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rschach Test

from 글쓰기 2009. 5. 28. 03:21

밤 열한시가 되면 내가 사는 다락방으로 누군가 들어오고, 나는 그 사람이 놀랄까봐 잠자는 척 해, 술 냄새가 나는 그 사람은 내 몸을 더듬고 범하고 있어, 나는 잠자는 척 하는 나를 그 사람이 알아챌까봐 안간힘을 쓰며, 쉬지 않고 마음속으로 잉크 반점을 만들어 그림을 그려, '나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인형이야.' 라고 기도하면서, 그 사람은 늘 다락방에 오지 않아서, 밤이 되면 불안해, '오늘은 오지 않을까?', 그리고 아침이면 내 옆에 잠들어 있는 그 사람에게 말했어, '(오다가 오지 않는 것 보다, 차라리) 매일 오는 것이 어때요?',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했어, '불안을 멈추어 줘.', 어떤 날, 나는 잠자는 척 하고 있는 것을 그 사람에게 들켰고,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내게 말했어. "알고 있었어, 네가 잠자는 척 하고 있는 것을 말이야. 사실 너도 이 짓을 좋아하고 있었던 거야, 넌 더러운 애야." _ 그 다음 그 사람이 알코올중독으로 간이 망가져 회복 불능이 될 때까지 그 일은 계속되었어 _ 그 다음 나는 내 사랑에 실패할 때마다, 맞아, 난 더러운 애, 여서 그러는 거야, 라고 생각했어 _ 그 다음 당신을 만나고 내가 무언가로 부터 구원을 얻었다고 믿게 되었을 때쯤 당신에게 말했어, 나와 같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자 당신이 내게 말했어, 고개를 저으며,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 입은 사람을 치유할 수 없어." _ 그 다음 당신이 내게 말했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야, 한 때 인형이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가 없어, 단지 자기 자신만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뿐인 거야, 그래서 안 돼." _  그 다음 나는 당신의 품에 안겨서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나의 과거에 대해서 밤이 새도록 반성했어 _ 그 다음 당신이 내게 말했어, "괜찮아, 네가 그리다만 마음 속의 잉크 반점들이 너를 지켜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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