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해당되는 글 891건

  1. Little bit of feel good 2014.07.08
  2. Very best mother / daughter 2013.04.24
  3. Very fast to very slow 2 2013.04.08
  4. Ssix 2013.04.06
  5. Hommage 4 2013.03.30
  6. Listen 2013.03.28
  7. Something wrong #3 4 2013.03.20
  8. When I was young 2 2013.03.18
  9. Make Love 2013.03.13
  10. J is for journeys 2013.03.08
  11. Dime Novel #22 2012.02.28
  12. I know that I know nothing 2011.11.04
  13. The Last Day #6 2011.11.04
  14. Dime Novel #21 6 2011.09.30
  15. PARTAGAS 2011.09.09
  16. Dime Novel #20 2 2011.09.03
  17. Dime Novel #19 2 2011.08.15
  18. Dime Novel #23 2011.07.24
  19. self-potrait 2011.07.04
  20. Dime Novel #18 6 2011.06.30
  21. Dime Novel #17 8 2011.06.08
  22. Are you happy? 2 2011.02.07
  23. Dime Novel #16 2 2010.11.22
  24. Memory, melody 2 2010.09.25
  25. W and M 6 2010.02.11
  26. Full-blown 4 2010.02.11
  27. Nighttime 2 2010.02.11
  28. It is easy 2010.02.11
  29. Night and Sea 2 2010.02.11
  30. Teheranvalley syndrome 4 2010.02.11

Little bit of feel good

from 어떤 날 2014. 7. 8. 12:02
네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어, 어떤 이유에서든, 내 앞에서 웃는 네가 좋았어. 그러니까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 라고 생각했어.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그렇게 당신은 내게 웃음을 강요했어. 내 웃음을 위해 사는 일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그 이유로 오랫동안 당신은 내게 주먹을 휘둘러 왔어. 그리고 나는 당신 앞에서 웃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고 만 거야. 알아들어?

처음으로 당신에게 내가 말한다.

다시 폭력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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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best mother / daughter

from 어떤 날 2013. 4. 24. 02:13
우리가 물었다.
그냥 착한 마미의 딸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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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fast to very slow

from 어떤 날 2013. 4. 8. 01:44

너도 활짝 피었다가 지겠지, 
내가 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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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ix

from 어떤 날 2013. 4. 6. 22:20
나를 잠들게 했어야지, 
당신이 내게 말한다, 
학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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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mage

from 어떤 날 2013. 3. 30. 02:38
모두 오마주처럼 살아 있었지, 나는 누구의 오마주였을까?
당신에게 묻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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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from 어떤 날 2013. 3. 28. 01:33
무언가에 취해서 이 글을 쓴다. 다음 날이면 기억날지도 모를, 주절거림, 마음속 독백, 그저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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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wrong #3

from 어떤 날 2013. 3. 20. 03:17
말할 수 없으니 사랑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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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was young

from 어떤 날 2013. 3. 18. 01:47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권리, 
그 안에서 외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을,
배고프지도 졸리지도 않을,
사랑받지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버림받지도 않을, 
그 권리를 위해 덧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내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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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Love

from 어떤 날 2013. 3. 13. 20:27
간단해, 저 많은 사람 중에 한 명과 사랑을 나누는 거야.
당신이 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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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is for journeys

from Reset 2013. 3. 8. 00:49
그냥 몸에 익은 대로 살 수는 없었을까?

나의, 안식처, 같거나, 언니 같은 _ 

누구나 죽는다는 가정하에, 결국 언니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절박함, 에 대한 추론이 만들어 낸 비극일 뿐이었어, 그렇지 않았을까? 죽지 않을 운명을 타고난 암세포처럼 언니 곁에 있고 싶었어. 그렇게 펑, 하고 터졌을 때 내 마음을 언니가 알아주었으면 했어. 언니를 갉아먹고 있던 내 모습을 언니가 봐주길 바랐어.

J _ 

일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아 _ 

J
가 
'펑'이라는 말을 뱉었을 때, J
의 입에서 복어 튀김이 잘려나갔다. 'One-O-Nine' 안에서, 그곳에 앉아, 결혼하기 위해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 틈에서, J
는 입안이 보이지 않게, 큼지막한 복어 튀김을 오물거리며, 바닥이 비칠 만큼 투명한 복어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말하고 싶었어. 나는 익지 않아.

J _ 

나는 익지 않았어. 그때 이후로 배가 고플 때면 언니 생각이 나. 세상이 언니와 나, 사이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_
라고 말했을 무렵부터 줄곧 _
배가 고플 때마다, 적어도 하루 세 번 이상은 언니 생각이 나.

시간이 무척 많이 지나고, 우리는 처참하리만치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나이를 먹은 느낌이 들었다. J
의 눈 옆으로 주름이 지고 예전과 다름없이, 동공이 풀린 채로 나체가 되어 가던 J
의 모습이 'One-O-Nine'
의 테이블 위로 허물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눈앞의 J
와 겹쳐진다 _ 
그 사이를 타인이 끼어들었을 때, J
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하려면 시간이 모자라 _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거 같은 느낌 _

J
의 입안으로 나체의 복어회가 들어간다.
 
