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891건

  1. Or somebody 2009.08.11
  2. Missing Child 2 2009.08.11
  3. On Green 10 2009.08.10
  4. Film Speed 2 2009.08.10
  5. Addictive Economy 2 2009.08.10
  6. Riddle 2009.08.10
  7. Growth Factor 2009.08.10
  8. Trick 2 2009.08.09
  9. Forgive me 2009.08.09
  10. Full Moon 2009.08.09
  11. Corbicula 2 2009.08.09
  12. Help us 2 2009.08.09
  13. Lucky 2 2009.08.09
  14. Liar dice 2009.08.09
  15. Something Wrong 2009.08.08
  16. Feelings of inferiority 2 2009.08.08
  17. The most important thing 2009.08.08
  18. Click Stop 2009.08.07
  19. Always Beauty Confidence 2009.08.06
  20. Landscape 4 2009.08.05
  21. Fire Engine 2 2009.08.05
  22. Stand Around 2 2009.08.05
  23. Memory Trace 2009.08.05
  24. Fashion island 6 2009.08.01
  25. Black Letter 2 2009.07.31
  26. Faint Sound 6 2009.07.31
  27. Hot Air 2009.07.31
  28. One Day 2009.07.30
  29. Discontinuity 4 2009.07.29
  30. On My Pillow 2 2009.07.29

Or somebody

from 어떤 날 2009. 8. 11. 10:35

네 몸엔 왜 저런 것들이 많니? 당신이 내게 묻는다, 저 줄기처럼 생긴 것들이 내 몸 여기저기에 나 있나 보다, 아이크림을 바른다, 맑아져, 나도 볼 수 있게 도와줘, 주름이 지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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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ng Child

from 어떤 날 2009. 8. 11. 00:22

아무리 찾아도 없어, 그냥 당신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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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Green

from 어떤 날 2009. 8. 10. 23:40

우산을 펼치면 나는 어디에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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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peed

from 어떤 날 2009. 8. 10. 23:14

빨라, 당신도 나도 붙잡지 못하는 것이 있어, 흘러가는 것이 있어 다행, 이야,
저 거친 입자들 틈에 숨기 위해 지체할 이유 같은 건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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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ctive Economy

from 글쓰기 2009. 8. 10. 12:26

그래, 행복해 졌어? 세상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파느냐 하는 것으로 시끄러운데 말이야. 결국은 직업이 없어서 시간이 많다는 이야기였던 거야.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었어, 네 불우한 어린 시절 같은 건 관심 밖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테크놀로지가 발달할수록 네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환상이 커지고 있어, 그래, 이번에 너는 무엇을 살 거니? 구름이 징검다리를 만든다, 하늘은 옅어진다. 구름 뒤에 가려진 태양은 징검다리의 명암을 조절하며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태양은 자신을 광고하지 않는다. 대신 해고되고 이 사회에서 버림받고 거세된 40대의 자녀는 범죄자가 되어 갈 뿐이다. 10년 뒤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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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dle

from 글쓰기 2009. 8. 10. 02:37

내게 수수께끼를 낼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나는 진실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아, 물론 네 마음 같은 것도 알고 싶지 않아, 내가 좋으면 좋은 거야, 너는 이대로 있어, 당신이 내게 말한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저 그림과 같은 것을 그린다, 날 구해 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옷을 함부로 벗지 말 것, 모기에 물리지 말 것, 춤추지 말 것, 그리고 앉아 있지 말 것, 내게 수수께끼를 낼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좋아, 나는 다시 당신에게 혼이 난다. 나는 점점 더 착해져 간다. 불행하게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저 그림과 같은 것을 그린다, 날 구해 줘. 신화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네가 무엇을 하든 그건 네 의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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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Factor

