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ility

from 글쓰기 2009. 7. 13. 16:59

말하지마, 나는 언제 처음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을까?, 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순간에 화를 내니까, 물은 흘러가지 않고 차츰 어딘가로 모여들기만 할 테니까,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가정 하에, 누구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전제 하에, 당신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어. 나는 침대 위에 눕혀진다, 당신은 이런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도 없다고 말한다, 내 기억이 토막 나고 당신의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에그 표정은 지금도 또렷해. 무력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아주 많아. 숨이 거칠어지고, 어떤 농담도 당신에게 건넬 수 없어지고, 내가 너무 싫어, 라고 나는 말한다. 그러니까 말하지마, 당신이 말한다, 네가 무언가를 말하는 순간 그게 현실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니야, 단지 지금의 넌 내 곁에 있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그래. 그러니까 당분간은 말하지 말고 내가 하라고 하는 대로 해. 그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를 박차고 나와 방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그 집을 나온다, 자격? 내가 싫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일까? 내가 싫다는 말을 무시하는 것일까? 그런 사람에게 자격을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자기혐오에 빠진 사람은 그런 자격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끝났어) 당신은 나를 쫓아 거리로 나온다. 잘 가, 당신이 말한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은 내 손을 뿌리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순간이 가장 외로운 거야.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순간 말이야, 나는 다시 당신의 집 앞에 다다른다, 현관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말한다, 그년 때문에 나를 버리는 거지? 모두 그년 때문이지? 현관문이 열리고, 아니 너 때문이야, 라고 당신이 말한다, 나는, 고마워, 그 말이 듣고 싶었어,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은 거야. 나는 나로부터 멀어진다. 나에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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