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잤어, 이 무거운 걸 얼마나 이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고 햇살이 거친 날이었어, 아침, 그러다 비가 와서 내가 사는 도시의 먹물을 씻어 주었어. 레스토랑에 들러, 호밀빵과 스테이크와 그라탕을 먹었어. 긴 머리카락이 내게 어울리지 않아, 머리를 자르고 책을 사고 드라이브를 하고, 이런 날은 누구에게 전화를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_ 며칠 째 10살 연상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녀석에게서 편지가 온다, 어떻게 하면 좋아, 언니,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언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데 언니, 왜 연락이 안돼?, 어디에 있는 거야? _ 조금 읽다 문서분쇄기로 편지를 밀어넣는다. 녀석은 부르면 언제고 내가 다가갈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와의 관계에 대한 위기 의식도, 믿음도, 자기 자신의 값어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별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같다. 이별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 또한 할 수 없다. 녀석에게는 왜 내가 너와 연락을 끊고 만나지 않고 지금까지 돌봐주었던 것을 거들떠 보지 않는지에 대해서 결코 이야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결코 내게서 그와 같은 것을 들을 수 없다. _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큰 쓰레기통을 가지고 여기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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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y me, Marry 2009.05.15
- Somebody loves me 2009.05.03
"그 사람의 진심이 궁금해.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걸 묻고 싶어, 그걸 확인하고 싶어." 술에 취해서 하는 말이 즐겁지가 않다. 이 녀석은 살아야 할 가치를 가지고 있기나 한걸까? 내일부터는 이 녀석을 만나고 싶지 않다. 곡은 Ella Fitzgerald 의 'Somebody loves me' 다. 바텐더는 내게 눈을 마주치려고 하다 선반에 글래스를 정리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하필 이렇게 좋은 음악에 이 녀석의 고백이 쏟아지는 것이 반갑지가 않다. 이 녀석은 자신보다 10살 연상의 유부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자려고 누으면 그 사람 생각이 나, 같이 있을 때의 즐거운 느낌, 가슴의 두근거림 같은 것이 말이야,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하면 얼굴이 생각이 안 나." 나는 술잔을 놓고 듣지 않는 척 한다. 들을 가치가 없다기 보다는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이 녀석이 귀 기울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내가 다르다고 해. 내 또래들과는 내가 다르게 느껴진다고 했어. 그러다가 이 사람과 같이 잠을 자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같이 잠을 잔 그 새벽은 혼자 남겨져 있었어. 늘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던 그가 그 날은 유난히 신경을 쓰면서 집에 들어가 버렸어. 그 날은 분홍빛의 모텔방에 나 혼자 남겨졌어.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어. 그 사람이 그랬어. '우리에게 미래는 없어.' 라고.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나만 상처받을 거라는 이야기인 걸까? 왜 그 사람은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확인하고 싶어.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 나는 머리 한 쪽으로, 술값을 내고 집으로 돌아가 읽어야 할 책과 듣고 싶은 음악, 영화들을 정리한다. 긴 밤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녀석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녀석에게 주던 용돈이며, 학비, 식비, 의상대여비를 끊고, 이 녀석에게 내어 주었던 아파트 키며 자동차 키를 어떻게 뺏을까, 하는 생각만을 한다. "언니, 그 사람이 보고 싶어." - 나는 술에 취해 테이블 위로 쓰러진 녀석을 놓아 두고, 이 녀석을 위해 헤네시 한병을 더 시킨다. 그리고 자리를 떠난다, 이제 이 녀석을 볼 일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하는 녀석에게는 미래도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그 녀석은 단지 그 유부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녀석은 이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