관계란 그런 거야. 그 사이를 메울 말이 없고, 그 말을 할 시간이 아깝고 모자랄 만큼 _
터무니없이 _
지금껏 익은 대로 서로에게 반응하며 굳어져 있는 _  
사이, 그런 거야. 

아무도 우리의 과거를 모를 거라는 가정하에, 
우리가 만나는 거야.

J _ 

사람들만 익어가고,
우리는 익지 않을 거야. 

그러길 바라, 언니.

J _

앙상하게 뻗은 조명 틈 _ 
J
가 선택한 단어가 모공처럼
촘촘하게 J
와 나 사이에 들어찬다. 

세상은 J
와 나 사이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고, 
J
와 나는 파랗게 익어만 갔다.
내 몸에 나 있던 반점처럼, 마치 아주 오랜 기억이라도 되는 양,
내 앞에 앉아 있는 J
의 과거 모습이 'One-O-Nine' 의 공기를 지나 내 입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걸 뱉어내기 위해 오늘의
J
를 만난다.

내가 망쳐버린 J
가 태연하게 저녁을 먹고 있다, 내 앞에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J
에게 말한다.

갈 곳 없는 사람들만이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거야.

우리는 결코 울지 않았어.
우리는 결코 울지 않고,
그곳을 도망쳤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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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22

from Reset 2012. 2. 28. 02:20
현재 _ 한 달 전, J의 전시회가 있었다. 합정역 근방, J는 맨션에서 살아남았고, 나는 맨션에서 도망쳤다. J의 배가 홀쭉해졌다. 천정이 높은 전시회 입구로 들어서자, 하얀 벽 앞에 수채화처럼 서 있는 J가 보이고, 벽에는 J의 지느러미가 만들어 낸 그림들이 걸려 있다. 내가 떠나고, J의 지느러미가 만들어졌다, 나로 _ 부터,

슬픔에 닿아있을 때보다 불의에 닿아있을 때, 더 살아있기 편해. 
J가 말한다, 저만치에서 뛰어와, 나에게는, 붉고 푸른 등을 단 가게들이 끝나는 어느 모퉁이에 서 있던 J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J가,

내 뒤를 따라올 때, 나는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거야. 그건 맨션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어.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어, 언니, 나는 불의에 항의하기 위해서, 이 일을 계속할 거야. 언니와 나 사이에 있었던 그 불의에 항의하기 위해서, 언니가 언니의 불의에 항의하기 위해서 나를 받아주었듯이 말이야.
첫 전시회에서 _  

J가, 내게, J는 맨션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림으로 그려 화가가 되었다, 나와 있었던, 일들 _ 잊히지 않는다는,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내가 서 있던 맨션의 모습도, 그런 나를 올려다보고 있던 J의 모습도, 그리고 내가 왜 맨션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_

나는 네가 상처입었으면 좋겠어, 케이, 네가, 망가져 버렸으면 좋겠어, J가 말한다, 케이가 무너져 버린 맨션, J와 내가 만나 헤어졌던 곳, 케이도 J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불의에 항의하고 있을까? _ 어딘가에서. 

케이?  


세상에는 단 한 사람만이 필요해, 결코, 가질 수 없는 단 한 사람. 그런 것에 상처는 기생하며 살고 있겠지. 거기에는 나도 다를 바가 없어. 
J가 말한다.  

그렇지 않아? 그걸 우리는 사랑이라고 불렀어. 사랑해, 라고 말할 때 그건 언니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지. 예를 들면 더는 록 페스티벌에 갈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 같은 것 _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것.

J가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에서도 열이 난다. 손을 대면 뜨겁다. J가 뜨겁다.

언니도 봤어야 했어, 내가 TV에 나오는 것을, 내가 쓴 책들이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고 있나 하는 것을 언니도 봤어야 했어. 그렇지 않다면 의미가 없어. 언니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야, 언니없이 내가 얼마나 망가졌나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야. 어차피 언니는 내가 끝까지 갔을 때의 모습을 모두 보았을 테니까. 단지 언니가 나를 보아주었으면 했어. 그안에서 살고 싶었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관찰해 주던, 언니가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가 너무도 궁금했어. 

J가 내게 말한다. 내가 당신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J가 내게,

나를 사랑하니?
아니.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열렬히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아. 사랑받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아니, 사랑하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아, 아니, 내게 필요했던 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쯤은 알아, 언니에게 있어서, 나는 _ 

그냥 마냥 그리운 사람, 그런 사람을 모두 한명쯤은 마음속에 품고 사는 거지. 늘 생각하지는 않지만,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함께 할 수 없는, 이 애잔한 감정의 이입을 우린 사랑이라고 불렀지, 그래서, 그 이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어.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 그때 알게 되었지 _ 

누군가 자신을 아껴주고 위해주는 사람이 있게 되면 세상은 끝이 나는 거야. 

도망치고 싶었던 곳 _  

맨션으로부터의 독립, 맨션의 독립. 

