 말한다. 비폭력적인 고문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재우지 않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옷을 벗겨 놓는 거지, 그건 사람이 극도의 분노에 차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야,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로 위협하는 것 말이야, 그건 네 집이나 학교에서, 지금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과 같아. 그 사내가 말한다. 사내가 만족하면 내게는 샤워하는 것이 허락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허락되고, LES MISERABLE 를 읽는 것이 허락된다, 그리고 내 방 한편에 놓인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쳐다보는 것이 허락된다. 수고 했어, 사내가 말한다. 고마워, 내가 말한다. 학대는 칭찬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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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al Experience

from 글쓰기 2009. 6. 23. 23:40

그건 당신도 알다시피 이상한 경험이었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사실 난 ABBEY 가 더 좋아, 당신에게 거짓말했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니까, 그 시절을 상처받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 했어, 그리고 문제는 상처를 얼마나 적게 받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누구와 나누느냐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거야,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했던 행동들이 더 생채기를 내었으니까 말이야. 

낯선 곳에 와 버렸다, 이곳은 정말 낯선 곳이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사실 그 때는 무엇을 훔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변에서 당신을 만난다, 나는 열흘 동안 굶은 몸을 이끌고 당신과 팔짱을 낀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타고 헝겊같이 당신의 품에 안겨 이곳에 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에는 배가 얼마에 한 번씩 와? 하루에 두 번, 도망가려면 새벽에 일어나거나 해질녘에 저기에 서 있으면 돼, 당신은 저쪽을 가리킨다,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건 당신과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누가 살아? 너와 나, 여기에 누가 사냐니까, 너와 나.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당신과 둘이 있다는 것이 위험하고 무섭다기보다, 우주가 단 두 개의 사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카메라 마음에 들면 가져,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감춘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내겐 소용없어) 라고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가져. 나는 다시 카메라를 당신에게 보이게끔 한 뒤에 뒤돌아서서 저 모습을 찍는다, 도망치려면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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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 Order

from 글쓰기 2009. 6. 22. 00:37


곧 무너져 버릴 집, 우리가 살던 집, 철거되면 저 곳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그 건물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우리가 가야할 곳도 정해주지 않고, 멋대로 정한 금액만을 내어주고, 가지고 나가, 라고 하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저 건물의 소유주들은 빨리 우리가 나가기를 바라고, 그래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HUMANISM 같은 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려서, 저 바닥을 기면서 울고 사정을 해도, 뭐하는 거야, 라는 비웃음만을 받아, 소유는 제한을 통해서 얻어지고, 우리가 무언가를 가질 수 없을 때에만, 지목받은 누군가가 부유해 질 수 있는 거야,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유한하듯이, 이 나라의 부는 어느 한도 이상 높아지지 않아, 그러니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할 때에만 이 나라의 경제 지표는 플러스를 받게 되어 있어, 저 집을 나가면 나는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값싼 노동력의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게 되겠지.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매스미디어에서 뿜어내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거짓된 꿈을 키우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저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것을 찾고 (어쩔 수 없으니까) 따뜻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는 교훈만을 얻게 되겠지. 우리 같은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하는 것만을 배우면서 나머지를 보내게 되겠지, 너무 싫어, 세상도, 나도, 말이야.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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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s

from 글쓰기 2009. 6. 21. 21:52

집 앞 바다, 여긴 이상한 곳이다. 당신을 따라 온 이곳은 이상한 곳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집, 내가 지낼 수 있는 방이 있고, 그곳에서 당신은 밤이면 내 발을 씻겨준다. 가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해변에서 당신을 만나 당신을 따라 이곳으로 온다. 너희들도 꿈을 꾸니? 그렇게 헝클어진 모습으로도 꿈을 꾸니? 나는 집 앞 바다에 자주 나가 흐트러진 파도를 보면서 주문을 외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당신이 현금을 보관하는 곳과 열쇠를 두는 곳, 지갑을 잘 두는 곳, 뒷문이 있는 위치, 은행 통장이 들어 있는 곳을 유심히 봐 둔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입고 있던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를 버리고, 당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는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도 버리고, LES MISERABLE 이라고 적힌 찢어진 소설책을 기워 붙이고, 노점에서 훔쳤던 귤을 당신에게 건네어 주고,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새도우를 방안 한 곳에 가지런히 둔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찢어서 바다에 버린 엽서가 생각이 나고, 늦은 밤까지 조금도 편히 잠들지 못했던 과거의 집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도 몰라, 거긴 너무 싫어, 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몰래 당신이 쓰던 카메라를 가져와서 저 바다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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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s a longing.