from 글쓰기 2009. 8. 10. 02:21

내 키는 이만큼 컸는데 너희는 내가 어릴 때 놀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나와 너흰 달라, 자 누가 옳은 것일까? 너희가 한번 선택해 봐. 선택할 것이 없을 때면 무엇이 옳고 그르다, 평가할 수 없어진다. 옳은 것이 진실이 아니고 그릇된 것이 거짓이 아니다, 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건 저 철제 벽도 나도 마찬가지다. 녹슨 철제 기둥을 호박잎이 타고 오른다. 나는, 쿵, 하고 살짝 철제 벽을 만지고 손바닥을 펼쳐 본다.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다. 나는 쪼그려 앉는 대신, 저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옆으로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지나간다, 그 옆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내, 가 흙장난을 하고 있다, 그때는 손에 무엇이든 묻어 있어 헤어짐과 같은 단어에 생소했다, 다시 한번 손을 펼쳐본다, 오른 손가락의 셔터를 눌렀던 감촉이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다. 슬프게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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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ck

from 어떤 날 2009. 8. 9. 23:21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현실이 되는 건 아니야. 상상하고 꿈꾸는 것만이 현실이 될 수 있어. 당신은 나를 속였어. 구름이 떠 있다, 손에 든 카메라가 나를 흔든다, 태양은 오른쪽으로 모습을 감춘다, 가장 푸른빛의 하늘을 남기고 붉게 타버린다. 그 순간 나무와 가로등은 검은 재가 되고, 어둠은 푸른빛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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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ive me

from 어떤 날 2009. 8. 9. 21:51

그만해, 하나도 겁 안나, 당신의 지나간 기억 따위 정말 관심 없어, 내 앞에서 울지도 소리치지도 마, 당신의 가여운 기억 따위, 를, 왜 내가 사랑해야 한다고 여기는 거야? 저 중에서 하나를 집으면 그중에 하나는 꼭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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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on

from 어떤 날 2009. 8. 9. 21:30

달이 떴어, 무서워하지 마, 내 옆에 있어. 소통, 은 혼잣말부터 시작하는 거야, 네가 먼저 혼잣말을 시작하고 그 다음에 내가 하는 거야. 혼잣말을 모두 들으라는 건 아니야, 혼잣말은 끝나기 마련이니까. 요령은 같아, 너와 내가 모두 옳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거야. 그리고 처음엔 서로의 달랐던 혼잣말에 대해서, 다음엔 서로 같다고 여겼던 혼잣말이 얼마나 다른 것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야, 그렇게 나를 통해 네 사랑을 확인해. 너와 내가 소통하기 위해 만난 게 아니라는 것을 늘 기억하면서 조심스럽게, 내가 필요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도 좋아. 나는 언제까지 당신 흉내를 내야 하는 걸까? 저 달은 우리를 위해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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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bicula

from 어떤 날 2009. 8. 9. 20:27

언젠가 은어낚시를 가자고 했었는데 말이야, 은어 낚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그 맑은 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흐릿해져 버릴 거라고도 했었는데 말이야, 그 후로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어, 생각해 보면 내 기억은 저것처럼 되었는지 모르겠어, 우리라고 해야 하는 건가? 누가 그걸 까버렸을까? 그리고 누가 먹어버린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말할게, 당신은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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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 us

from 어떤 날 2009. 8. 9. 17:35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내게 이런 빛 같은 건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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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

from 글쓰기 2009. 8. 9. 17:25

저런 빛의 하늘을 볼 수 있는 때를 알게 되었어, 힘들게 아주 우연히, 바쁘게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어,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뛰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어떤 날이었어. 가쁜 숨을 쉬면서 헉헉, 거리다 하늘을 보았어, 저 빛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야, 아니면 내가 보고 싶어하던 것이야, 나는 당신에게 전화했어, 오늘은 당신에게 못 가, 저 하늘을 보면서 나는 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지금까지 내가 보고 싶어하는 하늘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곳을 다녔는지가 떠올라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그래, 이제는 어디든 가지 않아도 상관없어 졌어, 나는, 이 시간을 조심스럽게 메모했어, 아무 곳에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였어, 나는, 이제 당신 같은 건 필요 없게 되었어, 그래서 아직도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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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r dice

from 글쓰기 2009. 8. 9. 00:35
이 대목에서 네가 화내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 거짓말이 진실이 되고 농담은 사랑이 되어 버린다. 나는 금세 초라해진다. 네가 말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리고 말하기 시작하면 네가 말하지 않고 그토록 소망하던 것이,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왜 있잖아?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서 평범해 지고 싶어, 와 같은 것 말이야. 네가 가진 비밀은 사실 별 볼일 없어. 당신은 참 무책임하다. 아픔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각자에게 특별하다, 이 말은 당신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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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Wrong

