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해당되는 글 808건

  1. Dizzy-Wizzy 12 2009.06.25
  2. Summer Holidays 6 2009.06.25
  3. Silence 8 2009.06.25
  4. Sick Role 4 2009.06.24
  5. Paint Me Blue 14 2009.06.24
  6. Locker 10 2009.06.24
  7. Emotional Experience 2 2009.06.23
  8. Safe Fence 6 2009.06.23
  9. Lurid Crimes 4 2009.06.23
  10. Human Analogue 8 2009.06.22
  11. Diary 2 2009.06.22
  12. Demolition Order 4 2009.06.22
  13. Loss 2 2009.06.21
  14. My life is a longing. 2009.06.21
  15. Be over 4 2009.06.21
  16. Reset #1 10 2009.06.21
  17. Salvation 2 2009.06.20
  18. Cry Out 2 2009.06.20
  19. The Horizon 2 2009.06.20
  20. Kiwi 2 2009.06.20
  21. Gray Anatomy 2 2009.06.20
  22. Blue Child 2009.06.20
  23. Firewood 2009.06.19
  24. Reflections 2 2009.06.19
  25. Charade 8 2009.06.18
  26. Love Ink 10 2009.06.17
  27. Love Reaction 12 2009.06.17
  28. Modern Blues 8 2009.06.17
  29. Piping 2009.06.17
  30. Image 8 2009.06.15

Dizzy-Wizzy

from 어떤 날 2009. 6. 25. 21:50

그렇게 숨지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가 보는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졌는지 알아?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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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Holidays

from 어떤 날 2009. 6. 25. 19:57

더 뜨거워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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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ce

from 어떤 날 2009. 6. 25. 00:50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 때 나는 당신에게 다가갔지,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당신과 함께 있는 동안, 당신 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는 것, 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 을 말이야. 길을 걸었어, 아마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을 거야, 날이 어두워지고 희미한 햇빛만이 남아서 나를 만지고 있었어, 물론 저 사진 속에 담긴 나무들도 그건 마찬가지였을 거야,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일행에서 벗어나 저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어. 그리고 생각이 난 건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해나가고 있다는 거였어. 내가 오지 않자 일행 중에 한명이 나를 찾아와서 내 손을 이끌고, 가자고 재촉했어, 역시 당신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봐. 저 나무를 올려다보았던 '나'는 언제나 당신만을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였어. 가끔 잠을 자다가 그런 꿈을 꿔, 내가 저런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꿈을 말이야, 나는, 그 눈빛이 잊히지가 않아. 너무 가여워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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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k Role

from 어떤 날 2009. 6. 24. 22:32

내가 무엇인가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어? 물론 당신 말대로 하지는 않을 테지만, 내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어? 나는 내 과거를 잊기 위해 사진을 찍어, 나는, 내가 본 것들에 중독되고 있을 뿐이야. 빵을 사들고 아파트로 가는 길, 문득 저 사진 앞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마치 처음 온 곳 같은 기분, 빨간불, 가로등, 내 기억처럼 생긴 저 건물, 괜찮아, 이곳에 얼마 살지 않을 거야, 곧 다른 곳으로 갈 거야, 나는 도망치는데 익숙해, 나는 그만 들고 있던 빵을 놓친다. 내가 서 있는 길 앞에 낯선 자동차가 선다. 운전자는 경적 소리를 한번 낸 뒤, 고개를 숙여 타라는 시늉을 한다. 나는 앞좌석에 앉아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해 줄 수 있어? 정말 내가 지불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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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Me Blue