from 글쓰기 2009. 6. 21. 18:38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나는 당신에게 일주일 넘게 갈아입지 않은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와 속옷을 들키고, 열흘간 굶었다는 사실도 들킨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과 찢어진 소설책도 노점에서 훔친 귤과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도 들킨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 쓰고 있던 엽서도 들킨다. 도망쳐 왔어, 당신에게 말한다. 어디서 왔어? 나에게 말한다. 서울, 그런데 여기에는 웬일이야? 가출이라도 한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는 좋은데 밤이면 무서워,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서워, 그렇게 누워서 떨고 있으면 어느 새 papa 가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가족들을 모두 깨우고 집에 있는 물건을 부수고 가족들을 때려, papa 는 좋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이 papa 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런 papa 를 보는 것보다,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쳤어. 가족들에게 잘못했어, 그런 가족들만 내버려 두고 나왔어, 그런데 나 좋아하지? 당신에게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나에게 말한다, 다들 그래, 나더러 착하고 예쁘대, 당신에게 말한다, 그러자 당신은 들고 있던 카메라로 타고 있던 배의 선체를 찍는다, 글쎄, 당신은 내가 배낭에 숨겨 두었던 엽서를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papa, mommy 미안해, 잘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어, 떠나와서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당신은 그걸 찢어서 바다에 버린다, 무슨 짓이야? 당신에게 말한다, 이걸로 끝이야, 나에게 말한다.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배를 타고,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한다. 가지고 있던 콘돔을 모두 써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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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1

from 글쓰기 2009. 6. 21. 02:39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해질녘 풍경을 보기 위해, J와 외출을 한다, J는 배가 불러오고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한다, J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하지만, 미혼모 따위로 살만큼 J가 강하지 않다, 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J는 20살에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J는 지금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조금 더 착해지고 상냥해 지기만 한다면,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J의 남자 친구는 J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군대로 도망쳤지만, 그 사실을 J만 모르는 듯하다, 아니야, 그가 말했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나는 J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J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J같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묘하게 J를 상대로 내 어릴 적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J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 얘기 알아?"
"어떤 이야기?"
해가 지면서 남아 있는 빛이 하늘을 붉게 만든다.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J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말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J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를 준 사람과 인격이 동일하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J는 바람에 흐르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핸드백에 있던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J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그 남자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한다. J는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신이 미혼모들을 얼마나 증오할지, 태어날 아이를 얼마나 미워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하늘은 붉고 예쁘다, J도 아름답다. J는 얼마 안 있어, J의 그 남자 친구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괜찮아."
J가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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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Anatomy

from 글쓰기 2009. 6. 20. 13:11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 날, 나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전날은 무서워서 당신을 찾아갔고, 나 같은 게 통과할 수 있을까? 라며 당신의 품에 안겨, 당신에게 말했다. 나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나쁜 일도 많이 했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이 했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내고,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를 때린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이런 것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당신은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과거의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너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단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나 하는 것만 기억한다면 좋겠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네 이런 모습이, 너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야.

  지금도 나는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언어로 살아, 그 때 이후로 내 언어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당신이 가르쳐 준 언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은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나를 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상관없는 거였어, 그걸로 구원을 얻는 거야, 당신이 옳았어, 가끔 당신과 함께 저 책을 읽던 때가 생각나, Gray Anatomy,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해, Anatomy is the science of the structure of the body, 당신이 없는 지금, 당신이 내겐 더 또렷해. 그 즐거움, 을 잊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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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de

from 글쓰기 2009. 6. 18. 23:09


 MDMA 를 복용한 날이면 꼭 이런 하늘을 본다, 미안해, 난 이것밖에 안 돼,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 저 하늘을 따라 해변에 도착해, 하얀색 운동화를 벗는다, 맨발의 나는 모래에 발을 묻고, 종아리까지 오는 스커트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바다로 들어간다, 잘 봐, 저 파도가 나를 혼내는 것을 말이야.


"늦었네."

"응."
"......"
"혼내도 좋아, 늦었다고 혼내도 좋아."

"아니야, 늦어도, 괜찮아."

"늦었네."
"지난번에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서."
"그래? 괜찮아."

"늦었네."
"그냥,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약속 장소에 오지 않는 거야?"
"아, 깜빡했어, 나를 혼내도 좋아, 나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
"아니야, 괜찮아."

