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해당되는 글 128건

  1. Dreamer 2 2009.08.18
  2. Sun 2009.08.14
  3. Addictive Economy 2 2009.08.10
  4. Riddle 2009.08.10
  5. Growth Factor 2009.08.10
  6. Lucky 2 2009.08.09
  7. Liar dice 2009.08.09
  8. Something Wrong 2009.08.08
  9. Feelings of inferiority 2 2009.08.08
  10. The most important thing 2009.08.08
  11. Click Stop 2009.08.07
  12. Always Beauty Confidence 2009.08.06
  13. Fire Engine 2 2009.08.05
  14. Stand Around 2 2009.08.05
  15. Fashion island 6 2009.08.01
  16. Black Letter 2 2009.07.31
  17. Hot Air 2009.07.31
  18. One Day 2009.07.30
  19. On My Pillow 2 2009.07.29
  20. The supreme 2009.07.27
  21. Strange Days 2 2009.07.27
  22. The underground homeless 6 2009.07.26
  23. The Media #2 2 2009.07.23
  24. Port named 2 2009.07.23
  25. Leaf on Fire 2 2009.07.22
  26. Oil Painting 2009.07.16
  27. Human Heart 10 2009.07.14
  28. Lability 2009.07.13
  29. Brand New Day 2009.07.13
  30. Rainy Weather 4 2009.07.12

Dreamer

from 글쓰기 2009. 8. 18. 10:22
밤이면 키 작은 사람들이 내 방으로 들어와 나를 조각해, 나는, 잠이 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라, 왜 일까? 내가 무엇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사람들은 나를 조각하기 위해 내 방을 찾아와, 밤이면, 나는 나체가 되어 침대에 누워, 나를 조각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잣말을 하고 있으면, 그런 나를 발견하는 사람이 내 방을 찾아와, 왜 일까? 다음 날이면 나, 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변해 있는 나,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지 못하고, 밤이면, 나는 더욱 나체로 침대에 누워, 매일 같은 소원을 빌고 있어,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왜 일까? 밤이면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틈에서 벌거벗은 나, 로 인해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내가 만들어 내지 않은 나, 라는 사람은 무슨 소용이며, 내가 조각해 버렸던 사람들은 또 무슨 소용일까?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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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from 글쓰기 2009. 8. 14. 06:51
솔직해지자고 생각했을 때 당신은 이미 내 세상 사람이 아니었어, 슬픈 운명을 타고났거니, 라고 생각을 하려고 해도 _ 할 수 없어, 라고도 해도 _ 글쎄, 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던 거야, 라고 나는 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긴 밤을 타고 하늘거리는 새벽으로 달려가고 있어, 얼마 전에 굉장히 음산하고 나태한 이미지들을 보았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촬영하겠다고 하며 뛰어든 곳은 뭐랄까,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궁전 같은 곳이었어, 술을 따르고 거기에 또 술을 따르고 또는 거기에 또 술을 따르고, 이걸 마실 수 있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 앞에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어, 나는, 그 사람에게 잠깐만, 이라고 하고 사진 한 장만 찍게 해 줘, 라고 말한 뒤 그 사람의 얼굴을 최대한 조리개를 조이고 찍어 두었어, 잘 봐, 라고 하며 나는 냅킨을 치마 위에 수북이 쌓아두고 긴 통로처럼 되어 있는 술과 술과 술이 담겨 있는 짧지 않은 잔을 들이켰어, 붉은색이, 치마 위로 떨어지고 블라우스를 적시고 구두에 점점이 박힌 술방울들이 대리석 바닥으로 물처럼 흘러내렸어. 내 모습을 찍어 줘, 나는 온통 빨간색 투성이의 립스틱을 전신에 바른 것처럼 젖어서 웃고 있었어. 그렇게 내 어릴 적 상처를 재현하고 싶었어, 상처를 재현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

