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에 해당되는 글 11건

  1. 슬픈 손가락 2012.03.31
  2. 잘도, 사랑은. 2012.03.29
  3. 사랑 앞에서 웃.. 2012.03.29
  4. 나이든 인형 2012.03.25
  5. 누에, 고치 2012.03.25
  6. 내 빨래 2012.03.22
  7. 슬픈 달 4 2011.08.22
  8. 어느 이별 2011.08.19
  9. Melodum 2011.08.19
  10. Morning Kiss 2009.08.18
  11. 젖은 시계 2009.02.15

슬픈 손가락

from 습작 2012. 3. 31. 05:08
어떻게 하겠어?
이건 당신 것이야.

손가락을 빤다. 손끝에 피
가 맺혀 있다. 이
게 당신 거라면,
더 잘 빨 수 있을 텐데,

시원하게 웃는 네 얼굴엔
먹물이 묻어 있어, 네 깨끗
해진 얼굴이 보고 싶어서,
밤새 그곳을 수세미로 밀었

지. 헐벗은 너를
어떻게 하겠어?
이건 당신 것이야. 

눈물이 흘렀어. 당신
이 밤새 나를 너무 매만진
탓에, 빌어먹을!
내 얼굴에 나 있는 먹물 자

국에서 피
가 나! 당신은 내 얼굴을 빤
다. 피가 맺혀 있기 때문에,
이것이 내 것이라면 더 아플 텐데,

어떻게 하겠어?
이건 당신 것이야. 

손가락을 빤다. 손끝에 피
가 맺혀 있다. 피를 한 모금 삼
킬 때마다 나는 비린내_
쪽!쪽! 소리를 따라 엉덩이까

지 향하는 피의 길, (나는)
고 있던 손가락을 입안에서 끄
집어 내어, 의식을 잃은 당신의 이
마에 가져간

다. 어떻게 하겠어?
이건 당신 것이야.
숨을 쉴 수 없을 테니, 내 말
을 잘 들어. 이건 당신 것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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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사랑은.

from 습작 2012. 3. 29. 22:02
네가 팔리기나 할까? 애잔하게 물었지, 당신은, 글쎄, 
세상에 팔리지 않는 물건이 있을까? 당신이 말할 때면
땅에는 작은 여진이 흐르고는 했지, 내 몸 안에 살고 있는 당신은,

'너'라는 물건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하자. 내가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물건의 한계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나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가리고, 커튼 틈에
숨어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자, 이것 봐, 너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내 몸을 더듬는 거니?

당신의 팔리지 않는 욕정들 사이로, 내 삐죽이 내민 모습을
생각해 보았지, 당신은, 글쎄, 내가 너를 사지 않았다면, 그걸
다른 곳에 팔 수 있었을까? 내가 너를 가질 수 없
다면, 너는 그냥 '물건'이 아니었을까?

라고 말하지. 잘도 그 입으로 내게 키스하며, 조잘거리지, 당신
의 품에서 '나'를 살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나'를 두고 싸우지는 않을 테고, 
세상에 팔 수 없는 '물건'은 없을 테니, 당신을 제외하고, '나'
라는 물건은, '내'가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단 하나의 '물건'
으로 남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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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 웃..

from 습작 2012. 3. 29. 04:37

사랑을 수놓으려거든, 이 밤은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지, 더는, 너는, 내일 해야 할 일들 속으로 나를 묻으며 말했지, 그만 자, 내일 해가 뜨고 나서도, 너는 너일 수 있니? 그대로,

멈추지 않고 말하는 버릇은 여전했어. 그래도 너는 너일 수 있니?

사랑을 수놓으려거든, 이 밤은 더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지, 도시에서 뻗어나온 가지의 일부분인 너를 잡고 있으려니, 그 가녀린 떨림이 몹시도 싫었지, 전쟁 중에 낳은 아이들은 모두 이 모양이야!

네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지, 너는, 더는, 늘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고, 그게 익숙해질 때까지 우리는 함께였지, 그래도 나는 나일 수 있을까?

물어보려고 했어, 사랑을 수놓으려거든, 그 밤은 더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지, 우리는 지금껏 보아온 방식 그대로, 당신은 나 아닌 다른 아이들과 자던 방식 그대로, 나는 내가 지금껏 잠자리를 같이 하던 녀석들의 몸짓에 대한 기억으로 너를 안았지, 당신은, 온전히 당신일 수 있었을까? 

새로운 사랑, 사랑을 수놓으려거든, 우리 단지 한 가지만 기억하도록 하자. 우리를 지배할 수 있는 건 변태들의 욕정뿐이고, 세상의 변태들만이 나라를 지배할 권리가 생기는 거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이만 안녕. 사랑을 수놓으려거든, 이 밤은 더는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지, 너는, 내일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었지, 당신은,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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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인형

from 습작 2012. 3. 25. 01:36
더 귀여워지려고 했어요. 제 마론 인형은 당신을 닮지 않아서 좋았죠. 결코 같아질 수는 없어요. 이미 성(性)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저는 더 귀여워지려고 했어요. 당신이 제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웃을 수 있는, 나는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제 눈에 달빛을 가득 담았어요. 당신이 제 치마를 깎아내리는 것도 참을 수 있었죠.

그렇게 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제 마론 인형을 본 적이 있나요? 어느새 애꾸눈이 되어 버릴 것처럼 심하게 말라서, 다리만 아주 가는 

당신이 그렇게 귀여워해 주던 마론 인형은 이제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제가 더 귀여워졌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 귀여워지려고 했어요. 이것 보세요! 제가 웃을 때마다 당신이 나이 먹어가는 것을!
제가 하루에 100번쯤 웃는다면, 당신은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려나요?

