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891건
- Analytic Philosophy 2009.06.27
- Simple Machine 2009.06.27
- Tribute 4 2009.06.27
- Make Some Noise 2 2009.06.27
- Big Blue 2 2009.06.27
- Miss White (Out) 8 2009.06.26
- Gifted Bench 18 2009.06.26
- LOVE WALL 12 2009.06.25
- Dizzy-Wizzy 12 2009.06.25
- Summer Holidays 6 2009.06.25
- Silence 8 2009.06.25
- Sick Role 4 2009.06.24
- Paint Me Blue 14 2009.06.24
- Locker 10 2009.06.24
- Emotional Experience 2 2009.06.23
- Safe Fence 6 2009.06.23
- Lurid Crimes 4 2009.06.23
- Human Analogue 8 2009.06.22
- Diary 2 2009.06.22
- Demolition Order 4 2009.06.22
- Loss 2 2009.06.21
- My life is a longing. 2009.06.21
- Be over 4 2009.06.21
- Reset #1 10 2009.06.21
- Salvation 2 2009.06.20
- Cry Out 2 2009.06.20
- The Horizon 2 2009.06.20
- Kiwi 2 2009.06.20
- Gray Anatomy 2 2009.06.20
- Blue Child 2009.06.20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어졌는지 알아?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아?
저 하늘, 그 때의 일이 생각나.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날 이런 곳에 세워 놓지 마, 조금만 있어 봐, 당신은 바닷가에 나를 세워 두고 페인트 통에 담긴 저런 하늘색의 물감을 내게 뿌린다. 그리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은 의자에 앉아 있고, 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덩어리로 범벅이 된다. 머리카락에서 내려오는 물감이 눈 안으로 들어갈 것 같아 눈을 뜰 수가 없고, 입에서는 침과 함께 물감이 새어 나온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
나는 열다섯에 집을 나왔고 해변에서 어느 사내를 만나 무인도로 함께 왔다. 이곳은 다다미가 깔린 집이 한 채 있고, 어부의 배들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 가끔 그 사내는 내게 엉뚱한 부탁을 한다. 싫어, 라고 얘기하면 오늘은 밖에서 자, 라고 하거나, 오늘 밥은 없어, 라거나, 지금 입고 있는 옷, 내 것이지? 벗어, 라고 말한다. 비폭력적인 고문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재우지 않거나, 먹을 것을 주지 않거나, 옷을 벗겨 놓는 거지, 그건 사람이 극도의 분노에 차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의 하나야,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로 위협하는 것 말이야, 그건 네 집이나 학교에서, 지금 이 나라에서 하고 있는 일과 같아. 그 사내가 말한다. 사내가 만족하면 내게는 샤워하는 것이 허락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일이 허락되고, LES MISERABLE 를 읽는 것이 허락된다, 그리고 내 방 한편에 놓인 선글라스와 리본이 달린 인형과 립스틱과 아이섀도우를 쳐다보는 것이 허락된다. 수고 했어, 사내가 말한다. 고마워, 내가 말한다. 학대는 칭찬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낯선 곳에 와 버렸다, 이곳은 정말 낯선 곳이다, 집을 나와서 떠돌아다닌다, 사실 그 때는 무엇을 훔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어느 해변에서 당신을 만난다, 나는 열흘 동안 굶은 몸을 이끌고 당신과 팔짱을 낀다,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를 타고 헝겊같이 당신의 품에 안겨 이곳에 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여기에는 배가 얼마에 한 번씩 와? 하루에 두 번, 도망가려면 새벽에 일어나거나 해질녘에 저기에 서 있으면 돼, 당신은 저쪽을 가리킨다, 어둡고 탁한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건 당신과 나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엔 누가 살아? 너와 나, 여기에 누가 사냐니까, 너와 나.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린다, 당신과 둘이 있다는 것이 위험하고 무섭다기보다, 우주가 단 두 개의 사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카메라 마음에 들면 가져,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감춘다, 갖고 싶으면 가져, (내겐 소용없어) 라고 속으로 말한다, 괜찮아, 가져. 나는 다시 카메라를 당신에게 보이게끔 한 뒤에 뒤돌아서서 저 모습을 찍는다, 도망치려면 저기로 가야 한단 말이지? 나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이제 나는 이쪽에만 있으면 되는 거지? 어떻게 되었든 이쪽에만 서 있으면 되는 거지?