2009/08/13 - [어떤 날] - Brush 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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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ve Economy

from 글쓰기 2009. 8. 10. 12:26

그래, 행복해 졌어? 세상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파느냐 하는 것으로 시끄러운데 말이야. 결국은 직업이 없어서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였던 거야.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었어, 네 불우한 어린 시절 같은 건 관심 밖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네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이 커지고 있어, 그래, 이번에 너는 무엇을 살 거니? 구름이 징검다리를 만든다, 하늘은 옅어진다. 구름 뒤에 가려진 태양은 징검다리의 명암을 조절하며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태양은 자신을 광고하지 않는다. 대신 해고되고 이 사회에서 버림받고 거세된 40대의 자녀는 범죄자가 되어 갈 뿐이다. 10년 뒤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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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dle

from 글쓰기 2009. 8. 10. 02:37

내게 수수께끼를 낼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나는 진실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아, 물론 네 마음 같은 것도 알고 싶지 않아, 내가 좋으면 좋은 거야, 너는 이대로 있어, 당신이 내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저 그림과 같은 것을 그린다, 날 구해 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옷을 함부로 벗지 말 것, 모기에 물리지 말 것, 춤추지 말 것, 그리고 앉아 있지 말 것, 내게 수수께끼를 낼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나는 다시 당신에게 혼이 난다. 나는 점점 더 착해져 간다. 불행하게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저 그림과 같은 것을 그린다, 날 구해 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네가 무엇을 하든 그건 네 의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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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Factor

from 글쓰기 2009. 8. 10. 02:21

내 키는 이만큼 컸는데 너희는 내가 어릴 때 놀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나와 너흰 달라, 자 누가 옳은 것일까? 너희가 한번 선택해 봐. 선택할 것이 없을 때면 무엇이 옳고 그르다, 평가할 수 없어진다. 옳은 것이 진실이 아니고 그릇된 것이 거짓이 아니다, 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건 저 철제 벽도 나도 마찬가지다. 녹슨 철제 기둥을 호박잎이 타고 오른다. 나는, 쿵, 하고 살짝 철제 벽을 만지고 손바닥을 펼쳐 본다.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다. 나는 쪼그려 앉는 대신, 저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옆으로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지나간다, 그 옆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내, 가 흙장난을 하고 있다, 그때는 손에 무엇이든 묻어 있어 헤어짐과 같은 단어에 생소했다, 다시 한번 손을 펼쳐본다, 오른 손가락의 셔터를 눌렀던 감촉이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다. 슬프게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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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from 글쓰기 2009. 8. 9. 17:25

저런 빛의 하늘을 볼 수 있는 때를 알게 되었어, 힘들게 아주 우연히, 바쁘게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뛰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어떤 날이었어. 가쁜 숨을 쉬면서 헉헉, 거리다 하늘을 보았어, 저 빛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야, 아니면 내가 보고 싶어하던 것이야, 나는 당신에게 전화했어, 오늘은 당신에게 못 가, 저 하늘을 보면서 나는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지금까지 내가 보고 싶어하는 하늘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녔는지가 떠올라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래, 이제는 어디든 가지 않아도 상관없어 졌어, 나는, 이 시간을 조심스럽게 메모했어, 아무 곳에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였어, 나는, 이제 당신 같은 건 필요 없게 되었어, 그래서 아직도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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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r dice

from 글쓰기 2009. 8. 9. 00:35
이 대목에서 네가 화내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 거짓말이 진실이 되고 농담은 사랑이 되어 버린다. 나는 금세 초라해진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리고 말하기 시작하면 네가 말하지 않고 그토록 소망하던 것이,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왜 있잖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평범해 지고 싶어, 와 같은 것 말이야. 네가 가진 비밀은 사실 별 볼일 없어. 당신은 참 무책임하다. 아픔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각자에게 특별하다, 이 말은 당신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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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Wrong

from 글쓰기 2009. 8. 8. 23:59
이 각박한 세상이 너를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야, 이 각박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네가 살아남는 거야, 내가 기억하는 것은 정말 이것뿐인 것일까? 그 누구도 아닌 네가 살아남는 거야, 무슨 말이었을까? 난생처음 나는,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아닌 내가 살아남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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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s of inferiority

from 글쓰기 2009. 8. 8. 18:15
이 시간이면 우리는 깨끗해지는 거야, 시계는 보지 마, 지금인 거야, 알고 있어, 너는 내 판타지를 이루어줄 수 없어, 너는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 널 탓하지 마, 대신 지금부터 너는 나만 기억하는 거야, 네 앞엔 어떤 남자도 없는 거야, 너는 나만 기억하는 거야, 그게 네가 나에게 용서받는 길이야, 당신이 나에게 말한다. 나는 몇 번씩 고개를 끄덕이고 울면서, 그럴게요, 그렇게 할게요, 라고 말한다. 미안해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어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은 웃는다, 그렇게 나는 저주받는다. 나는 옷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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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important thing

