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891건

  1. Analytic Philosophy 2009.06.27
  2. Simple Machine 2009.06.27
  3. Tribute 4 2009.06.27
  4. Make Some Noise 2 2009.06.27
  5. Big Blue 2 2009.06.27
  6. Miss White (Out) 8 2009.06.26
  7. Gifted Bench 18 2009.06.26
  8. LOVE WALL 12 2009.06.25
  9. Dizzy-Wizzy 12 2009.06.25
  10. Summer Holidays 6 2009.06.25
  11. Silence 8 2009.06.25
  12. Sick Role 4 2009.06.24
  13. Paint Me Blue 14 2009.06.24
  14. Locker 10 2009.06.24
  15. Emotional Experience 2 2009.06.23
  16. Safe Fence 6 2009.06.23
  17. Lurid Crimes 4 2009.06.23
  18. Human Analogue 8 2009.06.22
  19. Diary 2 2009.06.22
  20. Demolition Order 4 2009.06.22
  21. Loss 2 2009.06.21
  22. My life is a longing. 2009.06.21
  23. Be over 4 2009.06.21
  24. Reset #1 10 2009.06.21
  25. Salvation 2 2009.06.20
  26. Cry Out 2 2009.06.20
  27. The Horizon 2 2009.06.20
  28. Kiwi 2 2009.06.20
  29. Gray Anatomy 2 2009.06.20
  30. Blue Child 2009.06.20

Analytic Philosophy

from 어떤 날 2009. 6. 27. 21:56

이 사진은 어디에서 찍은 것일까?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앞에 서 있었던 것일까? 하필 나는 왜 저길 지나가고 있었던 것일까? 내 기억에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 내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저건 무엇일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어, 그러니까 해답을 꼭 얻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없는 것이 아닐까? 누가 뭐라고 그래도, 저건 그냥 빨간 세로줄과 하얀 세로줄이고, 구겨져 있고 때가 묻어 있을 뿐이야, 그냥 그런 거야. 그렇지? 그리고 이별은 이별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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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Machine

from 어떤 날 2009. 6. 27. 19:55

당신도 나도 낡아서 이제 어쩔 수 없는 거야. 저 기계 기억해? 나는 당신이 내게 한 짓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어, 결코 예전 같지 않은 내 생활 속에서 그 기억이 재생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 주인공은 나야, 잘 봐, 당신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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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from 어떤 날 2009. 6. 27. 14:23

당신이 만든 저것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을 때, 당신은 얼마나 웃어대었을까? 이젠 당신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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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Some Noise

from 어떤 날 2009. 6. 27. 11:00

녹슨 현실을 본다, TRICKLE-DOWN 같은 건 정말 질색이다, TRICKLE-DOWN 은 내 사랑을 실패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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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lue

from 글쓰기 2009. 6. 27. 02:13

해질녘이면 과거에 내가 쓴 글을 가지고 테라스로 나간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 전까지, 나는, 테라스에 앉아 그 글을 읽는다. 그리고 나는 과거와 얼마나 비슷한 고민을 지금 하고 있는가 하는 것에 놀라고, 그럴 때마다 그 해답을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나는, 열다섯을 기묘한 무인도에서 보내었다. 그곳에는 다다미가 깔린 집이 딱 한 채만 있고,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오는 어부들의 배를 훔쳐 타야만 했다. 섬 주위로는 온통 푸른 바다만이 있고, 닳아빠진 돌멩이들과, 누구도 밟지 않은 작은 모래사장 같은 것이 있었다. 그 때 난 가출하고, 열흘을 굶은 상태였기 때문에, 누구든 나를 어떻게 해 주길 바랐다, 정말 누구든 이었다, 그러다 어느 해변에서 낯선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향했다, 나는 낯선 사내와 팔짱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안전하다고 느꼈다. 그 사내가 나를 구원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나는 그저 푸른색에 중독되어 갈 뿐이었다. 그 섬은 사내를 위한 섬이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 때부터 글을 적기 시작했다. 사내 몰래 숨어서 글을 적었다. 주로 적은 것들은 그리운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다 사내에게 내가 쓴 글이 들키면 나는 여지없이 벌을 받았다. 이걸 글이라고 적은 거니? 너 같은 건 안 돼, 나는 뜨거운 여름날 집 밖에 서 있는 벌을 받았다. 내 살갗에는 그 때의 기억이 남아 있다, 여름이 되면 그 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이후로, 나는, 누군가가 내게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 같은 것은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그 섬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대신, 누군가가 내게 비난을 하면 안심이 된다, 익숙한 느낌, 그래 맞아, 나 같은 건 원래 그래, 열다섯 이후로 나는 사랑을 배우지 못했다. 섬을 도망쳐 나올 때, 나는, 섬에서 내가 적은 글만을 가지고 나왔다, 플라스틱 비닐랩 같은 것으로 내 기억을 온 몸에 동여 메고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역 LOCKER 에 숨겨두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거길 다녀왔다, 500원, 0007, 내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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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White (Out)