그렇다면 좋겠어요. 저는 더 귀여워지고, 당신은 제 곁에 없을 테니. 돈을 모아서 더 긴 치마를 사야겠어요.
아시죠? 제 마론 인형은 당신을 닮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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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고치

from 습작 2012. 3. 25. 01:18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뜨겁지 않아서, 끝내
벗고 있던 옷을 집어, 허물이 벗겨진 상처에 짓
이겨진 딱지가 떨어지도록, 바삐 잠옷을 입어
야만 하는 그런 날이 오도록, 그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당신은 내 뒤에 있고, 더는 나를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먼 거리에 서서, 그 빛
에서 나는 완전히 밀봉된 고치가 되지, 그 자
리에서 바위가 되는 고통을 맛보기 위해 (나는
잠옷 입은 고치가 될 거야, 더는 나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시간이 지나 내 본 모습을 드러내는)
그 
놀라운 빛을 만나러 가자. 나는 이제 그만 옷
    
을 입어야 할 때, 그러므로 이제 당신이 옷을
벗어야 할 때, 내 지퍼에 달린 당신을

그만 이제 빼내어야 하지, 당신 가랑이는 상처입
지 않을 거 같아? 
내 고치 속으로 더는 들어올 수
없는, 
당신은 내가 본 빛 저 너머에 있고,
내 벗은 허물은 당신의 입에서 차가운 쓰레기
가 되어 가지, 그 놀라운 빛 앞에서 나
는 그만, 이제 옷을 입고 걸어가는 거야, 내 입
에서 마지막 남은 당신의 침을 뱉으며, 가볍게
당신을 뱉어내며,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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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빨래

from 습작 2012. 3. 22. 06:28

내가 당신을 보았을 때, 
우리는 참 희고 검은 빨
래를 손에 들고 있었지, 하
늘에 반짝이는 별이 수 놓인,

그래서 말했지, 어디서 부
터 시작할까? 당신이 내 옷
을 벗기는 동안 빨래의 물이
진흙으로 바뀌어 빗물을 수
놓고 있었지, 

그래서 말했지, 내가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네가 나를 기
억하듯이, 만 해 달라고, 당신
이 내 옷을 벗기고 있을 때, 우
리는 참 희고 검은 빨래를 손
에 들고 있었지, 결국 파래지
고 말, 우리의 운명을 저울질
하며,

당신이 내 옷을 벗길 때, 그
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
할 때, 빨랫감을 가득 이고, 나
는 당신 앞에 나타났었지, 당신
이 내 옷을 벗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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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달

from 습작 2011. 8. 22. 00:34

사랑이라고 말할 때마다, 우린 슬

픈 달을 만나고 있었지, 해가 떠 있
던 곳으로 날아와 어느덧 밤 한가운데
에서 술 취한 듯 서 있는 우리를 위해, 슬
프게도 아프지 않은 달 한 덩어리, 가 우리
들의 머리 위를 떠나지 않고 따라오고 있
던 어느 날의 기억은 _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
할 때마다 떠오르던 그 구절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 오로지 너만을 사랑하겠노, 라고 말
하던 때의 우리는 아직도 슬픈 달의 이름을
잊지 못해서, 늘 밤이 될 때마다, 늙은 늑대마
냥 입술을 모으고 말하지, 오늘 밤만 아니면
상관없어, 우리가 사랑하던 때는 이미, 오늘
밤만 아니면 상관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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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이별

from 습작 2011. 8. 19. 22:41
네가 나에게, 그리고 내가 너에게, 그리도 모질게 화를 내어 준 것에 
감사해야지
, 그렇게 이별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매우, 감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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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um

from 습작 2011. 8. 19. 19:55
모처럼 詩가 읽고 싶어 詩集을 샀다. 詩(들)를 소리 내 읽을 때마다, 입안에서 번지는 야릇한 카타르시스에 취해, 그날 산 詩集을 모두 읽고, 책꽂이에 꽂아 놓으려고 할 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전부 같은 詩集들이 고스란히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에, 이미 같은 詩集들을 오래전에 읽고 그 자리 그대로 꽂아 두었다는 것에, 나는, 내가 가진 기억은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일까? _ 라는 생각에,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만 같은 나를 발견한다, 그럼, 당신 아닌 당신을 또 다른 사람을 통해 만나게 될 것만 같은 나에 대한 불안함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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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Kiss

from 습작 2009. 8. 18. 09:52

잠을 깨는 것은 쉽다, 햇살은 숨을 쉬지

않으므로
눈을 비비고 있는 것은 나, 라는 나,
아침이면 예의 무딘 바늘을 뿌려댄다,
햇살, 은 내가 잠드는 것을 위해 아침을
만들어 내고, 내일 아침의 나, 는 오늘 밤을
숨 쉬었던 나, 는 아닐 것이므로,
숨 쉬지 않는 것은 바람 속에서 잠을 깨지
않아도, 아침, 은 반겨주는 이, 없이 다가오
기 마련이다.

따가워, 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
아, 피부가 맞닿을 때, 가지 마, 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아, 네가 나를 만날 때
면, 그렇게 큰 눈으로 눈물을 쏟지 않아
도 괜찮아, 아침, 이면 그럴 수 있는 거
야, 그럴 수 있는 날, 은 그런 시간은 어,
디에나 있기 마련이야, 네 욕망은 무엇
도 잘못되지 않았어, 숨을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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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시계

from 습작 2009. 2. 15. 19:41
그때는 당신도 그렇
고 _ 어떤 말도 하지 못
하고 바람처럼 파랗
게 늙어버려서, 지금
도 그때의 일을 떠
올려, 왜 말을 하지 못
했을까, 를 생각하기 보
다는 왜 그런 일이 일
어났을까, 하는 것
을 생각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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