from 글쓰기 2009. 8. 8. 00:48
가장 침묵할 수 있는 것, 네가 가장 잘 아는 것, 아무리 밤이 깊어도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네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행동해야 해. 너는 그걸 알고 있어야 해. 반복해서 당신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술에 취해 있고, 당신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잠이 들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하면 당신이 화를 내지 않는지 메모해 놓은 노트를 보며, 당신이 귀가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 나는 노트를 덮고 문을 열고 당신의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한다. 당신이 왜 눈을 못 마주치느냐고 내게 소리를 지르며, 나를 무시하는 거야? 라고 하며 나를 떠밀 때까지,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볼 수 없다. 매일 밤 그런 연극을 하다 보면 자의식은 우물처럼 깊어지고, 누군가 나타나서 당신을 내가 보는 앞에서 아주 혼을 내준다든지, 나를 이런 곳에서 끌어내어 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게 된다. 어두운 이야기이고 기분 나쁜 이야기이며, 누구도 여기에 개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나는 외로워질 수 있다. 가끔 사람은 이해하기 쉬운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없이도 다른 이를 때릴 수 있고, 그건 배가 고파서일 수도 있고, 날씨가 더워서일 수도 있고, 유독 그 순간이 기분 나빠서일 수도 있다. 나는 줄곧 그 '아무 이유 없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당신과 완전히 끝장이 나 버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게 몹시 분했지만 지금도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한계는 당신과 정말 끝나버렸음에도 매일 밤 당신과 하던 연극을 나 혼자서 되풀이하게 만든다. 세상이 불합리하다면 그런 연극이 현재를 지배하기 때문일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번에는 다를 거야, 라고 하며 매번 당신과 닮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난다. 누구에게든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 버려서, 어느 순간에 나는 연극을 잠시 그만둘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그걸 당신이 먼저 알았어야 했어, 이 말을 가장 처음 나에게, 그리고 누구에게든 들려주고 싶어지는 때에는 당신이 견딜 수 없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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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 Stop

from 글쓰기 2009. 8. 7. 17:07
녹차, 비가 온다, 바람이 서늘해진다, 찻잎을 머금은 입술은 녹차 빛을 띠어 간다, 녹차를 마신다, 배가 따뜻해진다, 그래, 나는, 따뜻한 사람이야. 비가 그치기 전까지, 그만, 잠들지 마,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이대로 당신이 잠들어 버리면 나는 무서워, 나 혼자 남아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서 싫어,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이 잠들면, 나는당신의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댄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당신에게 입맞춤한다, 나는, 손을 뻗어서 당신의 몸이 뜨거워지는지 확인한다. 일어나,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줘,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이대로 나는 당신 옆에서,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줄 때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 잘 봐, 당신 아닌 사람들이 나를 밟고 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당신 아닌 사람들이 여기로 와서 나를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같이 잠을 자고 할 거야,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줄 때까지 나는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할 거야, 자신 있어, 당신도 알지? 내가 이런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말이야. 당신이 나를 멈추어 주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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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Beauty Confidence

from 글쓰기 2009. 8. 6. 16:07

멀어지지 마,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이대로 더 있어,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당신의 살이 내게 닿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잠들 수 있는 날을 계속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날이 갈수록 당신을 확인하는 순간이 늘었고, 이게 아니야, 처음 당신이 나를 안았을 때의 느낌은 이게 아니었어, 라고 하면서, 당신에게 나를 더 안아달라고 조르고는 했어, 나는, 벌거벗은 내 모습이 싫어, 라고 말하고, 넌 참 이상한 아이야, 네 옷을 벗기면 이런 반점들이 가득해, 라고 당신이 말했어. 나를 캠코더로 촬영하는 것이 싫어, 라고 말하고 이제 그런 일은 그만 하라고 당신에게 말했어, 이리 와, 당신이 말하고, 나는 당신의 품 속에서 당신의 손에 들고 있던 거울을 보면서 웃었어.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잊지 마, 라고 당신이 말하고, 나는, 그럴 리가 없어, 라고 하면서 고개를 저었어, 그러면 당신이 내게 말하는 거야, 웃어, 거울을 들이대면서, 그러면 나는 다시 웃었어,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잊지 마, 당신이 말했어. 네가 얼마나 못 생겼는지 너도 알아야 해, 라고 당신이 말했어. 이런 당신에게 나는 정말 복수할 수 있는 걸까, 에 대해서 요즘은 진지해. 아름답지 않은 나는, 정말 당신에게 복수할 수 있는 걸까, 에 대해서 요즘은 심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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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Engine

