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Around

from 글쓰기 2009. 8. 5. 00:59
너는 어디에서 사니? 당신이 묻는다. 나는 도시의 언덕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모두 여기에서 살아, 이 도시에 빌붙을 수 있다면 한 평의 방이라도 상관없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내 손을 잡는다,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당신이 웃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말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마, 그러면 네가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대신 볼 수 있는 재능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널 상처 입힐 거야, 당신이 말한다. 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을 묻고 나서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 당신에게 고마웠고, 저녁을 먹지 않은 배가 너무 고팠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생각하던 나에게 '나'란 어떤 존재일까, 에 대한 의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령 당신과 헤어져 더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를 지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면 당신이 그날 밤 내게 했던 그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안전한지, 또는 내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만큼 눈이 맑아졌는지를 내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웃는다. 정말 난 쓸모없어, 그래서 당신이 나를 떠난 거야, 이것보다 더 쉬운 답을 찾는 것이 싫은 날, 나는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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