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ade

from 글쓰기 2009. 6. 18. 23:09


 MDMA 를 복용한 날이면 꼭 이런 하늘을 본다, 미안해, 난 이것밖에 안 돼,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 저 하늘을 따라 해변에 도착해, 하얀색 운동화를 벗는다, 맨발의 나는 모래에 발을 묻고, 종아리까지 오는 스커트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바다로 들어간다, 잘 봐, 저 파도가 나를 혼내는 것을 말이야.


"늦었네."

"응."
"......"
"혼내도 좋아, 늦었다고 혼내도 좋아."

"아니야, 늦어도, 괜찮아."

"늦었네."
"지난번에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서."
"그래? 괜찮아."

"늦었네."
"그냥,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약속 장소에 오지 않는 거야?"
"아, 깜빡했어, 나를 혼내도 좋아, 나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
"아니야, 괜찮아."

"어디에 있는 거야? 연락이 왜 안 돼?"
"내가 뭐를 하든 괜찮다고 해서, 화났어?"
"아니야, 괜찮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괜찮다고 해서,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화났지? 나에게 화를 내도 좋아."
"너 도대체 왜 그래."
"화났지? 지난번에 괜찮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지? 이렇게 너도 나를 떠나 버릴 거지? 모두 그래, 나에게 질려서 떠나 버려, 너라고 별 수 없는 거야,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했을 때, 면 쉬지 않고 나에게 화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서 진심으로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누군가에게 사랑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그 이상의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고, 어느 누군가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이상의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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