from 글쓰기 2009. 8. 5. 12:32
한 번도 관계에서 좌절을 경험하지 않게 되면 위험해, 당신이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한다. 그렇잖아? 좌절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건 지금껏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돌아보지 않았다는 말과 같으니까 말이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거야. 네가 누구의 딸인지, 누구의 언니인지, 누구의 제자인지, 누구의 친구인지, 하는 등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를 잃게 되는 건 위험해, 당신이 말한다. 그럼 내가 당신을 잃게 된다면 내가 누구인지 더 분명해 질 거라는 말인 거야? 내가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 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것이든, 그것이 나이든 그렇지 않든, 네가 있는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야, 당신이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한다. 곧 알게 될 거야, 당신이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싫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의 '나'인지가 분명한데도 당신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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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Around

from 글쓰기 2009. 8. 5. 00:59
너는 어디에서 사니? 당신이 묻는다. 나는 도시의 언덕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모두 여기에서 살아, 이 도시에 빌붙을 수 있다면 한 평의 방이라도 상관없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내 손을 잡는다,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당신이 웃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말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마, 그러면 네가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대신 볼 수 있는 재능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널 상처 입힐 거야, 당신이 말한다. 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을 묻고 나서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 당신에게 고마웠고, 저녁을 먹지 않은 배가 너무 고팠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생각하던 나에게 '나'란 어떤 존재일까, 에 대한 의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령 당신과 헤어져 더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를 지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면 당신이 그날 밤 내게 했던 그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안전한지, 또는 내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만큼 눈이 맑아졌는지를 내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웃는다. 정말 난 쓸모없어, 그래서 당신이 나를 떠난 거야, 이것보다 더 쉬운 답을 찾는 것이 싫은 날, 나는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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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island

from 글쓰기 2009. 8. 1. 00:49
사람은 어느 순간 어떤 상황이 되면 무슨 말이든 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 내가 넘어지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아파하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눈물을 보이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너에게 사랑해 라고 한 건 그런 의미였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날 잊을 생각 같은 건 아예 않는 것이 좋아.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더 알고 있어, 당신이 일러주지 않았던 말 중의 하나야, 나는 보이는 그대로를 믿기로 했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야,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위해서 보이는 그대로를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어, 걱정하지 마, 당신 따위 절대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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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etter

from 글쓰기 2009. 7. 31. 03:25
나를 따라와, 나를 따라와, 눈을 감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당신이 말한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어디든 기대고 싶은 순간 속으로 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내 안으로 다가오는 당신의 모습을 본다, 따라갈게, 나를 버리지 마, 나를 버리지 마, 내가 말한다,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도 나도 늙고 병들게 될 거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나를 따라와, 내가 아주 맛있는 밥이 있는 곳을 알아, 네가 소리 내지 않아도 좋은 기막힌 술집을 알아, 네가 무엇을 해도 너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을 내가 알고 있어,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 이제 나 혼자만 남아서 당신에게 말한다, 나는,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 거야? 당신은 이제 보이지 않는데 나는 어디로 당신을 따라가면 되는 거야? 이것을 손에 쥐고 있어, 나를 믿어, 너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아, 네 재능을 믿어, 내가 알려준 이 말들을 믿어, 너는 어떻게 되어도, 지금의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 있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보석 같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좋아, 너를 마음껏 좋아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네가 좋아, 그렇지만 이제 나는 보석도 무엇도 아니야, 어디로 가야할지 잃어버린 것 같아, 당신의 목소리만 따라가면 되었던 날들이 모두 지나가 버려서 내가 원망스러워, 그동안 나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미워, 이런 나를 좋아한 당신이 너무 싫어, 귀 기울여, 해답은 너와 내가 그동안 써 왔던 글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네가 하는 말 속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단지 귀 기울여, 넌 네 모습을 그리지 않아도 좋아, 너를 보지 않아도 어느 때는 괜찮아, 지금부터가 진짜야, 나를 따라오지 않아도 좋은 날이야, 나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화를 내도 좋은 순간인 거야, 언제나 그래왔듯이 네 안에 담겨 있는 진실에 눈 돌리지 마. 정말 나는 이런 곳에 오고 싶지 않았어. 바보같이, 기막힌 사연들을 안고 나더러 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당신은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의 연인이었어야 했어, 내가 실컷 비웃어 줄 수 있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당신과 헤어지고 난 후, 난, 무엇도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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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Air