"어디에 있는 거야? 연락이 왜 안 돼?"
"내가 뭐를 하든 괜찮다고 해서, 화났어?"
"아니야, 괜찮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괜찮다고 해서,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화났지? 나에게 화를 내도 좋아."
"너 도대체 왜 그래."
"화났지? 지난번에 괜찮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지? 이렇게 너도 나를 떠나 버릴 거지? 모두 그래, 나에게 질려서 떠나 버려, 너라고 별 수 없는 거야,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했을 때, 면 쉬지 않고 나에게 화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서 진심으로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누군가에게 사랑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그 이상의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고, 어느 누군가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이상의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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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k

from 글쓰기 2009. 6. 17. 23:43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잘할 테니까, 그러지 마, 잉크를 투명한 물이 담긴 비커에 떨어뜨리면 남은 것은 시간뿐이게 된다. 어느 때가 되면 잉크는 동일한 정도로 물 안에 가득할 것이다. 이별할 즈음에는 저런 실험을 아주 많이 한다. 눈이 즐거워지는 일일 뿐이야, 라고 당신이 말하고, 그렇지도 않아, 라고 내가 말한다. 나는 이 실험이 엉망이 되어서 당신과의 이별이 원활하지 않기를 바라고, 당신은 잉크의 연기가 물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가 당신에게 복수하는 길은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다른 연애에 실패하는 것을 당신에게 보여주는 거야, 엉망이 되어 버릴 테니까, 두고 봐, 라고 내가 말하고, 상처입지 않고 무언가를 놓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거야, 라고 당신이 말한다. 어느 날 하늘을 보면, 저기 저 모습처럼, 그 때의 '나'와 그 때의 '당신'처럼 잔뜩 흐린 날이 있어, 내가 얼마나 엉망이 되는지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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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Reaction

from 글쓰기 2009. 6. 17. 21:04

가끔 너무 폭주해 버린다, 주말 오전에 연인과 만나 공원을 걷고, 감자 샐러드와 칙피와 까망베르 소스의 돼지고기 요리로 점심을 먹고, 호텔 스파에 갔다가 룸에서 연인과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수영을 하고 간장 소스의 가리비 구이와 실파 향의 생선 구이, 쇠갈비 구이와 쇠갈비 찜으로 저녁을 먹고, 샤토 라투르를 마시다가, 해산물 샐러드와 베이컨말이를 안주로 스카치위스키와 기네스를 마시고, 이런 기분이라면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아, 라는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심야 영화로 공포 영화를 보고, 팝콘과 코크를 먹으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와, 클럽에서 연인과 나란히 엑스터시를 씹어서 넘기고, 새벽길을 걷다가, 자는 것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며 호텔로 돌아와 믹 재거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연인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4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나가 보트를 타고, 젖은 채로 모래사장에서 머피를 마시고, 구운 닭 가슴살 샐러드로 점심을 대신하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미술관에 들르고, 뮤지컬을 보고, 레드와인을 소스로 한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내가 운전할게, 라고 연인에게 말하고, 선루프를 열고 자동차를 고속으로 운전하고, 다음 날 오후 늦게까지 연인과 붙어 있으면, 연인은 게을러져서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다음 날까지도 일하러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집까지 따라 들어와, 내 품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나는 기말 고사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고, 과제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지 않고, 연인의 어리광을 소파에서 받아주고 있으면, 세상이 우리가 행복한 것을 허락해 줄까? 라는 쓸모없는 이야기를 연인이 하고,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싫다고 하며 연인과 크게 다투고, 연인은 그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고, 나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남자는 별로야, 라고 말하며 듣지 않는 척 한다, 나는, 그만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 라고 말하고, 연인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관계는 뭐야? 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정말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연인은 통제 불능이 되어 더 소리를 지르고, 나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오면, 연인은 학교까지 나를 쫓아와 창피를 주고, 나는, 그런 연인에게 울면서, 이상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잘못되어 버리나 봐, 라고 하며 연인의 품에 안기고, 연인은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내가 잘하게, 라고 말하고, 그 후 연인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피하고, 그러다 이제 그만 두자, 고 말하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나를 사랑하지마, 안 돼, 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을 그 사람에게 하고,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나는, 새로운 연인에게 이 사람하고 헤어졌는데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새로운 연인은 그 사람을 나로부터 떼어 낸다.


 - 폭주한 날이면, 예전에 당신과 있던 저 집을 찾아가, 기억하는지 모르겠어, 저 곳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아무리 애를 써도, 저기서 있었던 때만큼의 경험은 지금도 못해, 그래서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하는 걸까? 라는 의심을 하고 있어.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불행하게도 지금 저 곳은 지역 미술관으로 바뀌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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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ground