세상에는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_ 그것도 변하지 않았어. 
J가 말한다, 그때처럼 내게, 치즈 케잌을 건네어 준다.
이렇게 말할 때, 이건 언니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나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_ 

J를 보고 있으면 당신 생각이 난다.
네가 보지 않아도 나는 다른 사람과 자고 있을 거야.
당신은 내게 말했다.  

내 글에 대한 너의 표절이 너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내 삶에 대한 너의 표절이 너를 행복하게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이제, 네가 정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당신이 내게 말했다.

단지 이 일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간단한 일이라면 좋겠어.
이 일이 그냥 세상에서 가장 적절한 분노라면 좋겠어 _ 

이 일을 멈추면, 언니와 있었던 그 많은 일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될까, 그게 두려워.

J가 말한다, 허탈한 밤.

J는 옛날의 J와 같이, 아름다운 몸을 헐벗고 나의 옆에 눕는다.  

그리고, J의 전시회가 끝난다, 다행스럽게도 _  

끝나지 않을 물음, J는 맨션이 빚어낸 아이일까? 케이는 J가 버린 아이일까?
그리고 나는 J를 떠나기만 한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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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ow that I know nothing

from 어떤 날 2011. 11. 4. 23:46
항상 명심할 것.
네가 어떤 일에 성공을 거둔다면,
그건 누군가의 희생에 대한 대가를
네가 받은 것일 뿐이라는 것. 

I know that,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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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st Day #6

from 어떤 날 2011. 11. 4. 22:44
문득 생각난 사진, The Last Day #5
슬픈 밤,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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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21

from Reset 2011. 9. 30. 00:18
문 두드리는 소리가 빗물에서 난다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두렵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내 의식은 바닥에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는다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파먹어 대는 네 말소리가 빗물을 흉내 낸다 나는 젖었고 보잘 것 없다 눈물 흘리며 밤새 들키지 않게 웃는다 운다 피곤하다 버림받은 날은 낯선 사람과 자고 싶어진다 그건 꿈이 아니다 희망도 아니다 살에 파고들어 있던 첫 기억이 고구마 굽는 냄새를 뱉어낸다 그런 식이다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싱글몰트 위스키로 범벅된 양탄자 위로 벗겨진 내 구두가 보인다 나는 숨을 쉴 수 없다 그럴 자유가 없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수증기가 타고 있다 

나는 관계에 몰입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나는 색을 칠한다 몸에는 알 수 없는 상처들이 있다 죄를 뉘우쳐야 한다 상처는 죄를 잊게 한다 죄를 짓지 않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누구든 잃어버린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너에게는 향이 난다 잃어버린 것 가질 수 없었던 것 갖고 싶은 것 그러나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내가 동떨어져 있는 것은 네가 아니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더욱 네가 아니다 말하던 것을 멈추고 옷을 벗자 이곳에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 같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네가 뭘 안다고 너는 몰라 어떻게 사는지 볼 거야 그런 파란 점박이 계집애 따위에게 파묻혀 어디까지 가는지 볼 거야 그러니까 나와 떨어져 있어도 내게서 떠나지 마

그 아이가 내게 말했지 우리는 검은 인형을 들고 거리에 서 있을 거야 사람들이 찾을 수 없도록 광택이 없는 옷을 입고 검은 인형을 흔들며 거기에 서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만이 발견할 수 있어 그 아이가 말했지 우리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아 왜냐하면 검은 인형 단지 검은 곰 인형이라고 말하자 키보다 큰 검은 곰 인형을 들고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야 사람들은 우리를 볼 수 없어 눈에 띄지 않게 거리에 서 있겠지 빛없는 곳에서 만지거나 볼 수 없도록 아주 오랫동안 서 있을 거야 그렇지만 너는 나를 볼 수 없어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런 것을 너는 상상할 수 있니? 그 아이가 말했지 그만 버림받고 울어

케이의 무너진 독백, J의 외면 그리고 나. 

케이가 엑스에 취한 날, J의 등에서 비가 내렸다. 내 옆은 흠뻑 젖었다. 케이는 이전에 엑스를 한 적이 없다. 케이의 손목에서 지익하는 소리와 함께 지퍼처럼 살이 열리고 피가 떨어진다. 여기는 맨션이다.

기억해 봐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야 네가 누리고 있는 것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야 값을 치러야 해 네가 그 값어치야

J가 케이에게 다가간다. 케이의 입안으로 엑스를 밀어 넣는다. 케이의 오르가즘. J의 이별. 

J가 말한다. 네가 그 값어치야.

