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 Interval

from 글쓰기 2009. 6. 9. 01:40

그날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너는 그런 내게 엑스터시를 두 알이나 억지로 먹이고, 레이저 불빛이 쏟아지는 클럽으로 밀어 넣었어, 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퀸이었고, 밖을 나오려고 하자 서로들 나와 팔짱을 끼려고 야단이었어, 너는 그런 나를 이끌고, 조금 걸어, 라고 하며 어느 공원으로 데리고 갔어, 술과 엑스터시와 레이저 불빛이 만나면 몸은 바싹 긴장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나, 하는 생각에 욕정만이 살아나,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 나는 양팔을 벌리고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하늘을 보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그러다 알게 되었어, 엑스터시를 먹고 가로수를 보면, 그 가로수는 모자이크처럼 되어 버린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핸드백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어 렌즈 캡을 떼어내고 뷰파인더로 저 가로수를 보았어, 그 바람에 핸드백이 떨어져서 아끼던 손거울이 깨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저걸 찍으려고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 뭐해? 네가 말했고, 나는, 가만히 있어 봐, 오늘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라고 하며 셔터를 눌렀어, 그러자 네 비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쉽고 가볍고 싸구려야, 기억나는 건 내 옆에 남자들이 줄지어 있고, 네 벗은 몸뚱이로 내 허리를 조르는 모습이야.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엑스터시를 하고 울면 건강에 나빠, 라고 네가 말했지만,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어서 당신이 나타나서 이런 나를 잘못했다고 벌주고, 구해주기만을 바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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