from 글쓰기 2009. 8. 8. 23:59
이 각박한 세상이 너를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야, 이 각박하다고 하는 세상에서 네가 살아남는 거야, 내가 기억하는 것은 정말 이것뿐인 것일까? 그 누구도 아닌 네가 살아남는 거야, 무슨 말이었을까? 난생처음 나는,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아닌 내가 살아남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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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s of inferiority

from 글쓰기 2009. 8. 8. 18:15
이 시간이면 우리는 깨끗해지는 거야, 시계는 보지 마, 지금인 거야, 알고 있어, 너는 내 판타지를 이루어줄 수 없어, 너는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 널 탓하지 마, 대신 지금부터 너는 나만 기억하는 거야, 네 앞엔 어떤 남자도 없는 거야, 너는 나만 기억하는 거야, 그게 네가 나에게 용서받는 길이야, 당신이 나에게 말한다. 나는 몇 번씩 고개를 끄덕이고 울면서, 그럴게요, 그렇게 할게요, 라고 말한다. 미안해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어요, 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은 웃는다, 그렇게 나는 저주받는다. 나는 옷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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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important thing

from 글쓰기 2009. 8. 8. 00:48
가장 침묵할 수 있는 것, 네가 가장 잘 아는 것, 아무리 밤이 깊어도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네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행동해야 해. 너는 그걸 알고 있어야 해. 반복해서 당신은 내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 당신은 술에 취해 있고, 당신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잠이 들 수 없다. 나는 어떻게 하면 당신이 화를 내지 않는지 메모해 놓은 노트를 보며, 당신이 귀가하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 나는 노트를 덮고 문을 열고 당신의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한다. 당신이 왜 눈을 못 마주치느냐고 내게 소리를 지르며, 나를 무시하는 거야? 라고 하며 나를 떠밀 때까지, 나는 당신의 눈을 바라볼 수 없다. 매일 밤 그런 연극을 하다 보면 자의식은 우물처럼 깊어지고, 누군가 나타나서 당신을 내가 보는 앞에서 아주 혼을 내준다든지, 나를 이런 곳에서 끌어내어 준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게 된다. 어두운 이야기이고 기분 나쁜 이야기이며, 누구도 여기에 개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렇게 나는 외로워질 수 있다. 가끔 사람은 이해하기 쉬운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없이도 다른 이를 때릴 수 있고, 그건 배가 고파서일 수도 있고, 날씨가 더워서일 수도 있고, 유독 그 순간이 기분 나빠서일 수도 있다. 나는 줄곧 그 '아무 이유 없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당신과 완전히 끝장이 나 버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게 몹시 분했지만 지금도 어떻게 하면 복수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런 한계는 당신과 정말 끝나버렸음에도 매일 밤 당신과 하던 연극을 나 혼자서 되풀이하게 만든다. 세상이 불합리하다면 그런 연극이 현재를 지배하기 때문일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번에는 다를 거야, 라고 하며 매번 당신과 닮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난다. 누구에게든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 버려서, 어느 순간에 나는 연극을 잠시 그만둘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그걸 당신이 먼저 알았어야 했어, 이 말을 가장 처음 나에게, 그리고 누구에게든 들려주고 싶어지는 때에는 당신이 견딜 수 없이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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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ck Stop

from 글쓰기 2009. 8. 7. 17:07
녹차, 비가 온다, 바람이 서늘해진다, 찻잎을 머금은 입술은 녹차 빛을 띠어 간다, 녹차를 마신다, 배가 따뜻해진다, 그래, 나는, 따뜻한 사람이야. 비가 그치기 전까지, 그만, 잠들지 마,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이대로 당신이 잠들어 버리면 나는 무서워, 나 혼자 남아 있으면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서 싫어,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이 잠들면, 나는당신의 얼굴에 귀를 가져다 댄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당신에게 입맞춤한다, 나는, 손을 뻗어서 당신의 몸이 뜨거워지는지 확인한다. 일어나,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줘,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이대로 나는 당신 옆에서,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줄 때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 잘 봐, 당신 아닌 사람들이 나를 밟고 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당신 아닌 사람들이 여기로 와서 나를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같이 잠을 자고 할 거야, 당신이 일어나서 나를 깨워줄 때까지 나는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할 거야, 자신 있어, 당신도 알지? 내가 이런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말이야. 당신이 나를 멈추어 주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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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ways Beauty Confidence

