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졌는지 알아?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
며칠 째 하늘만을 보며 걷는다, 외출할 때, 산책할 때,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 책을 보러 갈 때, 와인을 사러 갈 때, 쇼핑을 하러 갈 때, 데이트를 하러 갈 때, 내 눈은 하늘만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필요해, 나는 주문처럼, 그런 말을 되뇐다, 비가 오고 날이 갠다, 날씨가 변하고, 나는 왜 파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를 생각한다, HAVANA, SYDNEY, MILANO, PARIS, LONDON, TOKYO, SEOUL, RIO DE JANEIRO, SANTORINI, NEW YORK, MONTREAL, ISTANBUL, CAPE TOWN, BANGKOK, 어디에서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어딘지 떠오르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잊기 위해서 나는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라면 지칠 만큼 봐 왔어, 나는 어떤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매일 하늘만을 보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에게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른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다, 기분이 상해서 무턱대고 석양을 향해 ZOOM IN 한다, 빌어먹을, 그리고 뷰파인더에 박혀 있는 저 모습을 보고 나는 겨우 정지한다. "저 녀석 사실은 누더기 밖에 걸치고 있지 않아." 그제야 나는 미소를 찾는다.
퇴근길, 강변을 걷는다, 해는 지지 않고 비는 계속 내린다, 나의 우산은 효과적으로 비를 막아주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들고 가는 아저씨는 옆으로 휘청거린다. 강은 물이 불어나서 요란하기 그지없고, 버드나무는 가지를 더 아래로 늘어뜨리고, 우산을 쓰지 않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벌써 흠뻑 젖어 있다. 그리고, 한편에 나와 같이 울고 있는 저들을 만난다, 할로겐등이 켜지기는 아직 이른 시간, 어느 순간, 비와, 나와, 저 꽃잎은 하나가 된다.
비가 오는 날은 날지 않아, 움직이지 않아, 이대로 비 속에 있어, 누군가 오기 이전에도, 누군가 떠나간 이후에도, 비가 오는 날은 이렇게 있어. 그러므로 어떤 날은 나를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 돼, 어떤 날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도 안 돼, 어떤 날은 변함없이 비 속에서 내가 저 새, 처럼 서 있는 날, 움직이지 않는 날,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내가 숨어 있는 날, 당신은 결코 나를 찾지 못할 거야.
가끔 너무 폭주해 버린다, 주말 오전에 연인과 만나 공원을 걷고, 감자 샐러드와 칙피와 까망베르 소스의 돼지고기 요리로 점심을 먹고, 호텔 스파에 갔다가 룸에서 연인과 낮잠을 자고, 일어나, 간단히 수영을 하고 간장 소스의 가리비 구이와 실파 향의 생선 구이, 쇠갈비 구이와 쇠갈비 찜으로 저녁을 먹고, 샤토 라투르를 마시다가, 해산물 샐러드와 베이컨말이를 안주로 스카치위스키와 기네스를 마시고, 이런 기분이라면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아, 라는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심야 영화로 공포 영화를 보고, 팝콘과 코크를 먹으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와, 클럽에서 연인과 나란히 엑스터시를 씹어서 넘기고, 새벽길을 걷다가, 자는 것이 너무 아쉬워, 라고 하며 호텔로 돌아와 믹 재거의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연인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해가 뜨는 것을 보고, 4시간 동안 자동차를 운전해서 바다로 나가 보트를 타고, 젖은 채로 모래사장에서 머피를 마시고, 구운 닭 가슴살 샐러드로 점심을 대신하고,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미술관에 들르고, 뮤지컬을 보고, 레드와인을 소스로 한 스테이크로 저녁을 먹고, 내가 운전할게, 라고 연인에게 말하고, 선루프를 열고 자동차를 고속으로 운전하고, 다음 날 오후 늦게까지 연인과 붙어 있으면, 연인은 게을러져서 그 날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다음 날까지도 일하러 가지 않고, 내가 사는 집까지 따라 들어와, 내 품에서만 있으려고 하고, 나는 기말 고사 기간에 학교에 가지 않고, 과제를 하지 않고, 시험을 치지 않고, 연인의 어리광을 소파에서 받아주고 있으면, 세상이 우리가 행복한 것을 허락해 줄까? 라는 쓸모없는 이야기를 연인이 하고, 나는, 일하지 않는 사람은 싫다고 하며 연인과 크게 다투고, 연인은 그만 직장을 그만 두고, 나에게, 같이 살자고 말하고, 나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남자는 별로야, 라고 말하며 듣지 않는 척 한다, 나는, 그만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연인에게 집으로 돌아가, 라고 말하고, 연인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관계는 뭐야? 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정말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말할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연인은 통제 불능이 되어 더 소리를 지르고, 나는, 도망치듯 집을 빠져 나오면, 연인은 학교까지 나를 쫓아와 창피를 주고, 나는, 그런 연인에게 울면서, 이상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잘못되어 버리나 봐, 라고 하며 연인의 품에 안기고, 연인은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내가 잘하게, 라고 말하고, 그 후 연인은 직장을 구하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나는, 그 사람의 연락을 피하고, 그러다 이제 그만 두자, 고 말하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고, 나를 사랑하지마, 안 돼, 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을 그 사람에게 하고, 다른 사람을 연인으로 만나고 있는 사이에, 그 사람이 그 모습을 목격하고, 나는, 새로운 연인에게 이 사람하고 헤어졌는데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새로운 연인은 그 사람을 나로부터 떼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