from 글쓰기 2009. 7. 31. 00:24


결국 네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거야, 불안한 미래 같은 건 없어. 정신이 이상하게 되어 버린 거라고 생각을 했어, 당신이 저런 말을 했을 때는 말이야, 화면은 무엇인지 모를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우리가 있던 곳은 네온사인도 가로등도, 달빛도 비치지 않는 곳이었어, 눈을 떠, 당신 이상해, 나는 당신을 흔들어 깨웠고, 당신은 눈을 뜨지 못할 만큼 피곤하다고 했어, 너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다고 이야기할 거지? 라고 하며 당신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었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었지, 이유를 말하지 않는 말하기는 상대방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니까. 그리고 당신은 잠들어 버렸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줄곧 당신 옆에 있었어, 그런 때의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었어,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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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from 글쓰기 2009. 7. 30. 12:55
선풍기, 열대의 밤은 나와는 맞지 않아, 저 파도와 함께 떨어지는 별빛이 뺨을 어루만지고, 분홍의 하늘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어, 맥주를 마시면서, 북소리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 느껴져. 등에 나 있는 땀방울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J의 기분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이야? 어제 같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J가 없었어, 그래서? 어디로 갔을까, 라고 생각하며 집 안을 뒤졌어, 그리고? 다락방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 무슨 일이야? 내가 J에게 물었어,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J가 말했어, 책을 읽고 있어, 라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 거야? 라고 물었어, 그러니까, 나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 라고 말했어. 손에 책이 없었어, 책은 어디에 있어? 여기, 라고 하며 J가 가슴에 손을 얹었어, 나쁜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나를 보았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 지금의 모습을 보았어, 라고 말했어, 내 진짜 모습을 보았어, 라고 하면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된 거야? 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J가 말했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시작은 언제나 지금부터야, 언제나 지금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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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y Pillow

from 글쓰기 2009. 7. 29. 22:17

나도 눕게 해 줘, J가 말한다. 침대가 더러워, 괜찮아, J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눕는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 비가 그쳐서 말이야, 비가 올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비만 바라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건강에 안 좋아, 라고 내가 말한다. 그런 것쯤은 알아, J가 말한다. 배는 어때? 내가 말한다. 괜찮아,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은 것 같아, 아프지도 쓰리지도 않아. 언니? 왜 그래? J는 하얀 시트를 턱까지 당기며 말한다.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언니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언니가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배어서 언니에게 다시 찾아왔으니 말이야, 그렇지? 왜 그런 말을 해? 나는 불을 꺼달라고 말하려다가 J에게 묻는다. 사실 이 속의 아이는 아니지만 그 녀석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그냥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어, 내게 사랑이라는 건, 아이처럼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냥 아이처럼 어리광부리고, 조르고, 못 살게 굴어도 모두 허용되는 것이 내게는 사랑이었어. 그런데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잘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더 심해졌지, 매달리고 울고 소리치고 하면서 그 녀석을 끝까지 몰았어, 역시나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전혀 감당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이런 바보, 라고 속으로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 지금은 자기 아이가 무서워서 군대로 도망까지 가버렸으니까 말이야.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응? J가 다시 묻는다.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그런 게 허용되는 것이 사랑이고, 그런 네 사랑을 감당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는 것을 말하려는 거지? 그래, 맞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한다. 그래, 언니, 나는,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 J가 말한다, J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끈다. J와 나는 저 사진처럼 더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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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preme

