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되는 글 1454건

  1. Bump into you 4 2009.06.14
  2. Playground 6 2009.06.14
  3. B. 8 2009.06.13
  4. Working Bee 6 2009.06.13
  5. Love Knot 6 2009.06.13
  6. Cocoon 8 2009.06.13
  7. Separation Individuation 2 2009.06.13
  8. Fantasy 2009.06.12
  9. Good Morning 4 2009.06.12
  10. Melody 6 2009.06.11
  11. First Kiss 2 2009.06.11
  12. Oyster 4 2009.06.11
  13. Rosette 6 2009.06.11
  14. Fitting Room 2009.06.11
  15. Theatre 2 2009.06.10
  16. Juvenile 6 2009.06.10
  17. Anxiety 16 2009.06.10
  18. Cosmic Rays 4 2009.06.09
  19. Healing Process 2009.06.09
  20. Sloping Road 2009.06.09
  21. Puddle 2009.06.09
  22. Lucid Interval 2 2009.06.09
  23. Unfairness 2 2009.06.09
  24. Side Street 2 2009.06.09
  25. Cold as a fish 2 2009.06.08
  26. Built-in 8 2009.06.08
  27. Coming Home 4 2009.06.08
  28. Attachment 2 2009.06.07
  29. Stay Away 6 2009.06.07
  30. Waste of Time 2 2009.06.07

Bump into you

from 어떤 날 2009. 6. 14. 13:30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야"
"어떻게 지내? 요즘도 글 써?"
"써."
"어떤 이야기를 써?"
"그냥 당신 이야기, 우리 이야기, 내 이야기."
"그런 게 가치가 있을까?"

정오가 된다, 마주보고 있던 의자가 서로 인사를 한다, 해는 바로 머리 위에서 빛나고 강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눈이 아프게 푸른 날, 저 모습처럼 우리는 헤어진다. '왜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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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ground

from 글쓰기 2009. 6. 14. 07:36

어릴 적 내가 살던 아파트 앞의 철통, 속은 지금도 소꿉장난하는 아이들로 붐빌까? 저 안으로 들어가면 금속성의 바람이 불어오고 해가 들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바닥에 묻어 있다. 성인이 되어 단 한번 저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내가 어렸을 때 잘못해서 혼이 나면 들어와서 울던 곳이야,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해서 숨어 있던 곳이야, 우리 이제 헤어질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어렸을 때처럼, 이건 분명히 잘못하는 거니까, 여기에 조금만 있어 줘. 당신이 저 통 안으로 들어가서 눕고 그 위에 내가 포개어 눕는다. 저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누군가 찾아와, 괜찮아, 이리 나와, 집에 가자, 라고 하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치마가 습기와 먼지에 젖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속옷이 과거의 기억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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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from 어떤 날 2009. 6. 13. 23:37


내가 보고 싶은 것, 나도 저와 같아서, 꽃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면서 날고 싶어,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_ 공원에 나간다, 나비들이 날아 다닌다, 새끼 손가락만한 노란 나비와 하얀 나비, 들이 있고 그 사이에 그것보다 조금 더 큰 호랑나비가 날아다닌다, 나비 한마리, 한마리가 꽃에 앉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 가서 보려다, 나비가 날아가고 하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다 내가 걸어가던 길로 시선을 옮겼을 때 저 조그만 꽃들 사이로 저 조그만 나비들,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순간 나는, 여기가 어디지? 하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도 이곳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은 데자뷰와 꽃, 들과 나비, 들 사이에서 이제서야 내 옆에 있어야 할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더운 날, 그늘을 찾아, 앨범을 꺼내어 든다, 있다, 오늘 내가 찍은 사진과 같은 사진이 이곳에 있다, 나는, 바로 저 자리, 호랑나비가 날개짓을 하는 바로 옆에서 웃으며 서 있다. 나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흔들리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잡고, 수줍게 저 곳에서 웃고 있다. _ "나를 기억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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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 Bee