from 어떤 날 2009. 6. 26. 22:50

누군가는 떠난다, 아장아장 걸음마가 끝나갈 무렵부터 시작된 이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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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ed Bench

from 어떤 날 2009. 6. 26. 00:58

나는 여기에 앉을까? 아니면 저기? 여기에 앉아, 당신이 말한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어, 내가 말한다. 나는 과거에 당신과 함께 있던 벤치로 온다, 땅에 엎드려 그 날 당신이 흘려 내었던 이야기를 주어 담는다. 당신은 나를 떠난다. 잘 들어봐, 너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옛날에 그러한 폭력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야, 만약  누군가 너를 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전에 누군가에게 뼈저리게 버림 받은 적이 있는 거야, 내가 지금 너를 버리듯이 말이야, 그러니까 선택해야 해, 네가 앞으로 누군가를 버릴지 그렇게 하지 않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지금도 당신을 닮아 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잔디 곳곳에 숨어 있는 당신의 말을 주우려다 그냥 묻어둔다, 이제 누군가는 이곳에서 또 이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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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WALL

from 어떤 날 2009. 6. 25. 22:44

당신과 나, 저렇게 선을 그어 놓고 이제 넘어가지 말자, 지금까지 나 있는 구멍만으로 충분해, 이제 됐어. 나는, 페인트 통에 프러시안 블루를 짜 넣고 테레핀과 린시드를 부어서 거리로 가지고 나간다, 3:7로 섞인 프러시안 블루를 보도블록에 붓는다, 잘 봐, 당신이 나에게 뿌려대던 그 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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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zzy-Wizzy

from 어떤 날 2009. 6. 25. 21:50

그렇게 숨지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 네가 보는 앞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졌는지 알아?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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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Holidays

from 어떤 날 2009. 6. 25. 19:57

더 뜨거워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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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ce

from 어떤 날 2009. 6. 25. 00:50

사랑이 절실히 필요할 때 나는 당신에게 다가갔지,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당신과 함께 있는 동안, 당신 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는 것, 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 을 말이야. 길을 걸었어, 아마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을 거야, 날이 어두워지고 희미한 햇빛만이 남아서 나를 만지고 있었어, 물론 저 사진 속에 담긴 나무들도 그건 마찬가지였을 거야,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일행에서 벗어나 저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어. 그리고 생각이 난 건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해나가고 있다는 거였어. 내가 오지 않자 일행 중에 한명이 나를 찾아와서 내 손을 이끌고, 가자고 재촉했어, 역시 당신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가 봐. 저 나무를 올려다보았던 '나'는 언제나 당신만을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였어. 가끔 잠을 자다가 그런 꿈을 꿔, 내가 저런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꿈을 말이야, 나는, 그 눈빛이 잊히지가 않아. 너무 가여워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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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k Role

from 어떤 날 2009. 6. 24. 22:32

내가 무엇인가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어? 물론 당신 말대로 하지는 않을 테지만, 내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어? 나는 내 과거를 잊기 위해 사진을 찍어, 나는, 내가 본 것들에 중독되고 있을 뿐이야. 빵을 사들고 아파트로 가는 길, 문득 저 사진 앞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디로 가야 할까? 마치 처음 온 곳 같은 기분, 빨간불, 가로등, 내 기억처럼 생긴 저 건물, 괜찮아, 이곳에 얼마 살지 않을 거야, 곧 다른 곳으로 갈 거야, 나는 도망치는데 익숙해, 나는 그만 들고 있던 빵을 놓친다. 내가 서 있는 길 앞에 낯선 자동차가 선다. 운전자는 경적 소리를 한번 낸 뒤, 고개를 숙여 타라는 시늉을 한다. 나는 앞좌석에 앉아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해 줄 수 있어? 정말 내가 지불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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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Me Blue