2010/08/08 - [어떤 날] - 빗물
2009/09/03 - [글쓰기] - Illusional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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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AGAS

from 어떤 날 2011. 9. 9. 01:05
아직 입술에 남아 있는 단맛, 몸의 피로와 함께 떨어져 내리던 연기 그
                                  
리고, 호흡에 따라 달라져 가던 쾌락의 밀도, 그걸 네가 나에게서 빨아  
 
먹으려고 했던 거야. 당신이 내게 말한다.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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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20

from Reset 2011. 9. 3. 03:12
방 안, 이상한 섬의 사내가 내게 다가온다. 나는 엎드려 LES MISERABLES 을 읽고 있다, 몸을 추스르며 벽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내게 다가오는 사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사내는 이상한 것을 내게 먹인다, 그리고 나에게 나쁜 짓을 한다. 나는 옆구리와 배가 타버릴 것 같다. 숨이 막힌다. 도망칠 수 없다. 이건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사내에게 복종하는 것을 배운다. 무엇이든 사내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사내의, 나를 향한 폭력이 멈출 수 있다, 일시적으로, 나를 향한 사내의 폭력을 멈추는 길은, 단지 내가, 사내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나는 살기 위해, 폭력은 죽음에 이르지 못하는 고통이므로, 사내가 내게 왜 폭력을 행사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사내의 폭력을 멈추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생각하지 않고 복종해야 한다. 나는 감정이 없는, 때로는 사내가 원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못생긴 인형이다. 그리고 나쁜 짓을 잘 견딜 수 있는 생물이 된다, 이상하게도, 그건 머리가 좋은 홈리스는 (잘) 살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내 몸에는 알 수 없는 푸른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몹쓸 병에 걸린 사람처럼, 가끔 푸른 반점이 석양에 반짝이는 것을 사내가 바라본다, 나는, 철저히 사내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나 아닌 '나'가 된다. 그렇게 사내의 인격을 닮아간다.

J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이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짓게 될 거야, 사내의, 푸른 반점을 몸에 가지고 있는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그 순간 그 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중요했고, J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J가 너무 싫었다, 나를 알고 있는 J가 싫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푸른 방, 나는 엉덩이가 드러나게 엎드려 있고, 종아리를 하얀 침대 시트가 감싸고 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LES MISERABLES 을 읽고 있다, Cosette, 이런 푸른 방, 몇 해 동안, 나는, 푸른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낡은 카메라를 목이 걸고, 온전히 땅을 바라보기보다는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이상한 섬에서의 사내와, 끔찍한 하루를 보내고는 했던, 그 바다 빛과 같은 하늘을 고개 들어 보며, 필름에 담았다. 나는 점점 LES MISERABLES 의 책 속으로 코를 빠트린다, 내가 싫어진다. 

그러자 당신이 내 옆에 눕는다. 내 귀를 혀로 한번 맛본 뒤, 

지금 네 모습은 네 아픔을 숨기기 위한 무엇이겠지?
당신이 내게 말한다.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낙하하는 것,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당신이 내게 말한다.

당신도 어느 때, 사내가 했던 나쁜 짓을 내게 한다. 나는 망가진 턴테이블처럼 이상한 섬, 사내, 바다, 푸른, 하늘과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재생한다, 마치 고장 난 레코드의 쇳소리처럼, (I LIKE NOISE), 당신이 나의 푸른 반점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혀로 건드릴 때마다, 내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들을 뱉어낸다. 가령 사랑한다, 거나.

그리고 사내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것처럼, (때리지 마, 하라는 대로 할게), 당신의 품으로 들어간다.

J? 

, 나는, 맨션에서 엑스를 나 몰래 먹고 있는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저걸 가지고 이상한 섬으로 가서, 그 사내에게 사정없이 모두, 마음껏 먹이고 나서, 사내가 밤새 구토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알고 있었을까? 이상하지?
당신의 품속, J에 대한 생각. 

상처(trauma)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야. 
내가 마음속으로 이야기하자, (맨션에 있던), J가 나와 동시에 말하기 시작한다.
상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야.

그래서 잠 못 이루는 날도 늘어나고, 작은 일에 화내고 짜증 내는 거야, 자신을 미워하고, 다른 사람을 그와 거의 같은 정도로 미워하기도 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그걸 잊으려고 무슨 일이든지 벌이기도 하지. 결국은 쌓여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지 못하면, 그 에너지에 압도당해서, 자신을 망치게 되는 거야.
내가 말한다. 
알겠지? 나는 '너'가 아니야. 너도 '나'는 아니야.
그 상태로 저만치 가는 거야.

나는 J에게서, 나 아닌 '내'가 된다.

2009/06/24 - [글쓰기] - Paint Me Blue 
2009/05/07 - [어떤 날] - I w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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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19

from Reset 2011. 8. 15. 04:14
모두 학대받고 있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눈을 뜬다, 당신이 내게 말한다, 나는 검은색의 핑크빛 레이스가 들어 있는 란제리를 입고 있다. 지난밤 나는 당신에게 J와 케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당신은 등 뒤에 나 있는, 나의, 푸른 반점 _ 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눌렀다, 나는, 아파, 라고 당신에게 말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목이 말라, 에비앙의 뚜껑을 연다, 물을 마시자, 목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J가 케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혀가, 구토물, 로 범벅이 된 케이의 입으로, 엑스를 밀어 넣어 주는 것을 바라보는 있는 것처럼, 잘 잤어? 당신이 말한다, 응, 내가 말하고, TV 에서 나오고 있는 NEWS 를 들으며, 당신은 크리스털 마운틴을 드립한다, 그러면 늘 당신에게는 시고 단, 맛의 향이 난다, 그리고 나는 귀가 가려워진다. TV 에서는 누군가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누구? 학대받고 있다니 무슨 말이야? 나는, 바스 가운을 입으며, 당신이 건네어 준 머그잔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NEWS 말이야, 자살 NEWS, 모두 학대받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당신을 바라본다. 학대, 이상한 섬에서의 사내, 그리고 내 앞에, 언제나 서 있을 것 같은, J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진다, 내게 나타난다.

