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꿈을 꾸었어, 내가 무언가로 부터 급하게 쫓기는 꿈이었어, 그리고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당신이 서 있었어, 그러다 잠에서 깨었어, 당신은 늘 내게 이야기하고는 했어, 넌 언제나 쓸모없는 그림을 그려, 넌 언제나 쓸모없는 글을 써, 라고 말이야. 알고 있어, 나는 조금 더 쓸모없어 지려고 해, 그렇게 해서 당신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않아), 저 사진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야, 푸른색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두었어, 당신이 보았다면, 역시 쓸모없다고 했겠지? 괜찮아, 나도 내가 형편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렇지만 형편없는 사람도 행복해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 거야. 각오해, 나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나는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이 나라는 그 한 사람을 위한 법을 만들려고 할 테지만, 사실은 만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천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만이 사실인 거야. 저길 봐, ART GALLERY 가 얼마나 솔직한지 말이야, 저기엔 한 사람의 천재도 만 명의 사람들도, 당신도 보이지 않아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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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꿈을 꾸었어, 내가 무언가로 부터 급하게 쫓기는 꿈이었어, 그리고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당신이 서 있었어, 그러다 잠에서 깨었어, 당신은 늘 내게 이야기하고는 했어, 넌 언제나 쓸모없는 그림을 그려, 넌 언제나 쓸모없는 글을 써, 라고 말이야. 알고 있어, 나는 조금 더 쓸모없어 지려고 해, 그렇게 해서 당신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요즘은 그림을 그리지 않아), 저 사진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야, 푸른색이 마음에 들어서 찍어두었어, 당신이 보았다면, 역시 쓸모없다고 했겠지? 괜찮아, 나도 내가 형편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렇지만 형편없는 사람도 행복해질 이유는 분명히 있는 거야. 각오해, 나는 이제 겨우 시작했을 뿐이니까 말이야. 나는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믿지 않아, 그래서 이 나라는 그 한 사람을 위한 법을 만들려고 할 테지만, 사실은 만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의 천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희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만이 사실인 거야. 저길 봐, ART GALLERY 가 얼마나 솔직한지 말이야, 저기엔 한 사람의 천재도 만 명의 사람들도, 당신도 보이지 않아서 좋아.
무엇을 하면 좋을지도 알지 못했다, 그 나이의 나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떤 것도 알 수 없었다. 저
그림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도 15살 무렵에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전혀 몰랐던 것일까?
당신에게 버림받기 이전부터 내게는 상처가 있었던 거야. 길을 나선다, 밖은 뜨겁고 여름은 기약없이 길게 뻗어 있다. 저 동상을 볼 때마다 나, 는 나에게 묻고는 한다, 그 사람을 내가 사랑하게 된다면 어린 시절의 나를 내가 용서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을까? 나, 는 또 나에게 묻는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어린 시절의 너를 닮은 사람을 네가 사랑하는 일도, 그렇게 네가 너를 용서하는 일도 없을 거야, 당신이 나에게 묻는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저 하늘을 보았다, 입 안 가득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이 드는 구름 아래로, 난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왜 내겐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걸까? 당신에게 물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저 녀석들이 잘못한 거야, 녀석들 정말 멋대로 지껄이던걸, 네가 먼저 잠자리를 하자고 했다는 둥, 네가 먼저 꼬드겼다고 하는 둥, 하면서 말이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백 명의 남성과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가진다고 해도, 녀석들이 어떤 이유나 조건 없이 너와 자는 것이 허락되는 것은 아니야, 관계는 상대적인 거야. 그래도 내가 잘못한 거지? 나는 당신에게 안겨 어깨를 들썩거린다, 당신은 아무 말 없이 그런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잘 있어, 라고 하며 떠난다. 네 잘못이 아니야, 당신이 말한다.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않아도 좋아. 그래, 그렇지만 아직도 나는 저 사진을 왜 찍었는지 모르겠어, 왜 저런 풍경을 보고 있었는지도, 저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괜찮아,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야,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네가 무엇을 겪든, 내가 어떤 일을 당하든, 그걸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이건 단순히 EMPATHY 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 그걸 가질 수 없는 사람, 이라는 것이 있어, 이를 테면 이 나라의 MR. PRESIDENT 같은 경우에 말이야, 왜 그걸 모를까, 하면서 화를 낼 이유가 없는 거야, 이해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는 거야, 이건 EMPATHY 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 NARCISSIST 를 사랑하는 것만큼, NARCISSIST 를 동정하는 것만큼, 가치 없는 일도 없어. 정말 그럴까? 그래, 저 모습을 보고 있는 너는 분명히 아름다웠을 거야, 그걸로 나는 좋아, 그게 너와 내가 즐거워해야 하는 이유인 거야.