from 어떤 날 2009. 6. 13. 22:05

너희들도 그러니? 그 사람이 사는 곳, 내 것도 너희들 다리에 묻혀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내 사랑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꽃과 같은 색이여서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그 사람에게 모두 가져다 두고, 그걸 차곡차곡 모아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랑에 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이제 내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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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Knot

from 어떤 날 2009. 6. 13. 18:49

그래도 나는 저 간판을 향해 걸어 갈 테야, 우연에 의존하지 않고, 얼마나 낡았는지에 관계없이, 비록 얼마 되지 않
내 어린 시절의 행복한 억을 가지고 걸어 갈 테야, 라고 당신에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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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on

from 어떤 날 2009. 6. 13. 13:41

이렇게 숨어서 살아, 버림받기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자신의 몸을, 마치 알몸이 된 양, 가리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숨어서, 꽃잎에 난 반점들만이 자신이 가진 유일함, 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살아, 거절받기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자신을 아껴주었던 사람들로 부터도 떨어져, 나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면 저 사람들도 나를 떠나고 말거야, 라고 생각하며, 숨어서, 그럴 때면 과거의 자신을 괴롭히던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나는, 살 가치가 있는 걸까? 라는 회의를 가지며, 조금씩 자신이 파괴되어 가는 것을 보며, 그래, 나는 원래 이런 아이였어, 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도 잊은 채,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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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aration Individuation

from 어떤 날 2009. 6. 13. 01:45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가 바라본 등대는 이런 모습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목마를 타고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등대를 가리키며 저건 뭐야, 라고 물었고, 누군가는 저건 등대, 라고 이야기해 주는 대신, 저게 있어야지 바다의 배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단다, 라고 말해 주었다 _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나는 연인인 누군가에게 업혀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등대를 가리키며 저건 뭐야, 라고 물었고, 연인은 저게 있어야지 바다의 배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어, 라고 이야기해 주는 대신, 저건 등대, 야 라고 말한다. 내 안의 등대는 저 모습으로 빛을 내보내고 있고, 내 밖의 등대는 저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반짝거린다. 나는 연인인 누군가에게 다시 묻는다, 저게 있어야지 바다의 배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어? 그러자 연인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 나는 등에서 내려 등대에 적혀 있는 낙서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개를 들어 손가락으로 등대를 가리켜 본다. 그 때서야 누가 내게 틀린 답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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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from 어떤 날 2009. 6. 12. 23:08

언젠가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살던 도시가 기억 속에서 점점 더 사라져 가는 것을 계속 바라봐야만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는 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래, 저 곳에서 난 행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살던 도시를 떠나면서, 내가 꿈꾸던 판타지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 다 잊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라고 말하며, 괜찮아, 라고 다짐하며, 여행용 가방을 손에 끌며 유유히, 나는, 저 곳에서 벗어날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당신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와 내가 있던 순간은 퍼즐 같은 거야, 그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너와 나와의 관계는 성립되지 않아, 아픈 것을 빼고, 슬픈 것을 빼고, 견딜 수 없는 것을 빼고 나면, 우리가 함께 있던 퍼즐은 온전하지 않은 괴상한 것이 되어서, 다시 바라봐도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거야, 네가 볼 수 없다면, 나도 볼 수 없어, 라는 당신의 말도 저 안에 모두 파묻혀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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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from 어떤 날 2009. 6. 12. 07:45

해가 떠 온다, 내 눈을 멀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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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from 어떤 날 2009. 6. 11. 23:10

한강에 서면 저런 빛을 본다, 물결이 만들어 내는 네온사인을 본다, 내 마음처럼 흔들려라, 고 나에게 고백하고, 바람이라도 불면 좋겠다, 고 나에게 기도한다, 내가 어린 시절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내게 그런 기억이 없었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 손에 잡히는 것으로만 세상을 보고, 선을 지키지 못하고, 어차피 상처받았는데 뭐,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조금 더 상처 낸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심정으로 당신에게 다가간다, 상처 입었던 사람은 결코 상처 입었던 사람을 치유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네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단지 상처 입었던 과거의 너 자신뿐이야, 당신이 말한다, 저 물결 위로 당신의 모습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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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Kiss