상상할 수 없게 만드니까, NEWS 가 하는 일은 그런 거야. 직접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할 수는 없어.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지, WERTHER EFFECT, 자살 NEWS 가 나오는 횟수에 비례해서, 사람들은 더 자살에 취약해지는 구조인 거야. 왜냐하면, NEWS 가 고통을 전달해 주지는 않거든.

사람들은 고통을 좋아하지 않는다. NEWS 는 결코 고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통을 전달하는 NEWS 가 있다면, 금세 폭동이 일어나든지, 누구도 그런 NEWS 를 전달해 주는 매체와는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NEWS 는 누가 얼마나 많이 보느냐로 값어치가 매겨진다. 그 값어치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 수익으로 NEWS 를 생산하는 매체가 유지된다. 사람들은 자신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고통을 목격하게 되면, 분노하든지 무력해지든지, 도망치고 만다, 그래서 적당한 양의 정보만 흘려주는 것이다, 라고 당신이 말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왜 이른 아침에 당신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TV 를 끈다. 그런 나를 당신이 바라본다. 재미없는 이야기지? 그럼, 내가 말한다. 딱 그때뿐이었다, 그렇지, 세상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을 뿐이야,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구경꾼이야. 사실은 구경꾼들이 돌멩이를 던지는 거지. 어느 쪽이 맞게 될까? _ 우리는.

몸을 더 묻고, 앉은 자리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내게도 나는 것 같다, 그러자 물기 하나 없는 바스 가운 안으로, 내가, 꼭 숨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당신의 그늘. 나는 일어나서 옷을 벗는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네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 상상하게 되는 거야. 
이를테면, 누군가 네 앞에서, 죽고 싶어, 라고 말하게 될 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를 열심히 상상하지 않는다면, 너도 안전해질 수 없다는 뜻이야. NEWS 는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 우리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면 구경꾼일 뿐이야. 구경꾼으로밖에 살 수 없다는 건 학대받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 
다른 세상에 갈 수 없어. 무슨 말이야?
귀가 가려워진다, 당신이 내게 말한다. 당신은 쉬지 않고 내 몸에 나 있는 푸른 반점을, 마치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입술로 누른다. 당신의 체액, 시고 단맛의 향, 그리고 당신의 언어가 내 안에 스며든다. 마치 J가 케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혀로, 구토물이 범벅된 케이의 입으로, 엑스를 밀어 넣어주고 있는 것처럼, 당신의 침이 나의 푸른 반점에 맺힌다.

그런데 당신도 알고 있었을까? 정말, 
당신이 나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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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23

from Reset 2011. 7. 24. 03:04
새벽 3:03 _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늘 네가 생각나, J, 왜일까?
그런 날, 아픈 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뒷골목을 숨어다니던 정키, 였으니까 나는, 이런 날은 네 그 모습이 떠올라, 그건 나를 두고 케이와 심하게 다툴 때의 네 모습도, 이름 모를 아이들을 데려와서 맨션을 엉망으로 만들 때의 네 모습도, 아니었지,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켠 검은색 승용차와 함께 어느 남성과 맨션으로 들어섰을 때도 아니었어.

꼭 어떤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지도 몰라. 대하기 가장 편한 상대를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르고, 지금까지의 일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여서 그런지도 몰라. 매번 일일이 '나'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시간을 소비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했어. 그래서 처음 나를 알아봐 준 사람, 이라면 끝까지 가도 좋아,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언니가 나를 관찰해 주었으면 했어.'

라고,

J, 네가 그랬었지, 
붉고 푸른 등을 단 가게들이 끝나는 어느 모퉁이를 지나, 맨션으로 향하던 그 길에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불분명했는데, (말이야), 왜냐하면 그럼 나는 요란한 DVD RECORDER 처럼, 무의미하거나, 소리 나지 않는 무생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관찰해야만 했던 것은 이상한 섬에 있던 사내였으니까, 사내는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사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했으니까, 그런 기억이 싫었어, 그런데 이런 밤이면 그 말이 꼭 이렇게 들려서 난처해져.

'언니가 내 눈에 비친 언니를 보았으면 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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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potrait

from 어떤 날 2011. 7. 4. 23:12
네가 이제 케이가 되는 거야, 알겠니?
나는 당신의 품속으로 파고 든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 상상하게 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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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18

from Reset 2011. 6. 30. 22:24
J Nude, J가 맨션 근처의 폐허, 진 곳으로 나를 불렀다. 낡은 건물들이 부서져 있고 유리며, 깨진 나무 목재와 콘크리트 가루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J가 나를 불렀다. 펜트하우스가 보이는 타워의 꼭대기, 그 난간에 앉아, 내가 오지 않으면 그 아래로 떨어지겠다고 태연하게 말하며, 핸드폰을 아래로 떨어뜨렸던 그날의 J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너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너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우리는 그런 바탕 위에 있어.' 