나의 오래된 친구, 당신은 내 등에서 살아, 낮게 엎드려서, 나에게 빌붙고, 에어컨 바람도 피하고, 뜨거운 햇살에 눅눅해져, 땀이나 쏟아내면서 말이야, 나는 쉬지 않고 싸울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끝장을 내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오랜 시간을 두고 결코 지치지 않고 싸울 거야,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야, 얼마나 끈질지게 싸우는지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 나는, 우리의 아이들을 기를 거야, 그 아이의 아이들이 또 싸워줄 거야, 그렇게 멈추지 않고 싸울 거야.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무지한 자들에게 삽을 들려주는 편에 정의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시민들이 법을 만든 목적은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지만, 우리들이 법을 만드는 목적은 즐겁게 살기 위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거야, 이제 선택해, 우리들 중 절반은 이미 범죄자야, 단지 무작위 추출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사람들 말이야, 꼭꼭 숨어, 그게 우리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이유야 _ HILTON HOTEL에서 J가. J가 이상하다.
저 하늘,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날 이런 곳에 세워 놓지 마, 조금만 있어 봐, 당신은 바닷가에 나를 세워 두고 페인트 통에 담긴 저런 하늘색의 물감을 내게 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머리카락에서 내려오는 물감이 눈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고, 입에서는 침과 함께 물감이 새어 나온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나는 열다섯에 집을 나왔고 해변에서 어느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함께 왔다. 이곳은 다다미가 깔린 집이 한 채 있고, 어부의 배들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 가끔 그 사내는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싫어, 라고 얘기하면 오늘은 밖에서 자, 라고 하거나, 오늘 밥은 없어, 라거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내 것이지? 벗어, 라고 말한다. 비폭력적인 고문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재우지 않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옷을 벗겨 놓는 거지, 그건 사람이 극도의 분노에 차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야,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로 위협하는 것 말이야, 그건 네 집이나 학교에서, 지금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과 같아. 그 사내가 말한다. 사내가 만족하면 내게는 샤워하는 것이 허락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허락되고, LES MISERABLE 를 읽는 것이 허락된다, 그리고 내 방 한편에 놓인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쳐다보는 것이 허락된다. 수고 했어, 사내가 말한다. 고마워, 내가 말한다. 학대는 칭찬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낯선 곳에 와 버렸다, 이곳은 정말 낯선 곳이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사실 그 때는 무엇을 훔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변에서 당신을 만난다, 나는 열흘 동안 굶은 몸을 이끌고 당신과 팔짱을 낀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타고 헝겊같이 당신의 품에 안겨 이곳에 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에는 배가 얼마에 한 번씩 와? 하루에 두 번, 도망가려면 새벽에 일어나거나 해질녘에 저기에 서 있으면 돼, 당신은 저쪽을 가리킨다,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건 당신과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누가 살아? 너와 나, 여기에 누가 사냐니까, 너와 나.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당신과 둘이 있다는 것이 위험하고 무섭다기보다, 우주가 단 두 개의 사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카메라 마음에 들면 가져,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감춘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내겐 소용없어) 라고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가져. 나는 다시 카메라를 당신에게 보이게끔 한 뒤에 뒤돌아서서 저 모습을 찍는다, 도망치려면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해질녘 풍경을 보기 위해, J와 외출을 한다, J는 배가 불러오고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한다, J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하지만, 미혼모 따위로 살만큼 J가 강하지 않다, 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J는 20살에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J는 지금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조금 더 착해지고 상냥해 지기만 한다면,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J의 남자 친구는 J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군대로 도망쳤지만, 그 사실을 J만 모르는 듯하다, 아니야, 그가 말했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나는 J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J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J같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묘하게 J를 상대로 내 어릴 적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J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 얘기 알아?"
"어떤 이야기?"
해가 지면서 남아 있는 빛이 하늘을 붉게 만든다.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J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말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J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를 준 사람과 인격이 동일하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J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그 남자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한다. J는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신이 미혼모들을 얼마나 증오할지, 태어날 아이를 얼마나 미워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나는 괜찮아."
J가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 날, 나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전날은 무서워서 당신을 찾아갔고, 나 같은 게 통과할 수 있을까? 라며 당신의 품에 안겨, 당신에게 말했다. 나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나쁜 일도 많이 했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이 했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내고,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를 때린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이런 것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당신은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과거의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너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단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나 하는 것만 기억한다면 좋겠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네 이런 모습이, 너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야.
