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me, Marry

from 어떤 날 2009. 5. 15. 23:17

잠만 잤어, 이 무거운 걸 얼마나 이고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고 햇살이 거친 날이었어, 아침, 그러다 비가 와서 내가 사는 도시의 먹물을 씻어 주었어. 레스토랑에 들러, 호밀빵과 스테이크와 그라탕을 먹었어. 긴 머리카락이 내게 어울리지 않아, 머리를 자르고 책을 사고 드라이브를 하고, 이런 날은 누구에게 전화를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_ 며칠 째 10살 연상의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던 녀석에게서 편지가 온다, 어떻게 하면 좋아, 언니,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 언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데 언니, 왜 연락이 안돼?, 어디에 있는 거야? _ 조금 읽다 문서분쇄기로 편지를 밀어넣는다. 녀석은 부르면 언제고 내가 다가갈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와의 관계에 대한 위기 의식도, 믿음도, 자기 자신의 값어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별의 의미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같다. 이별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 또한 할 수 없다. 녀석에게는 왜 내가 너와 연락을 끊고 만나지 않고 지금까지 돌봐주었던 것을 거들떠 보지 않는지에 대해서 결코 이야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녀석은 결코 내게서 그와 같은 것을 들을 수 없다. _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큰 쓰레기통을 가지고 여기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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