from 글쓰기 2009. 6. 11. 22:41

생일이면 저 등대로 간다, 열다섯 무렵에, 나는, 저 곳에서 생일을 보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되도록 부모님이 없거나 이혼을 하거나, 가난하거나, 공부 못하는 아이들끼리 어울려, 바다의 불이 꺼진 틈을 타 반짝이는 등대 밑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욕을 하고, 왜 부모님들이 자신의 죄를 우리에게 물려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고 하며 뜻도 모를 말들을 해대었다, 나는,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남자애들은 그런 나를 달래어 주어야 한다며 언성을 높이다 싸움이 일어났다, 여자애들은 그런 모습이 재밌다, 는 듯 깔깔대었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는 아무 소리하지 않고 바다로 눈을 감고 아래로 떨어졌고, 몸이 가벼웠던 나는, 이내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양팔과 양다리를 벌리고 죽은 듯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어느 남자애가 저 등대 옆에 있던 구명부표를 던져 나를 건져내었고, 그 남자애는, 내 숨을 확인하기 위해 귀를 가져다 대더니, 코를 막고 인공호흡을 하려고 했다, 나는 그 남자애의 머리를 밀치며, 눈을 뜨고, 생일 축하한다, 고 해 줘, 라고 말했고, 순간 적막이 흐르는 것 같더니, 곧 무언가 터진 듯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 뽀뽀하려고 했지? 라고 하며 아이들이 그 남자애를 놀렸고, 나는 물기가 덜 마른입으로, 그 남자애의 목덜미를 잡고 내 입을 가져갔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입맞춤은 짜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그 짠 내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그 어린 시절로 인해, 바다향이 나는 사람하고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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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yster

from 글쓰기 2009. 6. 11. 21:57

기억해? 당신과 헤어졌던 기찻길, 철도 레일을 의자 삼아서 저렇게나 많은 굴을 까먹던 일, 불을 피우고 담요를 덮고 하이네켄과 호가든을 번갈아 가며 마시던 일, 껍질을 잘 모아서 너에게 선물해 줄게, 우리는 이런 기억을 공유하는 거야, 앞으로 너는 굴을 만질 때나 굴을 먹을 때, 나를 몹시도 그리워하게 될 거야, 당신이 그랬어, 나는 기차를 타면 철도 레일 옆에 굴 껍질이 떨어져 있지는 않나 살펴봐, 왠지 그걸 발견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저기에 당신이 왔다 갔구나, 하고, 당신 말처럼 이후로는 굴을 먹지 않아, 보지도 냄새 맡지도 않아, 당신이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때의 기억을 소중히 하고 싶어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까 다음에 나를 보았을 때, 는 많이 칭찬해 줘야 해, 지금까지 그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당신이 아니라, 그 때 당신 옆에 있던 '나'에 대한 기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말이야, 그렇게 살아있었다는 것에 조금의 후회도, 반성도, 미련도, 연민도 없는 '나'에 대해서 말이야,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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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tte

from 어떤 날 2009. 6. 11. 00:26

내가 살던 곳, 은 바다를 향해 장미꽃이 피어 있던 곳,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걸으면, 시간이 멈추고, 내가 가지고 있던 걱정이 정지해 버렸던 곳, 가시에 상처가 나도, 피가 흘러도, 이 느낌만은 잊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며, 이맘 때 시간만 나면 그 길을 걸었던 곳, 그래서 당신이 처음 내게 장미꽃을 선물했을 때, 나는 그걸 선뜻 받을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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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ting Room

