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ing Room

from 글쓰기 2009. 6. 11. 00:06

내가 살던 방은 지금도 잠겨 있다, 나는, 저 곳에서, 나의, 나머지 1년을 보내었다. 공포와 불안과 사랑과 이별이 매일 반복되어 이어져 오던 곳, 나를 학대하던 당신마저 내게 없으면 난, 외로워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곳, 당신은 밤마다 내게 이상한 연극을 시킨다, 앞으로 너는 '네', 라고만 대답하는 거야, 네, 너는 더러운 애야, 네, 너는 나쁜 애야, 네, 너는 죽어도 나를 떠나지 못해, 네, 아래에서 사람이 있는지 불러본다, 돌멩이를 던지고 인기척이 있는지 살핀다, 밤이 되면 저곳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밤이 오길 기다려 저 곳에 불이 켜지는지를 보면 될까? 나는 저 아래에 주저 않는다, 마냥 저 창을 보며, 밤이 오길 기다려, 만약 저 창에 불이 켜지면 나는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저 창살을 떼어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밤이면, 당신으로 부터, 도망친다, 온몸에 땀이 쏟아지도록 비명을 지르면서 거리로 달려간다, 내 모습에 사람들이 내게서 멀어지고, 그 모습에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해 다시 당신에게 잡혀가는 나는, 매일 밤, 당신으로 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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