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ing

from 글쓰기 2009. 6. 5. 23:41

내게도 낙서 금지, 가 필요할까? 말하지 않는 것, 을 말하는 죄를 지을 수 있을까? 입김 사이로 겨울 서리가 빠져 나간다, 내가 살던 다락방 구석은 오래된 나무 벌레들이 산다, 나는 나무 벌레들의 집을 피해서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고서적이 놓여 있던, 창이 하나 밖에 없는, 내가 도망가기에 터무니없이 작던 그 곳에서, 나무 벌레들에게는 말을 걸지 않고, 전혀, 쓸모없게 보이는 낙서를 만들어 낸다, 날 여기서 내 보내줘, 도망가고 싶어,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의미가 없어, 라는 따위의 낙서를 하면서 나는 점점 키가 커, 몸을 웅크리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나는 그렇게 비바람에 다락방이 무너져 내릴 때까지, 그, 다락방에서 산다.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내게 와서 묻는다, 여기서 뭐하니? 나는 왼손에 콩테를 쥐고 말한다, 낙서, 그건 뭐하러 하니? 인부가 말한다, 내가 여기서 살았기 때문이에요, 나는 말한다, 그게 무슨 의미니? 인부가 말한다, 나는, 몰라서 묻느냐고 하는 손짓으로 낙서를 완성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있을 거니까요, 나는 말한다, 그런데 나를 여기에 가둔 사람은 어디 있는지 알아요? _ 5년마다 우리는 다락방에서 나와 허물어진 다락방을 바라보며, 새로운 다락방을 만들어 줄 누군가를 만나러 도시로 나온다. 내게 낙서 금지를 시켜줄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렵다. 나는 낙서 금지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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