그 꼭대기에서 J에게 했던 말. 

그렇지? 누구나 꼭대기에서, 누군가 오지 않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라고 소리 내는 사람이 있을 테지?
그 꼭대기에서 J가 했던 말.

저만치서 J가 나를 부른다. 느린 오후, 이제 막 해가 지려고 할 무렵, magic happy hour 정도 되는 날, J가 더 느린 손짓으로 나를 부르며 내 쪽을 바라본다. J는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조각난 돌무덤 같은 곳에서 일어선다, 나는, 그 모습을 한 손에 쥐고 있던 RETINA 3C 를 꺼내어 찍는다. 왜 그러는지, 나는, J의 몸에는 흙이 묻어 있고, J가 내게 말한다. 

내 몸을 찍어서 팔 거야.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내 몸을 팔아서 사진을 찍을 거야. 그건 어느 정도나 받을 수 있을까?

언니, 가 나를 찍어주고, 그럼, 언니도 내가 찍어줄게. 호주머니가 없어서 엑스도 가지고 있지 않아, J가 웃는다.
모두 떠난 자리에 내가 있는 모습을 찍어 줘, 나는, 그 말에 아무 동요 없이 기계처럼 J의 모습을 카메라로, 나의 눈으로 찍어댄다. 그리고 J가 달려들어, 내 벗은 몸을 보려고 할 때,

언니, 도 벗어. 한 번도 언니, 의 벗은 모습은 보지 못한 거 같아.
J가 말한다.

......

침묵. 내가 말한다. J는 웃으면서, 내 옷을 벗기려고 한다, 나는 그런 J를 껴안고, 움직이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J의 귓가에 말한다.

나는 벗을 수 없어.

나는 네게 내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내 몸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 (들)이 새겨놓은 무수한 푸른 반점들이 있어. 나는 그 사람, (들)의 바람대로, 어디서도 마음껏 옷을 벗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이런 반점, (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들)을 만나기 전까지, 는 내 모습을 전혀 보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그래서 더욱 나는 네 앞에서 내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네가, 그런 반점들이 신경 쓰여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모습을 네게 보일 수가 없어. 네가 사랑해야 하는 것, 이 내가 가진 반점 따위, (들)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해가 질 무렵의 하늘은 무척 파랗다, 지는 해를 따라, 붉은색을 입에 물기 전까지의 하늘은 정말 파랗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J의 등이 파래지고, J의 모습이 담겨 있는 RETINA 3C 의 black trim 도 파래져 간다. 그동안은 나 혼자만이 파래지지 않아서 좋았다. J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동안의 나는 전혀 파래지지 못했다.

며칠 전에 J의 꿈을 꾸었다, J는 나를 만나면서, 세상이 곧 닫힐 거라고 말하고는 했다. 마치 나를 끌어안고 어딘가로 묻혀 버리기라도 할 듯이, 내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매달려 있던 J가 사라졌다, 내가 J를 떠나왔고, 케이와 J를, 마치 조롱하듯, 그 사이에 나를 밀어 넣고, 그 둘의 모습을 관찰했다. 케이는 필사적이었다. J와 나 사이에서, 케이는, J에게, 
네가 행복해지는 것이 싫어, 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내가 쓸모없어지는 것이 싫어, 라고. J와 나 사이에서의 케이.

그때 현상한 사진, J의 지독히 아름다운 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치밀어 올라, 어떤 말이든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 


J,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네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꼭 벗지 않더라도, 그렇게 관심을 끌지 않더라도 _ 무엇이든 잘하지 않더라도,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어차피 푸른 반점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였어. 우리는 내가 가진 반점들로도, 네가 보여주었던 폐허 속의 웃음 띤, 너의, 나체로도 이어져 있지 않았어.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거고, 그걸로 우리는 좋았던 거야. 

J, 는 그 사진을, 그때 가격으로 500원씩에 팔았다. 나도 그중 하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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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17

