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helter

from 글쓰기 2009. 7. 11. 03:10

케탈 끓는 소리가 난다, 밤새, 철판 위에 놓인 케탈이 끓고 있다, 케탈이 모두 끓고 나면 하얀 결정이 남는다, 나는, 밤새 그걸 손등에 올려놓고 킁킁 거린다, 당신과 헤어진 밤은 그렇게 지나간다, 가지마, 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 는 말만, 잘못했다, 는 말만 했다, 당신은 이런 곳에 나를 버려두고 떠나간다, 오후 늦게 잠이 깨어 마지막 남은 케탈을 마시고 거리로 나선다, 오늘 당신과 만나기로 한 것 같은데, 어디였지? 라는 생각을 하며 길 위에 선다, 그리고 저 하늘을 보는 순간, 나는 알게 된다, 당신은 이제 없다, 이런 이국땅에 나를 버려두고 당신은 떠난다, 하늘엔 비행기가 떠 있다, 그만 날아가, 지겨워, 그날 나는 걷다가 지쳐 어느 공원에서 잠이 들었고, 잠이 깨었을 때는 늦은 새벽이었다. 그 다음 날 나는 SHELTER 로 옮겨졌다. 영어가 서투른 나를 위해 한국인 이민 여성이 배치되었고, 나의 거부로 INTOXICATION 치료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SHELTER 에서 내가 가진 카메라를 빼앗아 갔고, 저 사진을 현상해서 내게 보여주기 전까지, 나는 반복해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당신을 만나기 위해 SHELTER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와 저 사진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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