from 글쓰기 2009. 6. 24. 21:04

 
저 하늘,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날 이런 곳에 세워 놓지 마, 조금만 있어 봐, 당신은 바닷가에 나를 세워 두고 페인트 통에 담긴 저런 하늘색의 물감을 내게 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머리카락에서 내려오는 물감이 눈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고, 입에서는 침과 함께 물감이 새어 나온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나는 열다섯에 집을 나왔고 해변에서 어느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함께 왔다. 이곳은 다다미가 깔린 집이 한 채 있고, 어부의 배들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 가끔 그 사내는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싫어, 라고 얘기하면 오늘은 밖에서 자, 라고 하거나, 오늘 밥은 없어, 라거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내 것이지? 벗어, 라고 말한다. 비폭력적인 고문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재우지 않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옷을 벗겨 놓는 거지, 그건 사람이 극도의 분노에 차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야,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로 위협하는 것 말이야, 그건 네 집이나 학교에서, 지금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과 같아. 그 사내가 말한다. 사내가 만족하면 내게는 샤워하는 것이 허락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허락되고, LES MISERABLE 를 읽는 것이 허락된다, 그리고 내 방 한편에 놓인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쳐다보는 것이 허락된다. 수고 했어, 사내가 말한다. 고마워, 내가 말한다. 학대는 칭찬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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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er

from 어떤 날 2009. 6. 24. 00:46

맡겨 놓은 거 찾으러 왔어, 이리 내, 내 사랑은 결코 500원 짜리가 아니야. 0007, 내 사랑은 저 곳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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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al Experience

from 글쓰기 2009. 6. 23. 23:40

그건 당신도 알다시피 이상한 경험이었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사실 난 ABBEY 가 더 좋아, 당신에게 거짓말했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니까, 그 시절을 상처받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 했어, 그리고 문제는 상처를 얼마나 적게 받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누구와 나누느냐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거야,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했던 행동들이 더 생채기를 내었으니까 말이야. 

낯선 곳에 와 버렸다, 이곳은 정말 낯선 곳이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사실 그 때는 무엇을 훔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변에서 당신을 만난다, 나는 열흘 동안 굶은 몸을 이끌고 당신과 팔짱을 낀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타고 헝겊같이 당신의 품에 안겨 이곳에 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에는 배가 얼마에 한 번씩 와? 하루에 두 번, 도망가려면 새벽에 일어나거나 해질녘에 저기에 서 있으면 돼, 당신은 저쪽을 가리킨다,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건 당신과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누가 살아? 너와 나, 여기에 누가 사냐니까, 너와 나.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당신과 둘이 있다는 것이 위험하고 무섭다기보다, 우주가 단 두 개의 사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카메라 마음에 들면 가져,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감춘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내겐 소용없어) 라고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가져. 나는 다시 카메라를 당신에게 보이게끔 한 뒤에 뒤돌아서서 저 모습을 찍는다, 도망치려면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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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Fence

from 어떤 날 2009. 6. 23. 01:10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내가 지나갈 수 없는 곳에, 이렇게 표시를 해 주어서 고마워, 난, 이런 표시를 봐야지만 안심이 돼,
이제 나는 이쪽에만 있으면 되는 거지? 어떻게 되었든 이쪽에만 서 있으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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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rid Crimes

from 어떤 날 2009. 6. 23. 00:07


며칠 째 하늘만을 보며 걷는다, 외출할 때, 산책할 때,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 책을 보러 갈 때, 와인을 사러 갈 때, 쇼핑을 하러 갈 때, 데이트를 하러 갈 때, 내 눈은 하늘만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필요해, 나는 주문처럼, 그런 말을 되뇐다, 비가 오고 날이 갠다, 날씨가 변하고, 나는 왜 파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를 생각한다, HAVANA, SYDNEY, MILANO, PARIS, LONDON, TOKYO, SEOUL, RIO DE JANEIRO, SANTORINI, NEW YORK, MONTREAL, ISTANBUL, CAPE TOWN, BANGKOK, 어디에서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어딘지 떠오르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잊기 위해서 나는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라면 지칠 만큼 봐 왔어, 나는 어떤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매일 하늘만을 보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에게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른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다, 기분이 상해서 무턱대고 석양을 향해 ZOOM IN 한다, 빌어먹을, 그리고 뷰파인더에 박혀 있는 저 모습을 보고 나는 겨우 정지한다. "저 녀석 사실은 누더기 밖에 걸치고 있지 않아." 그제야 나는 미소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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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Analogue

from 어떤 날 2009. 6. 22. 19:30

해지는 풍경은 당신도 나도 병들게 만들 거야, 저것보다 더 인간을 닮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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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from 어떤 날 2009. 6. 22. 02:01