from Reset 2011. 6. 8. 23:30
네 꿈을 꾸었어, J _ 이틀 전인가 낮잠을 자는 동안 꿈속에서 너를 만났어, 그날은 비도 오지 않고, 더군다나 며칠 동안 꽤 상쾌한 아침이었는데 말이야. 꿈속에서의 네 모습은 과거, 의 네 모습이었어, 나는, 잠을 깨고 나서도, 그러게, 꿈의 내용을 적어두지 않았어, 결국, 오늘에 이르러서야, 꿈속에서 너를 보았다는 사실 외에는, 거짓말처럼, 어느 것도 기억나지 않게 되었어. 마음만 먹으면 늘 같이 있을 수 있었던 대상, 상대로서의 J _ 언제나 나의 존재에 목을 매달고, 나의 부재에 격분하며, 노엽게도 슬퍼하며, 세상을 다 산 듯이 했던 J _ 희망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라고 말하며, 내 목덜미에 양팔을 걸고 언제나, 내 앞에서 노래 부르며 매달려 있을 것 같았던 J _ "J? 오늘에서야 알았어, 너와 내가 연결된 것처럼 세상은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야." 나는 그날 오후 J의 그림을 주문했다. 새 사무실에 걸어둘 그림을 주문하며, 잘 지내지?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거기에 대한 J의 응답. "그럼, 잘 지내. 언니와 만났던 시간을 지우느라 늘 바빠. 언니도 잘 지내지? 날 버린 대가로 잘 지내고 있을 테지? 언니와 내가 연결된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이루어져 있지 않았어. 세상은,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여기던, 그 대상이 사라진 후에야 시작되나 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상대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말이야."

그런 거야. 세상은 곧 닫히고 말 거야. 맨션의 꼭대기에서 J가 말했다. 무언가를 오물거리며, 잡지를 보면서, J는, 그래서 말인데, 라고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긴 의자에 앉아 음악을 고르며, 무엇을 들으면 좋을까?, 라고 말했다. 결국 나는 DOORS 를 끄집어내었다, 닫힌 세상, 나의 세상, J가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 세상이 이렇게 언니와 나, 사이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DOORS 의 'The End' 가 들려오길 기다리며, 그리고, 내가 말했다. "그러면 문이 열릴 테지?"

이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지을 거야.
J는 방의 불을 끈다.
마치 맨션의 하룻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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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 you happy?

from 어떤 날 2011. 2. 7. 23:54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당신 생각이 난다. 그 사람이 팔베개를 대어주고, 나는, 그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나의 팔로 그 사람의 가슴을 쓰다듬는 동안, 행복감에 겨워 있을 때, 당신 생각이 난다. 그래, 당신과 이러고 있는 것이 무척 좋았었지, 그 순간 대체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내 기억이 재생되고 있어,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 내 기억의 흔적이라면, 나는 언제 새로워질 수 있을까? 아니면 나는 새로워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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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 Novel #16

from Reset 2010. 11. 22. 01:14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지을 거야.

J는 방의 불을 끈다.

마치 맨션의 하룻밤과 같다.


먼지 가득한 맨션의 제일 꼭대기 층에서 _ J가 파티를 하며 옷을 벗던 때의 모습과도 같이, J의 허리에는 잘록한 점들이 묻혀 있다, J는 그것들을 _ 내가 만든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다.

‘맨션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점들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언니와 같은 점들이 내 몸 안에 박히는 일 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J와 헤어진 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나는 J를 맨션에 버려두고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맨션을 떠나겠다고 했고, J는 맨션을 결코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더는 그곳에서 살기 어렵다고 말했고, J는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간에, 맨션에서, 나와 J _ 그리고 케이 _ 가 보내었던 시간이 내가 하는 일에 훼방을 놓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 어떠니?

나는 차분히 앉아서 J를 바라보았다. 상관없어. 이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지을 거야. 너를 만나기 전에도 나를 결정지었던 일들이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는 했어. 나는 몹쓸 아이처럼 그것들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돌이켜보면, 너로 인해, 그렇게 내 안에 무엇인가와 밀착되어 있는 것들이 ‘나’의 일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 어떠니? 나는 ‘나’로 살아 있는 일 외에는 고민하고 싶지 않아. 너도 ‘나’의 일부로, 나도 ‘너’의 일부로 살아 있을 거야.


지금껏 J처럼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만난 적이 없다. 맨션에서 나체로 잠이 들 때의 J와 나는, J의 볼에 내 볼을 가져다 대고 비빌 때면, J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온기의 소리를 내고는 했다. 그 소리를 잊어본 적이 없다.


나는 삶이 아주 단순하길 바란다. 과거에 있었던 어느 하나의 사건이, 과거에 만났던 어느 한 사람이, 또는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어느 누군가로 말미암아 _ J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_ 앞으로의 인생이 결정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희망 같은 건 가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10/11/19 - [어떤 날] - Pink or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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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melody

from 어떤 날 2010. 9. 25. 04:46
고향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나는 차를 집 앞에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간다. 날이 어두워지고 새벽이 가까
워질 무렵, 우리들은 테이블에 앉았다.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에 친구들이 의아스러운 질문을 내게 한다. 그런데 정말
이제는 엑스터시도 마리화나도 하지 않는 거야? 나는 잠자
코 앉아 있다, 술잔을 비우며, 웃으면서 말한다. 어떨거 같
아? 글쎄. 어느 날 그걸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어. 이를테면, 이런 것. 나는 비워진 잔에 술을 채우
고 건배를 하자며 손을 뻗었다. 가끔 옛 친구들을 만나면
지금은 기억하고 있지 않은 과거의 나와 만난다. 그렇지,
나는 그런 아이였지. 어떤 날은 그런 일이 무척 불쾌했
만, 지금은 그걸 불쾌해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을 하고 
다. 맞아, 나는 그런 아이였을 뿐이야.

