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lition Order

from 글쓰기 2009. 6. 22. 00:37


곧 무너져 버릴 집, 우리가 살던 집, 철거되면 저 곳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그 건물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우리가 가야할 곳도 정해주지 않고, 멋대로 정한 금액만을 내어주고, 가지고 나가, 라고 하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저 건물의 소유주들은 빨리 우리가 나가기를 바라고, 그래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HUMANISM 같은 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려서, 저 바닥을 기면서 울고 사정을 해도, 뭐하는 거야, 라는 비웃음만을 받아, 소유는 제한을 통해서 얻어지고, 우리가 무언가를 가질 수 없을 때에만, 지목받은 누군가가 부유해 질 수 있는 거야,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유한하듯이, 이 나라의 부는 어느 한도 이상 높아지지 않아, 그러니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할 때에만 이 나라의 경제 지표는 플러스를 받게 되어 있어, 저 집을 나가면 나는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값싼 노동력의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게 되겠지.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매스미디어에서 뿜어내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거짓된 꿈을 키우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저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것을 찾고 (어쩔 수 없으니까) 따뜻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는 교훈만을 얻게 되겠지. 우리 같은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하는 것만을 배우면서 나머지를 보내게 되겠지, 너무 싫어, 세상도, 나도, 말이야.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