from 글쓰기 2009. 6. 11. 00:06

내가 살던 방은 지금도 잠겨 있다, 나는, 저 곳에서, 나의, 나머지 1년을 보내었다. 공포와 불안과 사랑과 이별이 매일 반복되어 이어져 오던 곳, 나를 학대하던 당신마저 내게 없으면 난, 외로워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곳, 당신은 밤마다 내게 이상한 연극을 시킨다, 앞으로 너는 '네', 라고만 대답하는 거야, 네, 너는 더러운 애야, 네, 너는 나쁜 애야, 네, 너는 죽어도 나를 떠나지 못해, 네, 아래에서 사람이 있는지 불러본다, 돌멩이를 던지고 인기척이 있는지 살핀다, 밤이 되면 저곳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밤이 오길 기다려 저 곳에 불이 켜지는지를 보면 될까? 나는 저 아래에 주저 않는다, 마냥 저 창을 보며, 밤이 오길 기다려, 만약 저 창에 불이 켜지면 나는 어떻게 하지? 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나는 저 창살을 떼어낼 수 있을까? 나는, 지금도, 밤이면, 당신으로 부터, 도망친다, 온몸에 땀이 쏟아지도록 비명을 지르면서 거리로 달려간다, 내 모습에 사람들이 내게서 멀어지고, 그 모습에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해 다시 당신에게 잡혀가는 나는, 매일 밤, 당신으로 부터 도망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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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tre

from 어떤 날 2009. 6. 10. 23:47

한쪽 눈을 감고 나를 보지 마,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그런 윙크로는 나를 당신으로 향하게 하지 못해, 나 때문에 한쪽 눈이 멀었다고 하지 마, 내가 당신 눈을 멀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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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venile

from 어떤 날 2009. 6. 10. 22:41

동화를 썼어,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하는, 당신과 내가 살았어, 로 시작하는, 삽화를 넣어서, 당신과 헤어졌던 기찻길 옆에 그려진 이 그림을 넣어서 _ 왕자와 공주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인, 옛날 옛날에, 로 시작해서 다행인, 당신과 내가 살았어, 로 시작해서 다행인, 저기서 끝나 버려서 다행인, 동화를 썼어,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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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xiety

from 어떤 날 2009. 6. 10. 00:36

가끔 잊어, 이 밤에도 하늘에 구름이 떠 있다는 것을 말이야, 가끔 잊어, 이
에도 길을 지나는 사람이 있어 빛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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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c Rays

from 어떤 날 2009. 6. 9. 23:44

내게도 우주선이 있어서, 비가 와도, 때로는 눈이 와도 저렇게 구성되어 있는 공간 속에서 뭐든지, 말하고 싶어, 하지 못할 이야기 없이, 어떤 창피한 이야기도 없이, 모두, 하고 싶어, 그러고 나면 그 이야기를 한 사람, 이나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 중 한 사람은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마치 공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서로의 상처를 핥는다는 핑계로 가까워지고 눈처럼 부시다는 이유로 멀어졌다가 행성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듯이 해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무언가 설명하지 못할 고민을 하고서, 그 이유는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이 당신 때문이야, 라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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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ing Process

from 어떤 날 2009. 6. 9. 23:32
 

  나도 어딘가 저렇게 기대어 살 수 있을까?
  나도 어딘가 저렇게 기대어 살고 있었던 것일까?
  나도 어딘가 저렇게 기대어 살고 싶었던 것일까?
  나도 어딘가 저렇게 기대어 살고 싶어하면 안되는 것일까?
  나도 어딘가 저렇게 기대어 울고 매달리고 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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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ping Road

from 어떤 날 2009. 6. 9. 23:11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래, 밤이 되면 저 어딘가에서 불이 비칠 거야,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래, 누구의 허락 없이도, 나 자신을 믿고, 이 길 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을래, 나를, 믿고, 내가, 생각하는 이 길의 페이지를 장식하며, 내가 가진 것들과 함께 이, 곳에 있을래,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밀쳐 내고, 미안해, 나 아니어도 괜찮을 거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란, 건,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겠다는 것, 이 아니니까,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건,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모든 걸, 바친다, 가 아닐 테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이라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 나는, 단지 이 길 위에 있을 거야, 내가 당신을 거두어야 할 의무도, 당신이 나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도 없는 거야, 나, 는 나, 인걸, 그냥, 페어플레이를 했다는 것에 만족해, 언제든 나는, 이 길 위에 있을 테니까, 나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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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ddle