며칠 째 하늘만을 보며 걷는다, 외출할 때, 산책할 때, 친구의 결혼식에 갈 때, 책을 보러 갈 때, 와인을 사러 갈 때, 쇼핑을 하러 갈 때, 데이트를 하러 갈 때, 내 눈은 하늘만을 향한다,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 눈이 아플 정도로 파란 하늘이 필요해, 나는 주문처럼, 그런 말을 되뇐다, 비가 오고 날이 갠다, 날씨가 변하고, 나는 왜 파란 하늘이 보고 싶은 걸까, 를 생각한다, HAVANA, SYDNEY, MILANO, PARIS, LONDON, TOKYO, SEOUL, RIO DE JANEIRO, SANTORINI, NEW YORK, MONTREAL, ISTANBUL, CAPE TOWN, BANGKOK, 어디에서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어딘지 떠오르면 그곳으로 가면 그만이다, 사실 나는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잊기 위해서 나는 이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어떤 것인지도 나는 지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늘이라면 지칠 만큼 봐 왔어, 나는 어떤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다 석양이 지는 것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다,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하는 나에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매일 하늘만을 보는 나에게, 그리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에게도 화가 난다, 너무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른다, 눈물이라도 날 것 같다, 기분이 상해서 무턱대고 석양을 향해 ZOOM IN 한다, 빌어먹을, 그리고 뷰파인더에 박혀 있는 저 모습을 보고 나는 겨우 정지한다. "저 녀석 사실은 누더기 밖에 걸치고 있지 않아." 그제야 나는 미소를 찾는다.
나는 당신에게 과거에 내가 살던 집을 보여준다, 장롱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걸 팔아서 MP3 를 사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저 사진을 찍게 되었어, 라고 말한다. 그러자 당신이 말한다, 그래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싫단 말이야, 싫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이야, 싫다는 것은 그냥 싫은 거야, 나라면 저기에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당신이 말한다. 가스폭탄이라도 심어두겠어, 그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무슨 말이야? 억울하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거야, 네 목숨을 소중히 하면서 말이야. 그런 거야, 네가 너를 포기한다면 결국은 네 소중한 저 집을 망가뜨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 저것 봐, 원래 안 되는 녀석들이였어, 라는 얘기만 듣게 될 거야. 그럴 거라면 가스폭탄이라도 심는 게 나아, 적어도 즐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당신의 손을 잡는다, 가르쳐 줘, 어떻게 하면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그러려면 배워야 돼, 가스폭탄이든, 저 건물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든, 원격 폭파든지 말이야, 어떻게 하면 돼? 그리고 당신이 말한다. 이리 와 봐, 그 날 처음 나는 한글을 배운다, 먼저 이걸 배워야 해, 그래야 가스폭탄을 심을 수 있어, 그래야 마음에 가스폭탄을 심는 것이 아니고 저기에 가스폭탄을 심을 수가 있어, 그리고 나는 한글을 배운다.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해질녘 풍경을 보기 위해, J와 외출을 한다, J는 배가 불러오고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한다, J는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하지만, 미혼모 따위로 살만큼 J가 강하지 않다, 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J는 20살에 우연히 만나 알게 된 남자 친구의 아이를 가졌다, J는 지금도 그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자신이 조금 더 착해지고 상냥해 지기만 한다면,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J의 남자 친구는 J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군대로 도망쳤지만, 그 사실을 J만 모르는 듯하다, 아니야, 그가 말했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도 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나는 J와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다기보다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J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때문이다, 다른 때 같으면 J같은 아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만, 묘하게 J를 상대로 내 어릴 적의 기억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J를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 얘기 알아?"
