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23

from Reset 2011. 7. 24. 03:04
새벽 3:03 _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늘 네가 생각나, J, 왜일까?
그런 날, 아픈 날, 거울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들어, 뒷골목을 숨어다니던 정키, 였으니까 나는, 이런 날은 네 그 모습이 떠올라, 그건 나를 두고 케이와 심하게 다툴 때의 네 모습도, 이름 모를 아이들을 데려와서 맨션을 엉망으로 만들 때의 네 모습도, 아니었지, 그리고 헤드라이트를 켠 검은색 승용차와 함께 어느 남성과 맨션으로 들어섰을 때도 아니었어.

꼭 어떤 모습을 그리워하는 게 아닌지도 몰라. 대하기 가장 편한 상대를 떠올리는 것인지도 모르고, 지금까지의 일을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여서 그런지도 몰라. 매번 일일이 '나'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시간을 소비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못했어. 그래서 처음 나를 알아봐 준 사람, 이라면 끝까지 가도 좋아,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언니가 나를 관찰해 주었으면 했어.'

라고,

J, 네가 그랬었지, 
붉고 푸른 등을 단 가게들이 끝나는 어느 모퉁이를 지나, 맨션으로 향하던 그 길에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불분명했는데, (말이야), 왜냐하면 그럼 나는 요란한 DVD RECORDER 처럼, 무의미하거나, 소리 나지 않는 무생물이 되어야 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관찰해야만 했던 것은 이상한 섬에 있던 사내였으니까, 사내는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사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했으니까, 그런 기억이 싫었어, 그런데 이런 밤이면 그 말이 꼭 이렇게 들려서 난처해져.

'언니가 내 눈에 비친 언니를 보았으면 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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