가끔 내 창을 덮고 있는 커튼은 이상한 빛을 낸다, 때로는 얇은 선만을 보여줄 때가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MUSCAT OTTONEL ICEWINE 을 한 병 산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무릎까지 쌓여 있는 책들을 지나, 내일 해야 될 일을 살펴본다. 월요일 일정은 느슨하게 잡아두는 편이다. 월요일에 바쁜 건 질색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가져온 잔에 와인을 따른다. 밝은 금빛에서 레몬향이 풍겨 나온다, 한 모금은 레몬 맛으로 끝이 난다, 레몬 껍질에서 나는 향이 입 안을 가득 메운다. 그러다 LOMO LC-A 의 렌즈 창을 열고 닫고, 손 안에서 가지고 놀다, 뷰파인더로 집 안을 살펴본다. 그리고 커튼에서 멈춘다. 빛이 없어 찰칵하는 소리가 조금 늦게 난다. 저 커튼을 열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시집을 한 권는다. 조정권 시집 '신성한 숲'. 시집의 첫 면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적어준 글귀가 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와인 잔을 들고 욕실로 향한다. '목매달지 말며 결과에 집착하지 말며 다만 최선을 다할 것, 돌아가는 것도 좋을 수 있단다. 너는 오늘 무엇을 하고 보았느냐, 어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는다. 누구나, 어떤 평범한 사람도, 삶의 진실 하나는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욕실에 와인 잔을 두고, 한 손에는 시집을 들고, 그 말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는다. 옷을 벗는다.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앙상하게 말랐다. 욕조에 몸을 담근다. 와인의 레몬 향이 그만이다. 욕조에 몸을 기대고 누워 '신성한 숲'을 읽는다.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취기와 졸음이 쏟아져 온다. 안을 열고 / 이 고요 잠근다. / 밖이 가득하다. 나는 시집과 와인 잔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몸으로 침대에 눕는다. 이런 오르가즘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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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 Order

from 글쓰기 2009. 6. 22. 00:37


곧 무너져 버릴 집, 우리가 살던 집, 철거되면 저 곳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그 건물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우리가 가야할 곳도 정해주지 않고, 멋대로 정한 금액만을 내어주고, 가지고 나가, 라고 하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저 건물의 소유주들은 빨리 우리가 나가기를 바라고, 그래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HUMANISM 같은 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려서, 저 바닥을 기면서 울고 사정을 해도, 뭐하는 거야, 라는 비웃음만을 받아, 소유는 제한을 통해서 얻어지고, 우리가 무언가를 가질 수 없을 때에만, 지목받은 누군가가 부유해 질 수 있는 거야,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유한하듯이, 이 나라의 부는 어느 한도 이상 높아지지 않아, 그러니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할 때에만 이 나라의 경제 지표는 플러스를 받게 되어 있어, 저 집을 나가면 나는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값싼 노동력의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게 되겠지.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매스미디어에서 뿜어내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거짓된 꿈을 키우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저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것을 찾고 (어쩔 수 없으니까) 따뜻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는 교훈만을 얻게 되겠지. 우리 같은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하는 것만을 배우면서 나머지를 보내게 되겠지, 너무 싫어, 세상도, 나도, 말이야.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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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s

from 글쓰기 2009. 6. 21. 21:52

집 앞 바다, 여긴 이상한 곳이다. 당신을 따라 온 이곳은 이상한 곳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집, 내가 지낼 수 있는 방이 있고, 그곳에서 당신은 밤이면 내 발을 씻겨준다. 가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해변에서 당신을 만나 당신을 따라 이곳으로 온다. 너희들도 꿈을 꾸니? 그렇게 헝클어진 모습으로도 꿈을 꾸니? 나는 집 앞 바다에 자주 나가 흐트러진 파도를 보면서 주문을 외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당신이 현금을 보관하는 곳과 열쇠를 두는 곳, 지갑을 잘 두는 곳, 뒷문이 있는 위치, 은행 통장이 들어 있는 곳을 유심히 봐 둔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입고 있던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를 버리고, 당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는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도 버리고, LES MISERABLE 이라고 적힌 찢어진 소설책을 기워 붙이고, 노점에서 훔쳤던 귤을 당신에게 건네어 주고,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새도우를 방안 한 곳에 가지런히 둔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찢어서 바다에 버린 엽서가 생각이 나고, 늦은 밤까지 조금도 편히 잠들지 못했던 과거의 집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도 몰라, 거긴 너무 싫어, 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몰래 당신이 쓰던 카메라를 가져와서 저 바다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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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s a longing.

