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etter

from 글쓰기 2009. 7. 31. 03:25
나를 따라와, 나를 따라와, 눈을 감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당신이 말한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어디든 기대고 싶은 순간 속으로 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내 안으로 다가오는 당신의 모습을 본다, 따라갈게, 나를 버리지 마, 나를 버리지 마, 내가 말한다,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도 나도 늙고 병들게 될 거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나를 따라와, 내가 아주 맛있는 밥이 있는 곳을 알아, 네가 소리 내지 않아도 좋은 기막힌 술집을 알아, 네가 무엇을 해도 너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을 내가 알고 있어,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 이제 나 혼자만 남아서 당신에게 말한다, 나는,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 거야? 당신은 이제 보이지 않는데 나는 어디로 당신을 따라가면 되는 거야? 이것을 손에 쥐고 있어, 나를 믿어, 너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아, 네 재능을 믿어, 내가 알려준 이 말들을 믿어, 너는 어떻게 되어도, 지금의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 있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보석 같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좋아, 너를 마음껏 좋아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네가 좋아, 그렇지만 이제 나는 보석도 무엇도 아니야, 어디로 가야할지 잃어버린 것 같아, 당신의 목소리만 따라가면 되었던 날들이 모두 지나가 버려서 내가 원망스러워, 그동안 나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미워, 이런 나를 좋아한 당신이 너무 싫어, 귀 기울여, 해답은 너와 내가 그동안 써 왔던 글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네가 하는 말 속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단지 귀 기울여, 넌 네 모습을 그리지 않아도 좋아, 너를 보지 않아도 어느 때는 괜찮아, 지금부터가 진짜야, 나를 따라오지 않아도 좋은 날이야, 나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화를 내도 좋은 순간인 거야, 언제나 그래왔듯이 네 안에 담겨 있는 진실에 눈 돌리지 마. 정말 나는 이런 곳에 오고 싶지 않았어. 바보같이, 기막힌 사연들을 안고 나더러 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당신은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의 연인이었어야 했어, 내가 실컷 비웃어 줄 수 있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당신과 헤어지고 난 후, 난, 무엇도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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