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s

from 글쓰기 2009. 6. 21. 21:52

집 앞 바다, 여긴 이상한 곳이다. 당신을 따라 온 이곳은 이상한 곳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집, 내가 지낼 수 있는 방이 있고, 그곳에서 당신은 밤이면 내 발을 씻겨준다. 가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해변에서 당신을 만나 당신을 따라 이곳으로 온다. 너희들도 꿈을 꾸니? 그렇게 헝클어진 모습으로도 꿈을 꾸니? 나는 집 앞 바다에 자주 나가 흐트러진 파도를 보면서 주문을 외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당신이 현금을 보관하는 곳과 열쇠를 두는 곳, 지갑을 잘 두는 곳, 뒷문이 있는 위치, 은행 통장이 들어 있는 곳을 유심히 봐 둔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입고 있던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를 버리고, 당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는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도 버리고, LES MISERABLE 이라고 적힌 찢어진 소설책을 기워 붙이고, 노점에서 훔쳤던 귤을 당신에게 건네어 주고,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새도우를 방안 한 곳에 가지런히 둔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찢어서 바다에 버린 엽서가 생각이 나고, 늦은 밤까지 조금도 편히 잠들지 못했던 과거의 집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도 몰라, 거긴 너무 싫어, 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몰래 당신이 쓰던 카메라를 가져와서 저 바다를 찍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