from 글쓰기 2009. 8. 6. 16:07

멀어지지 마,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이대로 더 있어, 나는,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당신의 살이 내게 닿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잠들 수 있는 날을 계속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날이 갈수록 당신을 확인하는 순간이 늘었고, 이게 아니야, 처음 당신이 나를 안았을 때의 느낌은 이게 아니었어, 라고 하면서, 당신에게 나를 더 안아달라고 조르고는 했어, 나는, 벌거벗은 내 모습이 싫어, 라고 말하고, 넌 참 이상한 아이야, 네 옷을 벗기면 이런 반점들이 가득해, 라고 당신이 말했어. 나를 캠코더로 촬영하는 것이 싫어, 라고 말하고 이제 그런 일은 그만 하라고 당신에게 말했어, 이리 와, 당신이 말하고, 나는 당신의 품 속에서 당신의 손에 들고 있던 거울을 보면서 웃었어.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잊지 마, 라고 당신이 말하고, 나는, 그럴 리가 없어, 라고 하면서 고개를 저었어, 그러면 당신이 내게 말하는 거야, 웃어, 거울을 들이대면서, 그러면 나는 다시 웃었어, 이게 네 진짜 모습이야, 잊지 마, 당신이 말했어. 네가 얼마나 못 생겼는지 너도 알아야 해, 라고 당신이 말했어. 이런 당신에게 나는 정말 복수할 수 있는 걸까, 에 대해서 요즘은 진지해. 아름답지 않은 나는, 정말 당신에게 복수할 수 있는 걸까, 에 대해서 요즘은 심각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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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from 어떤 날 2009. 8. 5. 18:32
가끔 놀라는 일이 있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동안, 내가 어디에 있는지, 하염없이 과거의 어느 때로 내가 파묻혀 들어가서, 지금의 내가 사라져 버리는 일, 이 있어, 그럴 때 나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그러면 원망할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곧 커다란 불이 날 거야, 그러길 바래. 곧 커다란 불이 날 거야, 그렇게 될 거야.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는 이 나라 어느 곳에 불이 나도, 그 사실 같은 건 알 수 없게 될 거야, 스캔들과 비키니와 사랑에만 열광하면 그만이야. 지금부터 귀와 눈을 막아, 그것만이 오염에서 살아남는 길이야. 이제 우리의 가난한 적들은 모두 섬멸될 거야. 축배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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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Engine

from 글쓰기 2009. 8. 5. 12:32
한 번도 관계에서 좌절을 경험하지 않게 되면 위험해, 당신이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한다. 그렇잖아? 좌절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건 지금껏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돌아보지 않았다는 말과 같으니까 말이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거야. 네가 누구의 딸인지, 누구의 언니인지, 누구의 제자인지, 누구의 친구인지, 하는 등의 모습을 살펴볼 기회를 잃게 되는 건 위험해, 당신이 말한다. 그럼 내가 당신을 잃게 된다면 내가 누구인지 더 분명해 질 거라는 말인 거야? 내가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마, 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것이든, 그것이 나이든 그렇지 않든, 네가 있는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야, 당신이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한다. 곧 알게 될 거야, 당신이 말한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싫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의 '나'인지가 분명한데도 당신은 이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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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Around

from 글쓰기 2009. 8. 5. 00:59
너는 어디에서 사니? 당신이 묻는다. 나는 도시의 언덕을 손으로 가리킨다. 저기. 모두 여기에서 살아, 이 도시에 빌붙을 수 있다면 한 평의 방이라도 상관없어, 내가 말한다. 당신은 내 손을 잡는다,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당신이 웃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말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마, 그러면 네가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대신 볼 수 있는 재능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마, 널 상처 입힐 거야, 당신이 말한다. 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을 묻고 나서도 나를 따라오지 않는 당신에게 고마웠고, 저녁을 먹지 않은 배가 너무 고팠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생각하던 나에게 '나'란 어떤 존재일까, 에 대한 의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가끔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령 당신과 헤어져 더는 당신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를 지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면 당신이 그날 밤 내게 했던 그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안전한지, 또는 내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만큼 눈이 맑아졌는지를 내게 묻는다. 그리고 나는 웃는다. 정말 난 쓸모없어, 그래서 당신이 나를 떠난 거야, 이것보다 더 쉬운 답을 찾는 것이 싫은 날, 나는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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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Trace