from 글쓰기 2009. 6. 21. 18:38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나는 당신에게 일주일 넘게 갈아입지 않은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와 속옷을 들키고, 열흘간 굶었다는 사실도 들킨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과 찢어진 소설책도 노점에서 훔친 귤과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도 들킨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 쓰고 있던 엽서도 들킨다. 도망쳐 왔어, 당신에게 말한다. 어디서 왔어? 나에게 말한다. 서울, 그런데 여기에는 웬일이야? 가출이라도 한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는 좋은데 밤이면 무서워,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서워, 그렇게 누워서 떨고 있으면 어느 새 papa 가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가족들을 모두 깨우고 집에 있는 물건을 부수고 가족들을 때려, papa 는 좋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이 papa 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런 papa 를 보는 것보다,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쳤어. 가족들에게 잘못했어, 그런 가족들만 내버려 두고 나왔어, 그런데 나 좋아하지? 당신에게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나에게 말한다, 다들 그래, 나더러 착하고 예쁘대, 당신에게 말한다, 그러자 당신은 들고 있던 카메라로 타고 있던 배의 선체를 찍는다, 글쎄, 당신은 내가 배낭에 숨겨 두었던 엽서를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papa, mommy 미안해, 잘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어, 떠나와서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당신은 그걸 찢어서 바다에 버린다, 무슨 짓이야? 당신에게 말한다, 이걸로 끝이야, 나에게 말한다.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배를 타고,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한다. 가지고 있던 콘돔을 모두 써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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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over

from 어떤 날 2009. 6. 21. 12:52

잠에서 깨자마자 꽃잎무늬의 월남치마와 하얀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산책을 나선다, (어떤 차림을 했었는지는, 머리는 아무렇게나 묶었고 얼굴은 씻지 않아 푸석거린다) 며칠 전부터,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하늘만을 보면서 앞을 걷는다, 손가방을 집에 두고 나왔지만 아무렇지 않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은 곳,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 곳, 살아 있는 동안은 늘 괜찮은 곳, 낮의 거리는 눈을 뜨기 힘들게 만든다, 태양은 내 머리 위에서 맴돌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우연히 찍힌 하늘을 본다, 더 파래져 줄 수 있을까? 더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나를 잊을 수 있을 만큼의 하늘을 보고 싶어, 나를 지울 수 있을 만큼의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내 눈을 아프게 해 줄 만큼의 하늘이 보고 싶어서 그래, 그 동안은 살아 있는 거야, 나는 살아 있는 거야. 날이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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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1

from 글쓰기 2009. 6. 21. 02:39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해질녘 풍경을 보기 위해, J와 외출을 한다, J는 배가 불러오고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한다, J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하지만, 미혼모 따위로 살만큼 J가 강하지 않다, 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J는 20살에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J는 지금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조금 더 착해지고 상냥해 지기만 한다면,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J의 남자 친구는 J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군대로 도망쳤지만, 그 사실을 J만 모르는 듯하다, 아니야, 그가 말했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나는 J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J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J같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묘하게 J를 상대로 내 어릴 적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J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 얘기 알아?"
"어떤 이야기?"
해가 지면서 남아 있는 빛이 하늘을 붉게 만든다.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J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말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J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를 준 사람과 인격이 동일하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J는 바람에 흐르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핸드백에 있던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J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그 남자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한다. J는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신이 미혼모들을 얼마나 증오할지, 태어날 아이를 얼마나 미워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하늘은 붉고 예쁘다, J도 아름답다. J는 얼마 안 있어, J의 그 남자 친구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괜찮아."
J가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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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ion