from 어떤 날 2009. 6. 9. 22:31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강변을 따라, 걷는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밤을 달리는 사람들, 연인들, 하교하는 학생들, 술 마시는 아저씨들, 나는, 바람 불지 않는 퇴근길을 심드렁하게 걷다가, 물웅덩이에 비친 도시를 발견한다, 저렇게 하찮은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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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 Interval

from 글쓰기 2009. 6. 9. 01:40

그날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너는 그런 내게 엑스터시를 두 알이나 억지로 먹이고, 레이저 불빛이 쏟아지는 클럽으로 밀어 넣었어, 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퀸이었고, 밖을 나오려고 하자 서로들 나와 팔짱을 끼려고 야단이었어, 너는 그런 나를 이끌고, 조금 걸어, 라고 하며 어느 공원으로 데리고 갔어, 술과 엑스터시와 레이저 불빛이 만나면 몸은 바싹 긴장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나, 하는 생각에 욕정만이 살아나,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 나는 양팔을 벌리고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하늘을 보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그러다 알게 되었어, 엑스터시를 먹고 가로수를 보면, 그 가로수는 모자이크처럼 되어 버린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핸드백을 열고 카메라를 꺼내어 렌즈 캡을 떼어내고 뷰파인더로 저 가로수를 보았어, 그 바람에 핸드백이 떨어져서 아끼던 손거울이 깨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저걸 찍으려고 초점을 맞추고 있었어, 뭐해? 네가 말했고, 나는, 가만히 있어 봐, 오늘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라고 하며 셔터를 눌렀어, 그러자 네 비웃는 소리가 들렸어. 나는 쉽고 가볍고 싸구려야, 기억나는 건 내 옆에 남자들이 줄지어 있고, 네 벗은 몸뚱이로 내 허리를 조르는 모습이야.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엑스터시를 하고 울면 건강에 나빠, 라고 네가 말했지만, 그날은 너무 많이 울었어, 어서 당신이 나타나서 이런 나를 잘못했다고 벌주고, 구해주기만을 바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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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airness

from 어떤 날 2009. 6. 9. 01:00

너는 항상, 나와 헤어져, 돌아가는 내 뒷모습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그런 자신 없는 태도로는 나를 가질 수도, 너 개인과 만날 수도 없다. 단지 초점과 노출이 맞지 않는 사진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게 고백이라도 해 버리면 나는 아주 곤란해진다. 네가 고백하고, 내가 거절한 어느 밤은, 너는 아주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던 사람으로 친구들에게 회자되고 나는 네 순정을 이해하지 못한 몹쓸 여자가 된다. 모두들 네가 내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너는 그냥 사랑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네 순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믿으며, 나를 향한 분노를 다른 여성의 치마와 함께 태우려고 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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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Street

from 글쓰기 2009. 6. 9. 00:02

  저 불을 꺼 줘, 나는 이제 저기 살지 않아, 저 곳에 서지 않고, 벽에 하이힐과 스커트와 핸드백을 기대고 서 있지도 않아, 이제 그만 저 불을 꺼 줘, 내 기다림과 함께 저기 스위치를 내려 줘. 
  어느 날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만나지 않는다면 사랑은 없고 그리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남은 늘 그렇듯 내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온오프가 될 뿐이다. 저기 서 있으면 당신이 귀가하는 것이 보인다. 당신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나는 당신이 나를 발견하길 바라며, 다음 골목에 숨는다. 그러면 철제 대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당신이 사라진다. 나는 골목과 철제 대문과 당신의 방에 불이 켜지는 것을 바라보고 무겁게 발걸음을 돌린다. 당신 때문에, 나 이만큼 힘들어, 라고 말하려고 전화를 걸었다가 그만 끊는다. 당신이 발신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오면 나는 손 안에 느껴지는 핸드폰의 진동과 반짝이는 LCD 창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못한다. 친구는 이런 바보짓을 그만 두라고 말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고 말한다. 나는 술을 마시고 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끝없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든 당신이 내가 이만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좋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불이 꺼지는 것을 본다. 저기 멀리서 친구가 달려와 등을 깨어 버린다. 어둠 속에서 친구와 나는 입을 맞추고, 친구는, 이제 그만해, 너 힘들어 하는 거 더 이상 못 보겠어, 라고 말하고, 내 손을 잡아끈다. 그러다가 당신이 저 골목길로 들어와, 내게 말한다, 여기서 뭐해? 들어와, 나는 친구의 손을 놓고 당신을 따라 어둠 속의 골목을 벗어나 당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당신에게 버림받고 또 다른 남자친구에게 구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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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d as a fish