from 어떤 날 2009. 8. 5. 00:05

꽃이 피었어, 꽃이 좋은 건 그것들이 색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야, 내게는 그래, 내 몸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바라보고 있어, 당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당신이 만들어 내었던 것들을 말이야, 네가 아름다운 건 이런 것들 때문이야, 당신이 말했어, 꽃이 피었어, 네 몸에도 곧 내가 만들어 낸 꽃이 피어날 거야, 당신이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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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island

from 글쓰기 2009. 8. 1. 00:49
사람은 어느 순간 어떤 상황이 되면 무슨 말이든 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 내가 넘어지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아파하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눈물을 보이면 네가 괜찮아?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너에게 사랑해 라고 한 건 그런 의미였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날 잊을 생각 같은 건 아예 않는 것이 좋아.

그리고 나는 한 가지를 더 알고 있어, 당신이 일러주지 않았던 말 중의 하나야, 나는 보이는 그대로를 믿기로 했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야,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위해서 보이는 그대로를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어, 걱정하지 마, 당신 따위 절대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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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etter

from 글쓰기 2009. 7. 31. 03:25
나를 따라와, 나를 따라와, 눈을 감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당신이 말한다, 나는 견딜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어디든 기대고 싶은 순간 속으로 당신이 들어오는 것을 본다, 내 안으로 다가오는 당신의 모습을 본다, 따라갈게, 나를 버리지 마, 나를 버리지 마, 내가 말한다,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도 나도 늙고 병들게 될 거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나를 따라와, 내가 아주 맛있는 밥이 있는 곳을 알아, 네가 소리 내지 않아도 좋은 기막힌 술집을 알아, 네가 무엇을 해도 너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곳을 내가 알고 있어, 나를 따라와, 당신이 말한다, 그리고 그런 곳에 이제 나 혼자만 남아서 당신에게 말한다, 나는, 어디까지 따라가야 하는 거야? 당신은 이제 보이지 않는데 나는 어디로 당신을 따라가면 되는 거야? 이것을 손에 쥐고 있어, 나를 믿어, 너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아, 네 재능을 믿어, 내가 알려준 이 말들을 믿어, 너는 어떻게 되어도, 지금의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게 있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보석 같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좋아, 너를 마음껏 좋아해도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으니까 네가 좋아, 그렇지만 이제 나는 보석도 무엇도 아니야, 어디로 가야할지 잃어버린 것 같아, 당신의 목소리만 따라가면 되었던 날들이 모두 지나가 버려서 내가 원망스러워, 그동안 나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미워, 이런 나를 좋아한 당신이 너무 싫어, 귀 기울여, 해답은 너와 내가 그동안 써 왔던 글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네가 하는 말 속에,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속에 모두 담겨 있어, 단지 귀 기울여, 넌 네 모습을 그리지 않아도 좋아, 너를 보지 않아도 어느 때는 괜찮아, 지금부터가 진짜야, 나를 따라오지 않아도 좋은 날이야, 나에게 마음껏 소리치고 화를 내도 좋은 순간인 거야, 언제나 그래왔듯이 네 안에 담겨 있는 진실에 눈 돌리지 마. 정말 나는 이런 곳에 오고 싶지 않았어. 바보같이, 기막힌 사연들을 안고 나더러 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이건 모두 당신 때문이야, 당신은 사람을 잘못 고른 거야,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의 연인이었어야 했어, 내가 실컷 비웃어 줄 수 있게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야. 당신과 헤어지고 난 후, 난, 무엇도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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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nt Sound

from 어떤 날 2009. 7. 31. 02:12

저런 풍경은 무엇이든 좋아, 당신을 잊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나를 잊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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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Air