"어떤 이야기?"
해가 지면서 남아 있는 빛이 하늘을 붉게 만든다.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나는 J의 옆에서 하늘을 보며 말한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J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말한다.
"아니,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를 준 사람과 인격이 동일하게 되어 버린다는 사실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이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거든."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해."
J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그 남자 친구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한다. J는 얼마 있지 않아 곧 자신이 미혼모들을 얼마나 증오할지, 태어날 아이를 얼마나 미워할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나는 괜찮아."
J가 말한다, 먹구름이 몰려온다.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건 이런 풍경인 것 같아, 저 녀석이 내 눈을 멀게 했어, 어떻게 좀 해 줘, 나는 말하고, 그렇지 않아, 저길 잘 봐, 저 주위를 날고 있는 새 한 마리를 봐, 그건 용서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닌 거야, 네가 말한다.
퇴근길, 강변을 걷는다, 해는 지지 않고 비는 계속 내린다, 나의 우산은 효과적으로 비를 막아주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들고 가는 아저씨는 옆으로 휘청거린다. 강은 물이 불어나서 요란하기 그지없고, 버드나무는 가지를 더 아래로 늘어뜨리고, 우산을 쓰지 않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은 벌써 흠뻑 젖어 있다. 그리고, 한편에 나와 같이 울고 있는 저들을 만난다, 할로겐등이 켜지기는 아직 이른 시간, 어느 순간, 비와, 나와, 저 꽃잎은 하나가 된다.
비가 오는 날은 날지 않아, 움직이지 않아, 이대로 비 속에 있어, 누군가 오기 이전에도, 누군가 떠나간 이후에도, 비가 오는 날은 이렇게 있어. 그러므로 어떤 날은 나를 보았다고 말해서는 안 돼, 어떤 날은 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도 안 돼, 어떤 날은 변함없이 비 속에서 내가 저 새, 처럼 서 있는 날, 움직이지 않는 날, 아무도 없는 거리에 내가 숨어 있는 날, 당신은 결코 나를 찾지 못할 거야.
학위 논문 심사가 있는 날, 나는 너무 긴장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 전날은 무서워서 당신을 찾아갔고, 나 같은 게 통과할 수 있을까? 라며 당신의 품에 안겨, 당신에게 말했다. 나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았고, 나쁜 일도 많이 했어,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일도 많이 했어,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내고, 내 분이 풀릴 때까지 누군가를 때린 적도 있어, 그런 내가 이런 것을 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되는 걸까? 당신은 늦은 밤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우는 것을 보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과거의 네가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지금 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너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단지 너와 내가 함께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나 하는 것만 기억한다면 좋겠어,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이야, 그리고 지금 네 이런 모습이, 너에게는 무엇을 해도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야.
지금도 나는 당신이 내게 가르쳐 준 언어로 살아, 그 때 이후로 내 언어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당신이 가르쳐 준 언어이기 때문에 잘못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살아가면서 그런 사람은 단 한번 만날 수 있는 것 같아, 나를 나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이라고 생각해,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는 상관없는 거였어, 그걸로 구원을 얻는 거야, 당신이 옳았어, 가끔 당신과 함께 저 책을 읽던 때가 생각나, Gray Anatomy, 첫 페이지는 이렇게 시작해, Anatomy is the science of the structure of the body, 당신이 없는 지금, 당신이 내겐 더 또렷해. 그 즐거움, 을 잊을 수가 없어.
그 날, 당신은 저 자리에서만 모두 1000 장의 사진을 찍었고, 나는 LCD 창을 보며 콘트라스트가 이상해, 라고 투덜거렸어, 당신이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동안은 나를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질투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어, '나는 너를 통해 내 과거의 어린 시절을 만나,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가졌던 내 어린 시절을 만나.' 라는 당신의 말도 무엇을 뜻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