from 글쓰기 2009. 7. 27. 11:25

참 쓸모없는 의자라고 생각했어, 그런 것을 찍었다고 생각했어, 나는 오른쪽에 앉아 있었고 당신은 가운데, 그 여자는 당신의 왼쪽에 앉아 있었어, 당신은 나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왼쪽을 보며 더 이야기를 많이 했고, 나는 왼손에 음료수를 들고 당신에게 그 중에 하나를 건네었어, 나는, 그 여자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당신에게 이야기했고 당신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어, 이 사진을 당신에게 보여주려던 참이었어, 내가 앉아 있는 곳은 빛을 잃었어, 라고 하려던 참이었어, 그 여자가 당신의 손을 잡고 나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 사진과 그런 당신을 번갈아 바라보았어, 그리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분간을 할 수 없게 되었어, "넌 특별한 아이야, 너는 재능이 있어." 당신에게 물어보려고 해, 아직도 나에게 가져가야 할 것이 남아 있는지, 말이야. "네가 나를 극복하는 방법은 내 왼쪽에 앉아 있었던 그 여자를 네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내가 너만을 향하게 하는 것도,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야. 네가 봐야 하는 것은 저 의자 따위가 아니야. 너를 봐야 해, 그것이 나를 극복하는 방법이야, 나를 통해서 너를 보는 것이 아니고, 네 안의 너를 통해서 나를 봐야 해. 지금은 그 방법 외에는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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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Days

from 글쓰기 2009. 7. 27. 02:04

한국에 오면 꼭 한번 와 보고 싶었어, 여기가 인공 하천의 발원지였어, 인공 하천의 출발점이야.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당신의 소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네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해. 네가 무언가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네가 희망하는 것에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야, 네 상식에 기초해서 하는 거야. 솔직해 져야 해. 어느 REPUBLICAN PARTY 도 서민을 위한 정책은 만들지 않아. 정치적인 기반이 서민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야. 어느 DEMOCRATIC PARTY 도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아, 정치적인 기반이 부유층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야. 어느 서민층이 부유층이 되기도 하고 어느 부유층이 서민층이 되기도 하는 자유로운 사회 환경 속에서, 네 정치적인 행동은 두 정치세력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잡는 행동인 거야. 그러니까 네 위치를 네가 알아야 한다는 말이야. 그 상식에 맞는 행동을 네가 해야 한다는 거야. 서민층이 REPUBLICAN PARTY 에 투표하고, REPUBLICAN PARTY 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인 거야, 부유층이 DEMOCRATIC PARTY 에 투표하고, DEMOCRATIC PARTY 가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이야기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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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ground homeless

from 글쓰기 2009. 7. 26. 20:48


그만 걸어 다녀, 세상이 뒤집어 지기라도 했니? 홈리스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동전과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걷는다. 홈리스가 나를 따라온다.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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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dia #2

from 글쓰기 2009. 7. 23. 13:02
내 손가락을 빨아, 깊게 페인 자국이 네 혀에 닿을 거야, 거짓말 할 생각은 않는 것이 좋아, 무엇보다 나는 너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네가 준 밥을 먹으면서 자라기는 했어도, 내 피는 오염되지 않았어, 어디 한번 찔러 봐, 떨어지는 피를 너는 핥을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옳아,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 네 눈은 이미 늙었고, 네가 잠드는 순간에도 기도할 수 있게 도와줄게, 네 험담으로 도배된 장벽을 도심 한복판에 만들 거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너는 아마 호흡이 더 가빠지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질 거야, 그러면 나를 때리기 시작하겠지? 그러고 나면 알게 될 거야, 네가 졌다는 사실을 말이야. 네 마지막 말은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해 달라는 말이 될 거야, 이제 내기해 볼까? 걱정하지마, 너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사람 따위는 우리 중에는 없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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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 named

from 글쓰기 2009. 7. 23. 03:01

사실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 걸까? 이 어둠 속에서는 무엇도 보고 싶어지지 않아, 어두운 침실의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것도 재수가 없는 거야. 우리가 싫다고 해도 저 사람들에게는 안 들려, 문 같은 것을 막아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었을까? 저 항구에서는 지금도 배가 만들어 지고 있어, 혹시 알아? 저 배를 만들다 2-3명 정도는 다쳐 버렸는지 말이야, 그 사람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은 많아, 그러니까 주말에는 철거촌 강아지들에게 예방접종이라도 하러 가야 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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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f on Fire

from 글쓰기 2009. 7. 22. 01:55
내 손에 잎사귀를 올려놔, 붉고 검게 변하는 것이 보일 거야, 당신은 그것을 보고 어떤 상상을 해도 좋지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아서는 안 돼, 끈적이는 점액이 잎사귀에서 흘러나오면 손바닥이 끈적거려, 쉽게 잎사귀는 떨어지지 않고, 그냥 살아가게 되는 상상이라면 무엇보다 좋아, 나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왜 당신과의 만남은 지루한 걸까? 이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나에게 당신은 왜 상냥한 걸까? 그 이야기를 그만 내게 털어 놓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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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Painting