from 글쓰기 2009. 6. 24. 21:04

 
저 하늘,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날 이런 곳에 세워 놓지 마, 조금만 있어 봐, 당신은 바닷가에 나를 세워 두고 페인트 통에 담긴 저런 하늘색의 물감을 내게 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머리카락에서 내려오는 물감이 눈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고, 입에서는 침과 함께 물감이 새어 나온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나는 열다섯에 집을 나왔고 해변에서 어느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함께 왔다. 이곳은 다다미가 깔린 집이 한 채 있고, 어부의 배들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 가끔 그 사내는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싫어, 라고 얘기하면 오늘은 밖에서 자, 라고 하거나, 오늘 밥은 없어, 라거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내 것이지? 벗어, 라고 말한다. 비폭력적인 고문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재우지 않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옷을 벗겨 놓는 거지, 그건 사람이 극도의 분노에 차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야,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로 위협하는 것 말이야, 그건 네 집이나 학교에서, 지금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과 같아. 그 사내가 말한다. 사내가 만족하면 내게는 샤워하는 것이 허락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허락되고, LES MISERABLE 를 읽는 것이 허락된다, 그리고 내 방 한편에 놓인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쳐다보는 것이 허락된다. 수고 했어, 사내가 말한다. 고마워, 내가 말한다. 학대는 칭찬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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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ker

from 어떤 날 2009. 6. 24. 00:46

맡겨 놓은 거 찾으러 왔어, 이리 내, 내 사랑은 결코 500원 짜리가 아니야. 0007, 내 사랑은 저 곳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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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al Experience

from 글쓰기 2009. 6. 23. 23:40

그건 당신도 알다시피 이상한 경험이었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있고 (사실 난 ABBEY 가 더 좋아, 당신에게 거짓말했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었으니까, 그 시절을 상처받지 않고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 했어, 그리고 문제는 상처를 얼마나 적게 받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어, 어떻게 받아들이고 누구와 나누느냐 하는 게 더 중요했던 거야, 상처받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했던 행동들이 더 생채기를 내었으니까 말이야. 

낯선 곳에 와 버렸다, 이곳은 정말 낯선 곳이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사실 그 때는 무엇을 훔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변에서 당신을 만난다, 나는 열흘 동안 굶은 몸을 이끌고 당신과 팔짱을 낀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타고 헝겊같이 당신의 품에 안겨 이곳에 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에는 배가 얼마에 한 번씩 와? 하루에 두 번, 도망가려면 새벽에 일어나거나 해질녘에 저기에 서 있으면 돼, 당신은 저쪽을 가리킨다,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건 당신과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누가 살아? 너와 나, 여기에 누가 사냐니까, 너와 나.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당신과 둘이 있다는 것이 위험하고 무섭다기보다, 우주가 단 두 개의 사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카메라 마음에 들면 가져,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감춘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내겐 소용없어) 라고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가져. 나는 다시 카메라를 당신에게 보이게끔 한 뒤에 뒤돌아서서 저 모습을 찍는다, 도망치려면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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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Fence

from 어떤 날 2009. 6. 23. 01:10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내가 지나갈 수 없는 곳에, 이렇게 표시를 해 주어서 고마워, 난, 이런 표시를 봐야지만 안심이 돼,
이제 나는 이쪽에만 있으면 되는 거지? 어떻게 되었든 이쪽에만 서 있으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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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rid Crimes

from 어떤 날 2009. 6. 23. 00:07


며칠 째 하늘만을 보며 걷는다, 외출할 때, 산책할 때,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 책을 보러 갈 때, 와인을 사러 갈 때, 쇼핑을 하러 갈 때, 데이트를 하러 갈 때, 내 눈은 하늘만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필요해, 나는 주문처럼, 그런 말을 되뇐다, 비가 오고 날이 갠다, 날씨가 변하고, 나는 왜 파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를 생각한다, HAVANA, SYDNEY, MILANO, PARIS, LONDON, TOKYO, SEOUL, RIO DE JANEIRO, SANTORINI, NEW YORK, MONTREAL, ISTANBUL, CAPE TOWN, BANGKOK, 어디에서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어딘지 떠오르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잊기 위해서 나는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라면 지칠 만큼 봐 왔어, 나는 어떤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매일 하늘만을 보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에게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른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다, 기분이 상해서 무턱대고 석양을 향해 ZOOM IN 한다, 빌어먹을, 그리고 뷰파인더에 박혀 있는 저 모습을 보고 나는 겨우 정지한다. "저 녀석 사실은 누더기 밖에 걸치고 있지 않아." 그제야 나는 미소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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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Analogue

