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ground

from 글쓰기 2009. 6. 14. 07:36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앞의 철통, 속은 지금도 소꿉장난하는 아이들로 붐빌까? 저 안으로 들어가면 금속성의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바닥에 묻어 있다. 성인이 되어 단 한번 저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내가 어렸을 때 잘못해서 혼이 나면 들어와서 울던 곳이야,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해서 숨어 있던 곳이야, 우리 이제 헤어질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어렸을 때처럼, 이건 분명히 잘못하는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줘. 당신이 저 통 안으로 들어가서 눕고 그 위에 내가 포개어 눕는다. 저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누군가 찾아와, 괜찮아, 이리 나와, 집에 가자, 라고 하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치마가 습기와 먼지에 젖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속옷이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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