나는 그런 아이일 뿐이다.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그런 아이었어도 상관없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배웠을 뿐이다. 그건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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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and M

from 어떤 날 2010. 2. 11. 13:31

네가 뱉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침묵을 상대로 그렇게 긴 시간 생각할 이유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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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blown

from 어떤 날 2010. 2. 11. 06:53

볕이 들면 너도 건조해 질 거야.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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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time

from 어떤 날 2010. 2. 11. 06:18

이름은 네가 짓고, 선택은 내가 해,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다면 그냥 이름이라도 불러.
그 떨림이 널 지탱해 줄 거야, 넌 살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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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easy

from 어떤 날 2010. 2. 11. 02:18

마음의 등은 빛을 남기지 않아서 좋아. 당신을 지우고 내가 행복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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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and Sea

from 어떤 날 2010. 2. 11. 02:08

비가 오면 당신이 먼저 불을 꺼 줘, 마치 이제는 해야 할 말이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비속에 갇혀 있는 당신과 나의 사연이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을 수 있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사실을 나 혼자서만 간직할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당신이라는 사람은 내 기억에서만 살아서 움직일 수 있게, 그렇게 내가 쓰러져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나는 더 강해질 거야.' 비가 오는 날, 누구는 멍들고, 누구는 그 소리에 밤을 잊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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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heranvalley syndrome

from 어떤 날 2010. 2. 11. 01:55
'나는 그랬어.'
테헤란로를 걷는다. 비가 오는 날,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라는 말을 의미 없이 되뇌면서, 나는 왜 이런 것일까, 의 회의를 어깨에 짊어지고, 아니 가슴에 묻어두고, 검은 하이힐의 또각거리는 소리에 맞추어, 빗물이 짧은 팬츠 사이로 삐죽이 내민 스타킹을 적실 때, AM 12:00, 지금 몇 시야? 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면, 기꺼이 하룻밤 정도는 괜찮아, 라는 심정이 되어서, 길을, 걷는다 차라리 걷지 않는 것이 나았을 거야. 비가 오는 날.

친구는 전화로 내게 말한다. 그것 봐, 그 사람과 헤어지고 너는 조금 이상해졌어. 마치 세상을 다 산 것처럼 그러고 있잖아, 그런 너를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달라고 말한 적 없어. 다른 사람을 만나보지 않을래?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어, 만나 봐. 그래 알았어. 그런데 오늘은 걷고 싶어. 비 오지 않아? 괜찮아. 우산이 없어도 좋아. 적어도 이런 날은 혼자가 아닐 수 있어. 그것 봐. 이상해졌어. 아니야 내일 전화할게. 여기서 집까지 거리도 얼마 안 돼. 내가 데리러 갈까? 아니 괜찮아. 너는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둘이 된다. 내 옆을 당신이 걷고, 내 옆에서 당신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 봐. 너는 그것 밖에 안 돼. 술을 마셨을 뿐이야. 이런 날 길을 걷는 것은 옳지 않아. 왜 당신이 그런 것을 판단해? 나는 아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이후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을 안아주어서 고마워. 아직도 너는 그러고 있니?

도시의 불은 때로는 밝지도 어둡지도 않다. 인공적인 빛에 가려져 있는 빌딩의 그림자에 숨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를 생각한다. 지금은 무엇도 하지 않는 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순간 플래시백처럼 당신이 내게 한 짓이 떠오른다. 곧 나아질 거야. 무엇도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너는 지금부터 네가 꿈꾸는 모든 것을 현실로 경험하게 될 거야. '하이(high)'에 이르렀을 때는 절대 나를 찾아서는 안 돼. 알겠지? 그러나 나는 하이에 도달했을 때 당신을 찾았고, 그 이후로 당신은 내게 마치 아주 의미 있는 사람처럼 되고 말았다. 그러고 나면,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해도 너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게 될 거야. 하이에 이르렀을 때, 결코 나를 찾아서는 안 되었어. 당신은 얼음이 녹아 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내게 말한다.

'나는 그랬어.'
알잖아, 그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나는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했어. 그리고 누구도 선택할 수 없었을 때, 나는 마치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리고는 정말 혼자가 되었어. 매일 밤 내게 주어진 아파트 욕실에 앉아서 그 날 먹은 것들을 뱉어내면서,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나'라는 건 정말 살아갈만한 것일까, 에 대한 생각만을 했어. 매일 밤 쉬지 않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구토를 하고, 샤르트르의 'La Nausée'를 읽으면서, 적어도 내게는 토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서 좋아, 라는 어리석은 생각만을 했어. 그러다가 당신을 만난 거야. 

'나는 그랬어.'
나는 이별도 사랑도 자유롭지 못했어. 내겐 늘 옆에서 '넌 이 세상에서 가장 예뻐.'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 그런데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 어떤 생각에서인지 나는 꼭 당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 오기를 부리고 싶었어.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인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나는 어때? 같이 있을 만 해? 그런 말 하지 마. 앞으로 내가 잘할게.

'나는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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