from 어떤 날 2009. 6. 22. 19:30

해지는 풍경은 당신도 나도 병들게 만들 거야, 저것보다 더 인간을 닮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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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from 어떤 날 2009. 6. 22. 02:01

가끔 내 창을 덮고 있는 커튼은 이상한 빛을 낸다, 때로는 얇은 선만을 보여줄 때가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MUSCAT OTTONEL ICEWINE 을 한 병 산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무릎까지 쌓여 있는 책들을 지나, 내일 해야 될 일을 살펴본다. 월요일 일정은 느슨하게 잡아두는 편이다. 월요일에 바쁜 건 질색이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가져온 잔에 와인을 따른다. 밝은 금빛에서 레몬향이 풍겨 나온다, 한 모금은 레몬 맛으로 끝이 난다, 레몬 껍질에서 나는 향이 입 안을 가득 메운다. 그러다 LOMO LC-A 의 렌즈 창을 열고 닫고, 손 안에서 가지고 놀다, 뷰파인더로 집 안을 살펴본다. 그리고 커튼에서 멈춘다. 빛이 없어 찰칵하는 소리가 조금 늦게 난다. 저 커튼을 열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시집을 한 권는다. 조정권 시집 '신성한 숲'. 시집의 첫 면에는 누군가가 나에게 적어준 글귀가 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와인 잔을 들고 욕실로 향한다. '목매달지 말며 결과에 집착하지 말며 다만 최선을 다할 것, 돌아가는 것도 좋을 수 있단다. 너는 오늘 무엇을 하고 보았느냐, 어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는다. 누구나, 어떤 평범한 사람도, 삶의 진실 하나는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욕실에 와인 잔을 두고, 한 손에는 시집을 들고, 그 말을 포스트잇에 옮겨 적는다. 옷을 벗는다.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앙상하게 말랐다. 욕조에 몸을 담근다. 와인의 레몬 향이 그만이다. 욕조에 몸을 기대고 누워 '신성한 숲'을 읽는다.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취기와 졸음이 쏟아져 온다. 안을 열고 / 이 고요 잠근다. / 밖이 가득하다. 나는 시집과 와인 잔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몸으로 침대에 눕는다. 이런 오르가즘은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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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 Order

from 글쓰기 2009. 6. 22. 00:37


곧 무너져 버릴 집, 우리가 살던 집, 철거되면 저 곳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서고 그 건물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우리가 가야할 곳도 정해주지 않고, 멋대로 정한 금액만을 내어주고, 가지고 나가, 라고 하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저 건물의 소유주들은 빨리 우리가 나가기를 바라고, 그래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HUMANISM 같은 건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려서, 저 바닥을 기면서 울고 사정을 해도, 뭐하는 거야, 라는 비웃음만을 받아, 소유는 제한을 통해서 얻어지고, 우리가 무언가를 가질 수 없을 때에만, 지목받은 누군가가 부유해 질 수 있는 거야, 지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유한하듯이, 이 나라의 부는 어느 한도 이상 높아지지 않아, 그러니까 국민 대다수가 가난할 때에만 이 나라의 경제 지표는 플러스를 받게 되어 있어, 저 집을 나가면 나는 교육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고 값싼 노동력의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젊은 날을 보내게 되겠지.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매스미디어에서 뿜어내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라는 거짓된 꿈을 키우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저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범죄자가 되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것을 찾고 (어쩔 수 없으니까) 따뜻한 곳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하는 교훈만을 얻게 되겠지. 우리 같은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하는 것만을 배우면서 나머지를 보내게 되겠지, 너무 싫어, 세상도, 나도, 말이야.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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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s

