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viduation

from 글쓰기 2009. 5. 13. 03:53


오늘, 당신과 이야기하면서, 왜 지금껏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때는 죽어야지 하는 마음에, 그걸 들키고 싶
지 않아서 말을 아무렇게나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내가 꿈꾸었던 생
활이 아니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했어요, 우울한 기분
이 들었고, 불안한 마음, 이었어요. 3주 전에 치사량의 mood stabilizer
를 복용하고 의식없이 눈을 깜빡이던 당신은 그 날 이후로 살이 빠져
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어, 그런데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고 있네요, 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 연신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도와줘'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어, 손목에
나 있는 자해의 자국들을, 내, 눈으로 확인하며, 이번이 몇 번째일까?
그렇게 죽음으로 내몰리며 당신이 치사량의 약을 복용했던 일이 말
이야, 라는 생각을 했어.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무척 힘들었어요, 몸무
게가 11kg 밖에 나가지 않았고 키도 작았어요, 책가방은 엉덩이에 걸
려 있고, 신발주머니는 바닥에 끌고 다녔어요, 초등학교 학생들은 보
면, 힘들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요. 왜 지금껏 그 사실을 알지 못했
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를, 바라보며, '내 죽음을 예견하지 못했기 때
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어요, 당신 탓이예요.' 라고 말하는 당신을 바라
보며, 이렇게 여린 사람이었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니요, 저는 여리지 않아요, 독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죽으
려고 약을 먹었겠어요?, 라는 말을 하는 당신을 보면서, 이렇게 여리
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왜 그토록 당신을 밀어내었을까?, 하는 생
각이 들었어,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야 _ 이 사실을 기억해 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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