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ional Memory

from 글쓰기 2009. 9. 3. 01:06

그때는 왜 그렇게 학교가 다니기 싫었는지 몰라, 당신과 도망쳐서 몇 달씩 호텔에 숨어 있었어, 침대의 하얀 시트가 예뻐, 라고도 말하고 옷을 입고 있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 라고도 말했어, 건강해져야, 겠다는 생각에 당신이 가져다주는 약, 은 하나도 먹지 않았어, 술, 도 적당량만 마시려고 했고, 그런 나에게 당신은, 이건 너와 어울리지 않아, 라고도 했어. 몇 해 전인가 당신의 그림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않은 적이 있어, 우연히 길을 가다가 들른 갤러리에서 당신 그림을 발견했었는데, 처음에는 당신 그림인지 몰랐어, 그림을 보는 순간,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나밖에 없어,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림을 그린 사람을 확인하려는데 거기에 당신이 웃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어, 가식적이라는 인상이었지만 당신이 써 놓은 그림에 대한 설명은 매력적이었어. (당신 그림은 내가 가질 만한 것이 못 돼) 사진을 정리하다 저 사진을 발견했어. (요즘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 다니고, 걸어 다니면서 파란 하늘을 찍고 있어, 나와 닮지 않은 그 색, 이 너무 좋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좋아해) 저기가 어딘지 기억할까? 당신도 우연히 여기에 걸린 사진을 보게 되면 저기가 어디인데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나는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해 작업을 한다, 마음속에 있는 한 사람을 지우기 위해, 반복해서 작업을 한다, 그렇게 나는 나와 만나려고 한다, 라고 했었지? 당신의 작업을 설명해 놓은 글귀 말이야, 허풍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 한 사람이 나는 아니겠지, 라는 의구심이 들었어. 나를 그렇게 쉽게 잊으면 곤란해, 나는 끈덕지게 당신의 기억 언저리 어딘가에 계속 머물러 있을 거야. 그때 이후로 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어, 적어도 그 호텔에서 당신이 가져다주던 약, 을 먹지 않고 술, 도 적당량만 마셔서 쉽게 건강을 회복했다는 생각이 들어. 어디에 있든 내 몸에 나 있던 반점을 가지고 놀려대던 때의 당신 모습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제나 그때 나와 함께 있던 당신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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