from 글쓰기 2009. 6. 21. 21:52

집 앞 바다, 여긴 이상한 곳이다. 당신을 따라 온 이곳은 이상한 곳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집, 내가 지낼 수 있는 방이 있고, 그곳에서 당신은 밤이면 내 발을 씻겨준다. 가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해변에서 당신을 만나 당신을 따라 이곳으로 온다. 너희들도 꿈을 꾸니? 그렇게 헝클어진 모습으로도 꿈을 꾸니? 나는 집 앞 바다에 자주 나가 흐트러진 파도를 보면서 주문을 외운다,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당신이 현금을 보관하는 곳과 열쇠를 두는 곳, 지갑을 잘 두는 곳, 뒷문이 있는 위치, 은행 통장이 들어 있는 곳을 유심히 봐 둔다, 그래야만 한다. 나는 입고 있던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를 버리고, 당신이 즐겨 입는 청바지와 셔츠로 갈아입는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도 버리고, LES MISERABLE 이라고 적힌 찢어진 소설책을 기워 붙이고, 노점에서 훔쳤던 귤을 당신에게 건네어 주고,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새도우를 방안 한 곳에 가지런히 둔다, 그래야만 한다. 그러던 중에 당신이 찢어서 바다에 버린 엽서가 생각이 나고, 늦은 밤까지 조금도 편히 잠들지 못했던 과거의 집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나도 몰라, 거긴 너무 싫어, 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몰래 당신이 쓰던 카메라를 가져와서 저 바다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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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s a longing.

from 글쓰기 2009. 6. 21. 18:38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나는 당신에게 일주일 넘게 갈아입지 않은 스커트와 변색이 된 하얀 셔츠와 속옷을 들키고, 열흘간 굶었다는 사실도 들킨다, 배낭에 들어 있던 젖은 신문과 찢어진 소설책도 노점에서 훔친 귤과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도 들킨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 쓰고 있던 엽서도 들킨다. 도망쳐 왔어, 당신에게 말한다. 어디서 왔어? 나에게 말한다. 서울, 그런데 여기에는 웬일이야? 가출이라도 한 거야?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는 좋은데 밤이면 무서워,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서워, 그렇게 누워서 떨고 있으면 어느 새 papa 가 술에 취해 들어와서 가족들을 모두 깨우고 집에 있는 물건을 부수고 가족들을 때려, papa 는 좋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이 papa 를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그런 papa 를 보는 것보다, 늦은 시간까지 papa 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무서웠어, 그래서 도망쳤어. 가족들에게 잘못했어, 그런 가족들만 내버려 두고 나왔어, 그런데 나 좋아하지? 당신에게 말한다, 무슨 말이야? 나에게 말한다, 다들 그래, 나더러 착하고 예쁘대, 당신에게 말한다, 그러자 당신은 들고 있던 카메라로 타고 있던 배의 선체를 찍는다, 글쎄, 당신은 내가 배낭에 숨겨 두었던 엽서를 아무렇지 않게 꺼낸다, papa, mommy 미안해, 잘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어, 떠나와서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당신은 그걸 찢어서 바다에 버린다, 무슨 짓이야? 당신에게 말한다, 이걸로 끝이야, 나에게 말한다. 이 사람이 나를 구해줄 수 있을까? 배를 타고, 흔들리는 파도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말한다. 가지고 있던 콘돔을 모두 써버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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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over

from 어떤 날 2009. 6. 21. 12:52

잠에서 깨자마자 꽃잎무늬의 월남치마와 하얀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산책을 나선다, (어떤 차림을 했었는지는, 머리는 아무렇게나 묶었고 얼굴은 씻지 않아 푸석거린다) 며칠 전부터,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하늘만을 보면서 앞을 걷는다, 손가방을 집에 두고 나왔지만 아무렇지 않다.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은 곳,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 곳, 살아 있는 동안은 늘 괜찮은 곳, 낮의 거리는 눈을 뜨기 힘들게 만든다, 태양은 내 머리 위에서 맴돌고, 나는 카메라를 들고 우연히 찍힌 하늘을 본다, 더 파래져 줄 수 있을까? 더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나를 잊을 수 있을 만큼의 하늘을 보고 싶어, 나를 지울 수 있을 만큼의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내 눈을 아프게 해 줄 만큼의 하늘이 보고 싶어서 그래, 그 동안은 살아 있는 거야, 나는 살아 있는 거야. 날이 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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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1

