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Painting

from 글쓰기 2009. 7. 16. 03:13

내 그림들은 항상 저 모양이었던 것 같아, 이젤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당신이 물었어, 저건 뭐야?, 나도 몰라, 오늘 아주 파란 하늘을 보았어, 장마가 져서 비가 하늘을 주름 지으며 내리는 틈에서 아주 푸른 하늘을 보았어,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하늘이 파란 이유는 저거야, 라는 생각 말이야, 사실 하늘은 원래 계속 푸른색이었던 거야, 단지 빠르게 흐르는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은 채로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원래 하늘은 푸른색이었던 거야, 그러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딜 가나 하늘은 모두 같다는 생각, 그리고는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할 수 없게 되었어. 그런 나를 보고 당신은 이제 물감 살 돈 같은 건 가져갈 생각 마, 라고 했어, 나는 그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저걸 그리고 나서, 한동안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어, 나는 내가 보고 싶은 색을 칠할 뿐이야, 라고 말했지만 그 말도 소용이 없었어, 이제 그만 내가 그렸던 그림들은 돌려줘. 전부 가지고 어디로 가버렸어, 보이지 않아, 그래서 슬퍼할 틈도 없어졌어. 그런 느낌으로 깨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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