from 어떤 날 2009. 6. 20. 23:15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건 이런 풍경인 것 같아, 저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했어, 어떻게 좀 해 줘, 나는 말하고, 그렇지 않아, 저길 잘 봐, 저 주위를 날고 있는 새 한 마리를 봐, 그건 용서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닌 거야, 네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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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Out

from 어떤 날 2009. 6. 20. 22:29

퇴근길, 강변을 걷는다, 해는 지지 않고 비는 계속 내린다, 나의 우산은 효과적으로 비를 막아주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들고 가는 아저씨는 옆으로 휘청거린다. 강은 물이 불어나서 요란하기 그지없고, 버드나무는 가지를 더 아래로 늘어뜨리고, 우산을 쓰지 않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벌써 흠뻑 젖어 있다. 그리고, 한편에 나와 같이 울고 있는 저들을 만난다, 할로겐등이 켜지기는 아직 이른 시간, 어느 순간, 비와, 나와, 저 꽃잎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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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rizon

from 어떤 날 2009. 6. 20. 20:04

당신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하늘을 남기고 떠나는 거야, 더 이상 기대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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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

from 어떤 날 2009. 6. 20. 18:19

비가 오는 날은 날지 않아, 움직이지 않아, 이대로 비 속에 있어, 누군가 오기 이전에도, 누군가 떠나간 이후에도, 비가 오는 날은 이렇게 있어. 그러므로 어떤 날은 나를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 돼, 어떤 날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도 안 돼, 어떤 날은 변함없이 비 속에서 내가 저 새, 처럼 서 있는 날, 움직이지 않는 날,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내가 숨어 있는 날, 당신은 결코 나를 찾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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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Anatomy

from 글쓰기 2009. 6. 20. 13:11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 날, 나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전날은 무서워서 당신을 찾아갔고, 나 같은 게 통과할 수 있을까? 라며 당신의 품에 안겨, 당신에게 말했다. 나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나쁜 일도 많이 했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이 했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내고,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를 때린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이런 것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당신은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과거의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너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단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나 하는 것만 기억한다면 좋겠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네 이런 모습이, 너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야.

  지금도 나는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언어로 살아, 그 때 이후로 내 언어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당신이 가르쳐 준 언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은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나를 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상관없는 거였어, 그걸로 구원을 얻는 거야, 당신이 옳았어, 가끔 당신과 함께 저 책을 읽던 때가 생각나, Gray Anatomy,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해, Anatomy is the science of the structure of the body, 당신이 없는 지금, 당신이 내겐 더 또렷해. 그 즐거움, 을 잊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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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Child

from 어떤 날 2009. 6. 20. 01:08

  상관없어,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저 사이로, 흐르는 바다와 밝아오는 아침과, 나의 햇살이 손짓하는 곳으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내 손을 놓아 줘, '나', 란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더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그 날, 당신은 저 자리에서만 모두 1000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는 LCD 창을 보며 콘트라스트가 이상해, 라고 투덜거렸어, 당신이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동안은 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질투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어, '나는 너를 통해 내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가졌던 내 어린 시절을 만나.' 라는 당신의 말도 무엇을 뜻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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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wood

from 어떤 날 2009. 6. 19. 23:03

나는 아직 이 두려움을 모르고 있어, 완전히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모른 채, 나는, 내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 어떤 날을 기다리고 있어, 누군가 그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와르르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라며, 비 맞은 날 오후에 작은 불씨로나마 살아갈 기대도 없이, 언젠가 저기 있는 것들이 모두 타버려서, 남김없이, 나 아닌 내 기억들이 모두 검은 재로 바람에 흩어져 가기를 바라며,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것뿐이라는 공포를 나는 아직 모르고 있어, 알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며 뭔지 모를 불안을 또한 저렇게 쌓아두고, 어느 누군가가 저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와르르 무너뜨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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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from 어떤 날 2009. 6. 19. 00:07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아직, 당신 곁에 있는 거야, 이게 진실인 거야. 저 곳에서도 나는, 혼자였고, 한국, 에 와서도 나는 혼자였어, 그렇지만 진실은 언제나 하나, 라고 생각해, 쉽게 당신을 놓아주지 않아, 당신을 잃은 저 곳에서, 나는 그만, 눈이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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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de

from 글쓰기 2009. 6. 18. 23:09


 MDMA 를 복용한 날이면 꼭 이런 하늘을 본다, 미안해, 난 이것밖에 안 돼,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 저 하늘을 따라 해변에 도착해, 하얀색 운동화를 벗는다, 맨발의 나는 모래에 발을 묻고, 종아리까지 오는 스커트를 손으로 잡고, 천천히 바다로 들어간다, 잘 봐, 저 파도가 나를 혼내는 것을 말이야.