from 글쓰기 2009. 6. 21. 02:39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해질녘 풍경을 보기 위해, J와 외출을 한다, J는 배가 불러오고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한다, J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하지만, 미혼모 따위로 살만큼 J가 강하지 않다, 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J는 20살에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J는 지금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조금 더 착해지고 상냥해 지기만 한다면,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J의 남자 친구는 J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군대로 도망쳤지만, 그 사실을 J만 모르는 듯하다, 아니야, 그가 말했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나는 J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J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J같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묘하게 J를 상대로 내 어릴 적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J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 얘기 알아?"
"어떤 이야기?"
해가 지면서 남아 있는 빛이 하늘을 붉게 만든다.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J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말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J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를 준 사람과 인격이 동일하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J는 바람에 흐르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핸드백에 있던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며 말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J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그 남자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한다. J는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신이 미혼모들을 얼마나 증오할지, 태어날 아이를 얼마나 미워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하늘은 붉고 예쁘다, J도 아름답다. J는 얼마 안 있어, J의 그 남자 친구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괜찮아."
J가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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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vation

from 어떤 날 2009. 6. 20. 23:15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건 이런 풍경인 것 같아, 저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했어, 어떻게 좀 해 줘, 나는 말하고, 그렇지 않아, 저길 잘 봐, 저 주위를 날고 있는 새 한 마리를 봐, 그건 용서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닌 거야, 네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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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Out

from 어떤 날 2009. 6. 20. 22:29

퇴근길, 강변을 걷는다, 해는 지지 않고 비는 계속 내린다, 나의 우산은 효과적으로 비를 막아주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들고 가는 아저씨는 옆으로 휘청거린다. 강은 물이 불어나서 요란하기 그지없고, 버드나무는 가지를 더 아래로 늘어뜨리고, 우산을 쓰지 않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벌써 흠뻑 젖어 있다. 그리고, 한편에 나와 같이 울고 있는 저들을 만난다, 할로겐등이 켜지기는 아직 이른 시간, 어느 순간, 비와, 나와, 저 꽃잎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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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rizon

from 어떤 날 2009. 6. 20. 20:04

당신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하늘을 남기고 떠나는 거야, 더 이상 기대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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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

from 어떤 날 2009. 6. 20. 18:19

비가 오는 날은 날지 않아, 움직이지 않아, 이대로 비 속에 있어, 누군가 오기 이전에도, 누군가 떠나간 이후에도, 비가 오는 날은 이렇게 있어. 그러므로 어떤 날은 나를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 돼, 어떤 날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도 안 돼, 어떤 날은 변함없이 비 속에서 내가 저 새, 처럼 서 있는 날, 움직이지 않는 날,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내가 숨어 있는 날, 당신은 결코 나를 찾지 못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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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y Anatomy

from 글쓰기 2009. 6. 20. 13:11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 날, 나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전날은 무서워서 당신을 찾아갔고, 나 같은 게 통과할 수 있을까? 라며 당신의 품에 안겨, 당신에게 말했다. 나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나쁜 일도 많이 했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이 했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내고,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를 때린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이런 것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당신은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과거의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너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단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나 하는 것만 기억한다면 좋겠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네 이런 모습이, 너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야.

  지금도 나는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언어로 살아, 그 때 이후로 내 언어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당신이 가르쳐 준 언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은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나를 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상관없는 거였어, 그걸로 구원을 얻는 거야, 당신이 옳았어, 가끔 당신과 함께 저 책을 읽던 때가 생각나, Gray Anatomy,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해, Anatomy is the science of the structure of the body, 당신이 없는 지금, 당신이 내겐 더 또렷해. 그 즐거움, 을 잊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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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Child

from 어떤 날 2009. 6. 20. 01:08

  상관없어,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저 사이로, 흐르는 바다와 밝아오는 아침과, 나의 햇살이 손짓하는 곳으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내 손을 놓아 줘, '나', 란 사람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더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그 날, 당신은 저 자리에서만 모두 1000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는 LCD 창을 보며 콘트라스트가 이상해, 라고 투덜거렸어, 당신이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동안은 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질투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어, '나는 너를 통해 내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가졌던 내 어린 시절을 만나.' 라는 당신의 말도 무엇을 뜻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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