from 글쓰기 2009. 6. 14. 07:36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앞의 철통, 속은 지금도 소꿉장난하는 아이들로 붐빌까? 저 안으로 들어가면 금속성의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바닥에 묻어 있다. 성인이 되어 단 한번 저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내가 어렸을 때 잘못해서 혼이 나면 들어와서 울던 곳이야,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해서 숨어 있던 곳이야, 우리 이제 헤어질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어렸을 때처럼, 이건 분명히 잘못하는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줘. 당신이 저 통 안으로 들어가서 눕고 그 위에 내가 포개어 눕는다. 저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누군가 찾아와, 괜찮아, 이리 나와, 집에 가자, 라고 하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치마가 습기와 먼지에 젖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속옷이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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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Kiss

from 글쓰기 2009. 6. 11. 22:41

생일이면 저 등대로 간다, 열다섯 무렵에, 나는, 저 곳에서 생일을 보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되도록 부모님이 없거나 이혼을 하거나, 가난하거나, 공부 못하는 아이들끼리 어울려, 바다의 불이 꺼진 틈을 타 반짝이는 등대 밑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욕을 하고, 왜 부모님들이 자신의 죄를 우리에게 물려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고 하며 뜻도 모를 말들을 해대었다, 나는,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남자애들은 그런 나를 달래어 주어야 한다며 언성을 높이다 싸움이 일어났다, 여자애들은 그런 모습이 재밌다, 는 듯 깔깔대었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는 아무 소리하지 않고 바다로 눈을 감고 아래로 떨어졌고, 몸이 가벼웠던 나는, 이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양팔과 양다리를 벌리고 죽은 듯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어느 남자애가 저 등대 옆에 있던 구명부표를 던져 나를 건져내었고, 그 남자애는, 내 숨을 확인하기 위해 귀를 가져다 대더니, 코를 막고 인공호흡을 하려고 했다, 나는 그 남자애의 머리를 밀치며, 눈을 뜨고, 생일 축하한다, 고 해 줘, 라고 말했고, 순간 적막이 흐르는 것 같더니, 곧 무언가 터진 듯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 뽀뽀하려고 했지? 라고 하며 아이들이 그 남자애를 놀렸고, 나는 물기가 덜 마른입으로, 그 남자애의 목덜미를 잡고 내 입을 가져갔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입맞춤은 짜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짠 내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그 어린 시절로 인해, 바다향이 나는 사람하고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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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yster

from 글쓰기 2009. 6. 11. 21:57

기억해? 당신과 헤어졌던 기찻길, 철도 레일을 의자 삼아서 저렇게나 많은 굴을 까먹던 일, 불을 피우고 담요를 덮고 하이네켄과 호가든을 번갈아 가며 마시던 일, 껍질을 잘 모아서 너에게 선물해 줄게, 우리는 이런 기억을 공유하는 거야, 앞으로 너는 굴을 만질 때나 굴을 먹을 때, 나를 몹시도 그리워하게 될 거야, 당신이 그랬어, 나는 기차를 타면 철도 레일 옆에 굴 껍질이 떨어져 있지는 않나 살펴봐, 왠지 그걸 발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저기에 당신이 왔다 갔구나, 하고, 당신 말처럼 이후로는 굴을 먹지 않아, 보지도 냄새 맡지도 않아, 당신이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때의 기억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까 다음에 나를 보았을 때, 는 많이 칭찬해 줘야 해, 지금까지 그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당신이 아니라, 그 때 당신 옆에 있던 '나'에 대한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그렇게 살아있었다는 것에 조금의 후회도, 반성도, 미련도, 연민도 없는 '나'에 대해서 말이야,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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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ting Room

from 글쓰기 2009. 6. 11. 00:06

내가 살던 방은 지금도 잠겨 있다, 나는, 저 곳에서, 나의, 나머지 1년을 보내었다. 공포와 불안과 사랑과 이별이 매일 반복되어 이어져 오던 곳, 나를 학대하던 당신마저 내게 없으면 난, 외로워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곳, 당신은 밤마다 내게 이상한 연극을 시킨다, 앞으로 너는 '네', 라고만 대답하는 거야, 네, 너는 더러운 애야, 네, 너는 나쁜 애야, 네, 너는 죽어도 나를 떠나지 못해, 네, 아래에서 사람이 있는지 불러본다, 돌멩이를 던지고 인기척이 있는지 살핀다, 밤이 되면 저곳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밤이 오길 기다려 저 곳에 불이 켜지는지를 보면 될까? 나는 저 아래에 주저 않는다, 마냥 저 창을 보며, 밤이 오길 기다려, 만약 저 창에 불이 켜지면 나는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저 창살을 떼어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밤이면, 당신으로 부터, 도망친다, 온몸에 땀이 쏟아지도록 비명을 지르면서 거리로 달려간다, 내 모습에 사람들이 내게서 멀어지고, 그 모습에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해 다시 당신에게 잡혀가는 나는, 매일 밤, 당신으로 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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