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18

from Reset 2011. 6. 30. 22:24
J Nude, J가 맨션 근처의 폐허, 진 곳으로 나를 불렀다. 낡은 건물들이 부서져 있고 유리며, 깨진 나무 목재와 콘크리트 가루들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J가 나를 불렀다. 펜트하우스가 보이는 타워의 꼭대기, 그 난간에 앉아, 내가 오지 않으면 그 아래로 떨어지겠다고 태연하게 말하며, 핸드폰을 아래로 떨어뜨렸던 그날의 J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너에게 일어났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너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우리는 그런 바탕 위에 있어.' 

그 꼭대기에서 J에게 했던 말. 

그렇지? 누구나 꼭대기에서, 누군가 오지 않으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라고 소리 내는 사람이 있을 테지?
그 꼭대기에서 J가 했던 말.

저만치서 J가 나를 부른다. 느린 오후, 이제 막 해가 지려고 할 무렵, magic happy hour 정도 되는 날, J가 더 느린 손짓으로 나를 부르며 내 쪽을 바라본다. J는 옷을 전혀 입지 않고, 조각난 돌무덤 같은 곳에서 일어선다, 나는, 그 모습을 한 손에 쥐고 있던 RETINA 3C 를 꺼내어 찍는다. 왜 그러는지, 나는, J의 몸에는 흙이 묻어 있고, J가 내게 말한다. 

내 몸을 찍어서 팔 거야.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내 몸을 팔아서 사진을 찍을 거야. 그건 어느 정도나 받을 수 있을까?

언니, 가 나를 찍어주고, 그럼, 언니도 내가 찍어줄게. 호주머니가 없어서 엑스도 가지고 있지 않아, J가 웃는다.
모두 떠난 자리에 내가 있는 모습을 찍어 줘, 나는, 그 말에 아무 동요 없이 기계처럼 J의 모습을 카메라로, 나의 눈으로 찍어댄다. 그리고 J가 달려들어, 내 벗은 몸을 보려고 할 때,

언니, 도 벗어. 한 번도 언니, 의 벗은 모습은 보지 못한 거 같아.
J가 말한다.

......

침묵. 내가 말한다. J는 웃으면서, 내 옷을 벗기려고 한다, 나는 그런 J를 껴안고, 움직이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J의 귓가에 말한다.

나는 벗을 수 없어.

나는 네게 내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내 몸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 (들)이 새겨놓은 무수한 푸른 반점들이 있어. 나는 그 사람, (들)의 바람대로, 어디서도 마음껏 옷을 벗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이런 반점, (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들)을 만나기 전까지, 는 내 모습을 전혀 보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 그래서 더욱 나는 네 앞에서 내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네가, 그런 반점들이 신경 쓰여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 모습을 네게 보일 수가 없어. 네가 사랑해야 하는 것, 이 내가 가진 반점 따위, (들)이 되어서는 안 되는 거야.

해가 질 무렵의 하늘은 무척 파랗다, 지는 해를 따라, 붉은색을 입에 물기 전까지의 하늘은 정말 파랗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J의 등이 파래지고, J의 모습이 담겨 있는 RETINA 3C 의 black trim 도 파래져 간다. 그동안은 나 혼자만이 파래지지 않아서 좋았다. J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동안의 나는 전혀 파래지지 못했다.

며칠 전에 J의 꿈을 꾸었다, J는 나를 만나면서, 세상이 곧 닫힐 거라고 말하고는 했다. 마치 나를 끌어안고 어딘가로 묻혀 버리기라도 할 듯이, 내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매달려 있던 J가 사라졌다, 내가 J를 떠나왔고, 케이와 J를, 마치 조롱하듯, 그 사이에 나를 밀어 넣고, 그 둘의 모습을 관찰했다. 케이는 필사적이었다. J와 나 사이에서, 케이는, J에게, 
네가 행복해지는 것이 싫어, 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내가 쓸모없어지는 것이 싫어, 라고. J와 나 사이에서의 케이.

그때 현상한 사진, J의 지독히 아름다운 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것이 치밀어 올라, 어떤 말이든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된다. 


J, 그 말을 하려고 했어. 네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꼭 벗지 않더라도, 그렇게 관심을 끌지 않더라도 _ 무엇이든 잘하지 않더라도,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말이야. 어차피 푸른 반점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였어. 우리는 내가 가진 반점들로도, 네가 보여주었던 폐허 속의 웃음 띤, 너의, 나체로도 이어져 있지 않았어.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거고, 그걸로 우리는 좋았던 거야. 

J, 는 그 사진을, 그때 가격으로 500원씩에 팔았다. 나도 그중 하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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