from 글쓰기 2009. 7. 16. 03:13

내 그림들은 항상 저 모양이었던 것 같아, 이젤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당신이 물었어, 저건 뭐야?, 나도 몰라, 오늘 아주 파란 하늘을 보았어, 장마가 져서 비가 하늘을 주름 지으며 내리는 틈에서 아주 푸른 하늘을 보았어,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하늘이 파란 이유는 저거야, 라는 생각 말이야, 사실 하늘은 원래 계속 푸른색이었던 거야, 단지 빠르게 흐르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 채로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원래 하늘은 푸른색이었던 거야, 그러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딜 가나 하늘은 모두 같다는 생각, 그리고는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 그런 나를 보고 당신은 이제 물감 살 돈 같은 건 가져갈 생각 마, 라고 했어, 나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저걸 그리고 나서, 한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색을 칠할 뿐이야, 라고 말했지만 그 말도 소용이 없었어, 이제 그만 내가 그렸던 그림들은 돌려줘. 전부 가지고 어디로 가버렸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슬퍼할 틈도 없어졌어. 그런 느낌으로 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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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Heart

from 글쓰기 2009. 7. 14. 00:29

저 그림을 얼마나 모사했는지 몰라, 처음엔 당신의 심장을 그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 느낌이었다고 여겼어,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 나는 내 심장을 그리고 있었던 거야, 나는 저런 심장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저 심장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야. 그렇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저 그림을 모사하면서 그 사실 하나는 잊지 않게 되었어, 잊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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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ility

from 글쓰기 2009. 7. 13. 16:59

말하지마, 나는 언제 처음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을까?, 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에 화를 내니까, 물은 흘러가지 않고 차츰 어딘가로 모여들기만 할 테니까,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하에, 누구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어. 나는 침대 위에 눕혀진다, 당신은 이런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도 없다고 말한다, 내 기억이 토막 나고 당신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에그 표정은 지금도 또렷해. 무력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아주 많아. 숨이 거칠어지고, 어떤 농담도 당신에게 건넬 수 없어지고, 내가 너무 싫어, 라고 나는 말한다. 그러니까 말하지마, 당신이 말한다, 네가 무언가를 말하는 순간 그게 현실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니야, 단지 지금의 넌 내 곁에 있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래. 그러니까 당분간은 말하지 말고 내가 하라고 하는 대로 해. 그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를 박차고 나와 방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그 집을 나온다, 자격? 내가 싫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일까? 내가 싫다는 말을 무시하는 것일까? 그런 사람에게 자격을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은 그런 자격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끝났어) 당신은 나를 쫓아 거리로 나온다. 잘 가, 당신이 말한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은 내 손을 뿌리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순간이 가장 외로운 거야.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순간 말이야, 나는 다시 당신의 집 앞에 다다른다, 현관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말한다, 그년 때문에 나를 버리는 거지? 모두 그년 때문이지? 현관문이 열리고, 아니 너 때문이야, 라고 당신이 말한다, 나는, 고마워, 그 말이 듣고 싶었어,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은 거야. 나는 나로부터 멀어진다. 나에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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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New Day

from 글쓰기 2009. 7. 13. 16:08
마음이 다스려 지지 않는 날, 누가 내 안에서 살고 있어, 라고 말하고 싶은 날, 술에 취해 어떤 허전한 사람이 내 안에 살고 있어, 라고 말하고 싶은 날,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지만, 당신이 내게 다가오면 나는 달아나고 싶어질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 날, 눈물이 나지 않아서 누군가 날 어떻게 해 주면 좋겠어, 라고 말하고 싶은 날, 최악의 날, 들이 이어지고 있어, 라고 당신에게 말하고 싶은 날, 그럴 때 당신이 다가오면 나는 도망가고 싶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고 싶은 날, 내가 다시 태어나는 날. "어디, 마음대로 해 봐. 그런 말 내게는 통하지 않아." 라고 당신에게 소리 질렀던 날. 몇 년 만인지 몰라,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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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Weather

from 글쓰기 2009. 7. 12. 20:17

비는 이럴 때 오라는 거야, 울분이라도 터트려 줘, 이제는 기우제를 지내지 않으니까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그러면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들부터 젖기 시작하겠지? 한강물을 펌프로 끌어들여 흐르게 하는 그곳도 넘치게 해 줘, 그건 상인들의 몫이야. 그날도 비가 많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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