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이 두려움을 모르고 있어, 완전히 타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모른 채, 나는, 내 기억은 차곡차곡 쌓여 어떤 날을 기다리고 있어, 누군가 그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와르르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라며, 비 맞은 날 오후에 작은 불씨로나마 살아갈 기대도 없이, 언젠가 저기 있는 것들이 모두 타버려서, 남김없이, 나 아닌 내 기억들이 모두 검은 재로 바람에 흩어져 가기를 바라며,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것뿐이라는 공포를 나는 아직 모르고 있어, 알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며 뭔지 모를 불안을 또한 저렇게 쌓아두고, 어느 누군가가 저 중에 하나를 끄집어내어 와르르 무너뜨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