지금도 나는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언어로 살아, 그 때 이후로 내 언어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당신이 가르쳐 준 언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은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나를 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상관없는 거였어, 그걸로 구원을 얻는 거야, 당신이 옳았어, 가끔 당신과 함께 저 책을 읽던 때가 생각나, Gray Anatomy,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해, Anatomy is the science of the structure of the body, 당신이 없는 지금, 당신이 내겐 더 또렷해. 그 즐거움, 을 잊을 수가 없어.
MDMA 를 복용한 날이면 꼭 이런 하늘을 본다, 미안해, 난 이것밖에 안 돼,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 저 하늘을 따라 해변에 도착해, 하얀색 운동화를 벗는다, 맨발의 나는 모래에 발을 묻고, 종아리까지 오는 스커트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바다로 들어간다, 잘 봐, 저 파도가 나를 혼내는 것을 말이야.
"늦었네."
"응."
"......"
"혼내도 좋아, 늦었다고 혼내도 좋아."
"아니야, 늦어도, 괜찮아."
"늦었네."
"지난번에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서."
"그래? 괜찮아."
"늦었네."
"그냥,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약속 장소에 오지 않는 거야?"
"아, 깜빡했어, 나를 혼내도 좋아, 나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
"아니야, 괜찮아."
"어디에 있는 거야? 연락이 왜 안 돼?"
"내가 뭐를 하든 괜찮다고 해서, 화났어?"
"아니야, 괜찮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괜찮다고 해서,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화났지? 나에게 화를 내도 좋아."
"너 도대체 왜 그래."
"화났지? 지난번에 괜찮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지? 이렇게 너도 나를 떠나 버릴 거지? 모두 그래, 나에게 질려서 떠나 버려, 너라고 별 수 없는 거야,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했을 때, 면 쉬지 않고 나에게 화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서 진심으로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누군가에게 사랑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그 이상의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고, 어느 누군가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이상의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가끔 너무 폭주해 버린다, 주말 오전에 연인과 만나 공원을 걷고, 감자 샐러드와 칙피와 까망베르 소스의 돼지고기 요리로 점심을 먹고, 호텔 스파에 갔다가 룸에서 연인과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수영을 하고 간장 소스의 가리비 구이와 실파 향의 생선 구이, 쇠갈비 구이와 쇠갈비 찜으로 저녁을 먹고, 샤토 라투르를 마시다가, 해산물 샐러드와 베이컨말이를 안주로 스카치위스키와 기네스를 마시고, 이런 기분이라면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아, 라는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심야 영화로 공포 영화를 보고, 팝콘과 코크를 먹으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와, 클럽에서 연인과 나란히 엑스터시를 씹어서 넘기고, 새벽길을 걷다가, 자는 것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며 호텔로 돌아와 믹 재거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연인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4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나가 보트를 타고, 젖은 채로 모래사장에서 머피를 마시고, 구운 닭 가슴살 샐러드로 점심을 대신하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미술관에 들르고, 뮤지컬을 보고, 레드와인을 소스로 한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내가 운전할게, 라고 연인에게 말하고, 선루프를 열고 자동차를 고속으로 운전하고, 다음 날 오후 늦게까지 연인과 붙어 있으면, 연인은 게을러져서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다음 날까지도 일하러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집까지 따라 들어와, 내 품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나는 기말 고사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고, 과제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지 않고, 연인의 어리광을 소파에서 받아주고 있으면, 세상이 우리가 행복한 것을 허락해 줄까? 라는 쓸모없는 이야기를 연인이 하고,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싫다고 하며 연인과 크게 다투고, 연인은 그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고, 나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남자는 별로야, 라고 말하며 듣지 않는 척 한다, 나는, 그만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 라고 말하고, 연인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관계는 뭐야? 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정말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연인은 통제 불능이 되어 더 소리를 지르고, 나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오면, 연인은 학교까지 나를 쫓아와 창피를 주고, 나는, 그런 연인에게 울면서, 이상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잘못되어 버리나 봐, 라고 하며 연인의 품에 안기고, 연인은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내가 잘하게, 라고 말하고, 그 후 연인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피하고, 그러다 이제 그만 두자, 고 말하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나를 사랑하지마, 안 돼, 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을 그 사람에게 하고,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나는, 새로운 연인에게 이 사람하고 헤어졌는데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새로운 연인은 그 사람을 나로부터 떼어 낸다.
- 폭주한 날이면, 예전에 당신과 있던 저 집을 찾아가, 기억하는지 모르겠어, 저 곳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아무리 애를 써도, 저기서 있었던 때만큼의 경험은 지금도 못해, 그래서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하는 걸까? 라는 의심을 하고 있어.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불행하게도 지금 저 곳은 지역 미술관으로 바뀌어 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