from 글쓰기 2009. 7. 31. 00:24


결국 네가 상상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거야, 불안한 미래 같은 건 없어. 정신이 이상하게 되어 버린 거라고 생각을 했어, 당신이 저런 말을 했을 때는 말이야, 화면은 무엇인지 모를 영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고, 우리가 있던 곳은 네온사인도 가로등도, 달빛도 비치지 않는 곳이었어, 눈을 떠, 당신 이상해, 나는 당신을 흔들어 깨웠고, 당신은 눈을 뜨지 못할 만큼 피곤하다고 했어, 너는 나를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다고 이야기할 거지? 라고 하며 당신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고 있었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었지, 이유를 말하지 않는 말하기는 상대방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니까. 그리고 당신은 잠들어 버렸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줄곧 당신 옆에 있었어, 그런 때의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었어,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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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from 글쓰기 2009. 7. 30. 12:55
선풍기, 열대의 밤은 나와는 맞지 않아, 저 파도와 함께 떨어지는 별빛이 뺨을 어루만지고, 분홍의 하늘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어, 맥주를 마시면서, 북소리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 느껴져. 등에 나 있는 땀방울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J의 기분이 좋지 않아, 무슨 말이야? 어제 같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J가 없었어, 그래서? 어디로 갔을까, 라고 생각하며 집 안을 뒤졌어, 그리고? 다락방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어, 무슨 일이야? 내가 J에게 물었어, 이런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J가 말했어, 책을 읽고 있어, 라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 거야? 라고 물었어, 그러니까, 나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 라고 말했어. 손에 책이 없었어, 책은 어디에 있어? 여기, 라고 하며 J가 가슴에 손을 얹었어, 나쁜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나를 보았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 지금의 모습을 보았어, 라고 말했어, 내 진짜 모습을 보았어, 라고 하면서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된 거야? 라고 말했어, 그 말을 듣고 J가 말했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 시작은 언제나 지금부터야, 언제나 지금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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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ntinuity

from 어떤 날 2009. 7. 29. 23:01

이제 그만 해, 당신도 나도 이런 일에는 익숙하지 않아, 아무 말 없이 날이 어두워지고,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던 나를 잡아 세우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타이밍도 말하는 순서도 자세도 틀렸어, 나는 날이 어두워서 네가 잘 안 보여, 라고 말하며 뒤돌아선다. 당신은 얼마나 더 그 값싼 것들을 내 얼굴에 바를 것인지 모르겠다. 다음번엔 자고 싶으면 자고 싶다고 그냥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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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y Pillow

from 글쓰기 2009. 7. 29. 22:17

나도 눕게 해 줘, J가 말한다. 침대가 더러워, 괜찮아, J는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눕는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 비가 그쳐서 말이야, 비가 올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비만 바라보면 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건강에 안 좋아, 라고 내가 말한다. 그런 것쯤은 알아, J가 말한다. 배는 어때? 내가 말한다. 괜찮아,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은 것 같아, 아프지도 쓰리지도 않아. 언니? 왜 그래? J는 하얀 시트를 턱까지 당기며 말한다.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야? 언니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언니가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배어서 언니에게 다시 찾아왔으니 말이야, 그렇지? 왜 그런 말을 해? 나는 불을 꺼달라고 말하려다가 J에게 묻는다. 사실 이 속의 아이는 아니지만 그 녀석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그냥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어, 내게 사랑이라는 건, 아이처럼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니까 말이야, 그냥 아이처럼 어리광부리고, 조르고, 못 살게 굴어도 모두 허용되는 것이 내게는 사랑이었어. 그런데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잘 못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더 심해졌지, 매달리고 울고 소리치고 하면서 그 녀석을 끝까지 몰았어, 역시나 그 녀석은 그런 것을 전혀 감당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이런 바보, 라고 속으로 얼마나 생각했는지 몰라, 지금은 자기 아이가 무서워서 군대로 도망까지 가버렸으니까 말이야. 언니는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응? J가 다시 묻는다. 어린 아이처럼 되는 것, 그런 게 허용되는 것이 사랑이고, 그런 네 사랑을 감당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는 것을 말하려는 거지? 그래, 맞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말한다. 그래, 언니, 나는,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 J가 말한다, J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불을 끈다. J와 나는 저 사진처럼 더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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