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migration

from 글쓰기 2009. 5. 17. 13:43

"네가 지금 상처받았다면, 그건 네 과거의 상처인 거야, 지금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미래에도 같은 일로 상처받게 될거야. 네 몸은 상처받은 일, 들만을 반복해 내는 기계처럼 되는 거야."

이렇게, 그는 이별 앞에서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이 말을 듣지 않았고, 그가 나와 헤어진 이유는, 내가 이별 앞에서 그가 한, 이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를 미행한다, 그의 뒤를 따라서, 그는 오전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날은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 집으로 귀가하고, 몇 명의 여성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외출을 한다. 그는 때로는 웃고, 울고 있는 타인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가끔씩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는 내가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를 미행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알지 못할 자괴감과 수치심이 몰려와 난, 얼굴이 붉어졌다. 어느 여성과 만나, 그가 웃으면서 그 여성과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에, 내가 나타나, '이 여자 때문에 나와 헤어지나고 한거야?' 라고 소리치며 악에 받혀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렇게도 되지 않았다. 그는 일상 속에 녹아 있었고 그의 일상이, 나는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내 것은 무엇이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나는 와인 2병과 스카치위스키 1병, 소주 1병과 맥주 3병을 마시고 그의 집을 찾았다. 문이 열리고, 그와 낯선 여성이 있는 아파트 앞에서, 괜찮아? 들어와, 라고 그가 말하고 낯선 여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도움이 필요해, 그가 말하고, 낯선 여성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그래? 라는 표정으로 차가운 물을 내게 가져다준다. 그는 나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히고 외투를 벗겨 주고, 낯선 여성은 담요를 가져와 나를 덮어준다. 식탁에는 내가 먹은 것보다 값싼 와인, 과 샐러드와 촛불과 파스타가 먹지 않은 채로 놓여 있고, Ban & Olufsen 의 BeoLab-nine 에서는 'Totem Pole' 이 저음으로 흘러나온다. 낯선 여성은, 그만 갈래, 하는 눈짓으로 그를 보고, 그래, 내일 봐, 라고 그가 말한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가 내 어깨를 살며시 누르며, 오늘은 여기에 있어, 도움이 필요해, 라고 말한다. 나는 금방 울 것 같이 되어서, 용기 내어서, '저 여자 때문에 나와 헤어진 거야?' 라고 말하고, 그는 살며시 웃으며, 기계가 되어서는 안 돼, 라고 말한다. 낯선 여성이 아파트를 떠나고 그는 내 곁에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난 네 상처가 얼마인지 몰라, 네가 지금 상처받았다면 그건 네 과거의 상처인거야. 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네 곁에 있어줄 수는 있지만, 내 사랑이 네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 넌 확신을 가지고 내가 널 어떻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게 아닌 거야. 돌이켜 보면, 네가 이렇게 술을 마시고 헤어진 누군가를 만나러 오는 것이 처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물론 다른 사람을 미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닐 거야. 그건 나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해.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네가 이전에 해왔던 이별의 이유와 같은 것들이 너와 나 사이를 저울질 할 거야. 기계가 되어서는 안 돼, 오늘은 여기에 있어.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 당신이 나와의 선을 분명히 그은 날을 기억해, 그 선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그 날 이후로 내가 나를 바라보게 된 때를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이후로도 당신이 미웠고 나를 그렇게 만든 당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 그렇지만 그 날 밤의 당신의 모습은 내게는 큰 용서였고 믿음이었어. 지금도 당신이 밉지만, 난, 그 날 밤의 당신의 모습, 과 당신에 대한 미움을 동시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해, 알아, 결코 당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살아 있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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