"늦었네."

"응."
"......"
"혼내도 좋아, 늦었다고 혼내도 좋아."

"아니야, 늦어도, 괜찮아."

"늦었네."
"지난번에 늦었을 때, 괜찮다고 해서."
"그래? 괜찮아."

"늦었네."
"그냥, 미안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약속 장소에 오지 않는 거야?"
"아, 깜빡했어, 나를 혼내도 좋아, 나에게 무슨 짓이든 해도 좋아."
"아니야, 괜찮아."

"어디에 있는 거야? 연락이 왜 안 돼?"
"내가 뭐를 하든 괜찮다고 해서, 화났어?"
"아니야, 괜찮아."

"왜 아무 말도 안 해?"
"괜찮다고 해서,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화났지? 나에게 화를 내도 좋아."
"너 도대체 왜 그래."
"화났지? 지난번에 괜찮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지? 이렇게 너도 나를 떠나 버릴 거지? 모두 그래, 나에게 질려서 떠나 버려, 너라고 별 수 없는 거야,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잘못했을 때, 면 쉬지 않고 나에게 화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러면서 진심으로 나를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 누군가에게 사랑은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어느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그 이상의 사랑을 기대하기 어렵고, 어느 누군가는 어릴 때 경험했던 방식, 이상의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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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k

from 글쓰기 2009. 6. 17. 23:43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잘할 테니까, 그러지 마, 잉크를 투명한 물이 담긴 비커에 떨어뜨리면 남은 것은 시간뿐이게 된다. 어느 때가 되면 잉크는 동일한 정도로 물 안에 가득할 것이다. 이별할 즈음에는 저런 실험을 아주 많이 한다. 눈이 즐거워지는 일일 뿐이야, 라고 당신이 말하고, 그렇지도 않아, 라고 내가 말한다. 나는 이 실험이 엉망이 되어서 당신과의 이별이 원활하지 않기를 바라고, 당신은 잉크의 연기가 물속에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가 당신에게 복수하는 길은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다른 연애에 실패하는 것을 당신에게 보여주는 거야, 엉망이 되어 버릴 테니까, 두고 봐, 라고 내가 말하고, 상처입지 않고 무언가를 놓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거야, 라고 당신이 말한다. 어느 날 하늘을 보면, 저기 저 모습처럼, 그 때의 '나'와 그 때의 '당신'처럼 잔뜩 흐린 날이 있어, 내가 얼마나 엉망이 되는지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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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Reaction

