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yster

from 글쓰기 2009. 6. 11. 21:57

기억해? 당신과 헤어졌던 기찻길, 철도 레일을 의자 삼아서 저렇게나 많은 굴을 까먹던 일, 불을 피우고 담요를 덮고 하이네켄과 호가든을 번갈아 가며 마시던 일, 껍질을 잘 모아서 너에게 선물해 줄게, 우리는 이런 기억을 공유하는 거야, 앞으로 너는 굴을 만질 때나 굴을 먹을 때, 나를 몹시도 그리워하게 될 거야, 당신이 그랬어, 나는 기차를 타면 철도 레일 옆에 굴 껍질이 떨어져 있지는 않나 살펴봐, 왠지 그걸 발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저기에 당신이 왔다 갔구나, 하고, 당신 말처럼 이후로는 굴을 먹지 않아, 보지도 냄새 맡지도 않아, 당신이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때의 기억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까 다음에 나를 보았을 때, 는 많이 칭찬해 줘야 해, 지금까지 그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당신이 아니라, 그 때 당신 옆에 있던 '나'에 대한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그렇게 살아있었다는 것에 조금의 후회도, 반성도, 미련도, 연민도 없는 '나'에 대해서 말이야,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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