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4

from Reset 2009. 9. 10. 02:16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라는 말이 떠올랐어. 언니가 내게 해 주었던 이야기 말이야, 그래서 찾아왔어. J는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큐빅이 박힌 머리띠를 한 채로 한 손에는 거봉이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다. 예전처럼 천진하게 웃으며, 또는 시선을 떨어뜨렸다가 나를 보기도 하며, 늦은 시간까지 밤거리 귀퉁이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때의 눈빛을 하고, J는 나를, 나는 J의 길게 늘어뜨린 귀걸이를 바라본다, 귀걸이는, 흔들림 없이 J의 귓불을 아래로 조금 당기면서 J의 일부가 되어 있다. 다른 귀 언저리에는 피어싱을 뺀 자국들이 남아 있다, 귀걸이만이 J에게 허락되어 있는 것처럼, J는 자정이 되어서야 내게 찾아왔다.

J를 처음 본 것은 지방 소도시의 유흥가에서였다. 나는 이상한 섬에 끌려들어갔다 도망쳐 나왔다, 얼마되지 않은, 그때, 나는 그 도시에 숨어 있었다, 내가 한 일이 부끄러워서 라거나, 누군가가 나를 쫓아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그것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자극을 모두 줄이고 싶었고,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나는 매일 밤,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던 중에 J를 만났다. J는 늘 내가 다니는 길모퉁이에 또래 아이들 두세 명과 어울려서 서로 키스를 하거나, 세상이 끝난 것처럼 껴안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곳은 세상과 격리되었거나 버림받은 곳처럼 보였다. 중년의 남성과 초년의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걷고, 트렌스젠더들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골목길 사이사이에는 암페타민과 밀가루를 교묘하게 섞어서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J는 붉고 푸른 등을 단 가게들이 끝나는 어느 모퉁이에서 언제나 제일 늦은 시간까지, 설령 혼자가 되더라도 그곳에 서 있었다. J는 지나가는 나를 향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얼마야? 

2009/09/09 - [글쓰기] - Dime Nove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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