from 글쓰기 2009. 6. 17. 21:04

가끔 너무 폭주해 버린다, 주말 오전에 연인과 만나 공원을 걷고, 감자 샐러드와 칙피와 까망베르 소스의 돼지고기 요리로 점심을 먹고, 호텔 스파에 갔다가 룸에서 연인과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수영을 하고 간장 소스의 가리비 구이와 실파 향의 생선 구이, 쇠갈비 구이와 쇠갈비 찜으로 저녁을 먹고, 샤토 라투르를 마시다가, 해산물 샐러드와 베이컨말이를 안주로 스카치위스키와 기네스를 마시고, 이런 기분이라면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아, 라는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심야 영화로 공포 영화를 보고, 팝콘과 코크를 먹으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와, 클럽에서 연인과 나란히 엑스터시를 씹어서 넘기고, 새벽길을 걷다가, 자는 것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며 호텔로 돌아와 믹 재거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연인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4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나가 보트를 타고, 젖은 채로 모래사장에서 머피를 마시고, 구운 닭 가슴살 샐러드로 점심을 대신하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미술관에 들르고, 뮤지컬을 보고, 레드와인을 소스로 한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내가 운전할게, 라고 연인에게 말하고, 선루프를 열고 자동차를 고속으로 운전하고, 다음 날 오후 늦게까지 연인과 붙어 있으면, 연인은 게을러져서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다음 날까지도 일하러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집까지 따라 들어와, 내 품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나는 기말 고사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고, 과제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지 않고, 연인의 어리광을 소파에서 받아주고 있으면, 세상이 우리가 행복한 것을 허락해 줄까? 라는 쓸모없는 이야기를 연인이 하고,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싫다고 하며 연인과 크게 다투고, 연인은 그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고, 나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남자는 별로야, 라고 말하며 듣지 않는 척 한다, 나는, 그만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 라고 말하고, 연인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관계는 뭐야? 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정말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연인은 통제 불능이 되어 더 소리를 지르고, 나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오면, 연인은 학교까지 나를 쫓아와 창피를 주고, 나는, 그런 연인에게 울면서, 이상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잘못되어 버리나 봐, 라고 하며 연인의 품에 안기고, 연인은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내가 잘하게, 라고 말하고, 그 후 연인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피하고, 그러다 이제 그만 두자, 고 말하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나를 사랑하지마, 안 돼, 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을 그 사람에게 하고,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나는, 새로운 연인에게 이 사람하고 헤어졌는데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새로운 연인은 그 사람을 나로부터 떼어 낸다.


 - 폭주한 날이면, 예전에 당신과 있던 저 집을 찾아가, 기억하는지 모르겠어, 저 곳에서 당신과 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아무리 애를 써도, 저기서 있었던 때만큼의 경험은 지금도 못해, 그래서 아직도 당신을 잊지 못하는 걸까? 라는 의심을 하고 있어. 모두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불행하게도 지금 저 곳은 지역 미술관으로 바뀌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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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Blues

from 어떤 날 2009. 6. 17. 03:18

언제든 난 저걸 먹으면서 나이 들어갈 거야, 저 구름을 이따금씩 입 안에서 녹이면서, 오물거리는 입모양을 하고 당신을 만나면서, 당신은 절대 알지 못해, 라는 심정으로, 나에게 비밀이 있어, 라고는 당신에게 결코 말하지 않고 말이야. 하늘에 누가 저렇게 물감을 뿌려놓았는지는 몰라도 그걸 발견한 건, 나, 인거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그걸 발견한 것은, 나, 인거야. 장마가 지면, 비에 섞여서 저 푸른빛이 땅 위로 조금씩 내려온대, 얼마 안 있어, 당신도 나도 온통 파래질 거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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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ping

from 어떤 날 2009. 6. 17. 02:21

나는, 도둑이야, 저 배관들 사이에서 살래, 나는 도둑이야, 저기 저 녹슨 틈 사이에서 살래, 나는 도둑이야, 저기 있는 얼룩처럼 저 벽에 붙어서 살래, 당신은 도둑의 아내를 두었고, 내게 저런 풍경 밖에는 남겨주지 않았어 _ 선잠을 깬다, 저 모습을 보고, 나는, 멈추어 선다, 나는, 길을 잃지 않았고, 지금도 서 있는 채로 건물 벽에 붙어 있는 것, 들을 본다, 저 눈물 흘리는 것들이 애처로워 어떻게든 하, 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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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from 어떤 날 2009. 6. 15. 23:48

   내가 만든 도시는 안개와 함께 사라지고, 당신이 살던 바다는 폭풍우가 그친지 오래야. 
   난 내 사랑에 충실하지 못하고, 내 아픔에 덜 민감하며, 타인의 아픔에 더 추워. 이런 봄날은
   떨기에 너무 좋아, 목이 붓고 두통에, 온 몸에서 체한 듯 열기를 뿜어내지. 
   이런 꿈을 꿔, 나 혼자 뒤떨어져 다른 사람들을 쫒아가는,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얼어서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이 다리가 무거워지는, 
   뒤돌아보았을 때, 온갖 짐승들이 나에게 달려들어 오는 꿈을 말이야. 
   그렇게, 나는, 강해지는 거야.
 
   -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저런 것들 뿐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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