from 어떤 날 2009. 6. 8. 03:45

난 저 사람이 바닷물에 휩쓸려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이야? 당신이 묻는다, 심각한 얼굴로 변해서, 왜 그런 말을 해? 넌 그런 애가 아니잖아,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저기는 낚시 금지 구역인데도 저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그런 이유야? 네, 그런 이유예요. 당신은 또 웃는다. 벌 받을까요? 내가 묻는다. 네가 나하고 같이 있는 이유와 그 이유가 동일하다면 굳이 벌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당신이 말한다. 나는, 속으로, 당신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그건 우리, 가 같이 있어야 할 이유를 말한 것도, 정말 내가 벌을 받아야 하는가, 에 대해서도 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 가 당신, 과 헤어지고 싶다, 고 말한 것이었다. "네", 당신의 말에 대답한다, 나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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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t-in

from 어떤 날 2009. 6. 8. 01:46

네 슬픔은 여기 안에 넣어서 저 건물 어딘가에 숨겨 두자, 여기에 모두 담아서 저기 어딘가에 버리고 오자, 당신이 말한다. 내겐 그런 게 없어,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을 보며 내가 말한다. 마치 '내 것' 을 테러집단의 자살폭탄처럼 여기지 마, 내겐 그런 거 없어, 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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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Home

from 글쓰기 2009. 6. 8. 00:39


    내가 살던 시골은 학교를 가기 위해 30분 가량을 걸어서, 산을 내려 간 다음, 하루에 2번 밖에는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겨울이 되면 날이 빨리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앞이 보이지 않기 일쑤였지만, 그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섭다거나,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거나 하는 불안감이 없었다. 그 때는 뭐든지 분명했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그 자리에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이불과 '어서 와, 학교에서는 무슨 일 없었어?' 라고 물어보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 때는 지금과 달리 모든 것이 분명했다. 가끔 집으로 갈 때면 저 징검다리를 건넌다. 엉망이 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도망쳤을 때에도 건넜던 것은 저 징검다리였고, 명절에 선물을 가득 들고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당신과 최악의 연애를 한 후에 건넜던 것도 저 징검다리였다. 그리고 징검다리의 가운데쯤 앉아 면사무소에서 빌려온 책을 읽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분명한 것은 저 징검다리를 건널 때의 '내'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 집이 없어졌지만 겨울이 되면 나는 저 징검다리로 간다. 해가 갈수록 징검다리에는 인적이 뜸해지기도 했지만 언제나 저 자리에 가면 책가방을 메고 집으로 뛰어가는 작은 꼬마 여자애를 본다. '학교 갔다 왔어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그 여자아이를 본다,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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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ment

from 글쓰기 2009. 6. 7. 18:51


빛이 부족한 날, 저 꽃들이 빛이 되어 주길 바랐어, 당신은, 내가 말했잖아, 보라색 원피스는 입지 말라고 말이야, 라고, 내게, 말하고, 그건 왜 그래요? 라고 내가 물으면, 사람들이 모두 너만 쳐다보잖아, 라고 말했어, 아, 나를 많이 사랑하나 봐요? 라고 내가 말하면, 너 같으면 좋겠어? 라고 했어. 당신은 좀처럼 나를 믿지 않았고, 내가 어디를 가나 확인을 하고 (나를 많이 생각해서, 나를 챙겨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당신의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빚을 내어 가면서 값비싼 옷이며 자동차를 사고 그랬어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다른 남자와 있는 나를 견디지 못하고, 반복처럼, 저 녀석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행동 조심하고 다녀, 라고 당신이 말하고, 잠자리가 끝나면, 버릇처럼, 나 어땠어? 라고 묻고, 나는, 최고였어요, 라는 거짓말을 했어, 그러면 너 거짓말 하는 거지? 라고 당신이 말하고, 너 지금까지 만난 녀석들은 어떤 녀석들이야, 하는 것을 밤이 새도록 내게 묻고, 너 지금 다른 남자 만나고 있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어, 나는 점점 숨이 막혀왔지만, 아, 나를 많이 사랑하나봐, 그래서 그런가 봐, 라고 생각하면서 당신을 견뎌내었어. 그러다 어느 날은 바보처럼 내 품에서 하염없이 울면서, 미안해, 내가 못나서, 너에게 잘해준 것도 없고 정말 미안해, 라고 당신이 그래서, 이건 정말 가슴 아픈 사랑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당신을 견뎌내었어, 당신이 나의 외출을 금지시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너는 내꺼야, 라고 하며 내 몸에 당신의 표식을 남기고, 나를 집에 가둔 채 문을 잠그고,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내 홈페이지를 폐쇄시키고, 급기야, 당신이 나에게 싫증이 났다며 다른 여자를 만나는 동안에도 (나는 어린 새처럼 집과 모텔과 호텔에 감금되어 있었어), 사랑은 이렇게 힘든 걸까, 라고 생각하며 견뎌내었어  _ 이제 당신은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어, 당신 탓에 헤어진 이후로 정상적인 관계의 사랑을 하지 못해, 지금의 나는, 그렇게 당신은 나를 소유해 버렸나 봐 _ 오늘 길을 걷다가 저 꽃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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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Away

from 글쓰기 2009. 6. 7. 18:12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었어, 당신이, 내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당신이 가는 것을 잡을 수가 없었어, 그래, 이 사랑의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할게, 그리워하는 것도 마음 아파하는 것도, 당신의 행복을 비는 것도, 비록 당신이 먼저 시작했다고 해도 이 끝은 내가 맺도록 할게.
  마치 저 하늘처럼, 안개낀 하늘처럼, 구름에 가려 있는 태양처럼, 뜨거워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이 사랑의 끝은 내가 맺도록 허락해 줘.
  J 의 일기장이 내게 우편으로 전달된다. 이런 따위의 내용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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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te of Time

from 어떤 날 2009. 6. 7. 03:29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해가 떠오른다, 사실, 내가 간 곳은 해가 지지 않는 곳, 이었고 늘 하늘 위에 떠 있는 해와 함께 걸어 다니지 않는 한, 은 잠을 잘 수 없는 곳이었어 _ 그 때는 얼마나 다녔는지 몰라, 무엇을 확인하려고 했을까? 보기에 어때 보이세요? 제가 잘못되어 보이나요? 이런 것들을 물으러 다녔어. 어떤 사람들은 괜찮다고 이야기했고, 어떤 사람들은 조금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어, 괜찮아 보여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다음에 만나는 사람도 내게 괜찮다고 말할까? 라는 것을 확인하기 다른 사람을 만나고, 조금 이상해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럴 리가 없어, 그 전 사람은 괜찮다고 했어, 라고 하며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을 만났어.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이 내게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와 관계없이, 나는, 다음 사람, 다음 사람을 만났어. 그렇게 난 만신창이가 되어 갔어, 다음 사람, 다음 사람을 만나면서 _ 내가 이상해요? 당신을 만났어, 이렇게 물었어. 내가 이상해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당신이 말한다. 네?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 너는 어떻게 생각 하냐는 말이야, 당신이 말한다. 정말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다니요? 그런 게 중요할리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러자 당신이 내 양볼을 손으로 쥐면서 말한다. 너는 너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당신이 내 양볼에서 손을 떼며 말한다. 그러면 된 거 아냐? 그 말이 반복되어 내게 들린다. 그러면 된 거 아냐? 나는 흐느껴 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요? 지금까지의 나는 어떻게 해요?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나는 정말 어떻게 해요? 당신이 말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_ 괜찮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말한다. 그러면 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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