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21

from Reset 2011. 9. 30. 00:18
문 두드리는 소리가 빗물에서 난다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두렵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내 의식은 바닥에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는다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가슴을 파먹어 대는 네 말소리가 빗물을 흉내 낸다 나는 젖었고 보잘 것 없다 눈물 흘리며 밤새 들키지 않게 웃는다 운다 피곤하다 버림받은 날은 낯선 사람과 자고 싶어진다 그건 꿈이 아니다 희망도 아니다 살에 파고들어 있던 첫 기억이 고구마 굽는 냄새를 뱉어낸다 그런 식이다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있으면 손에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이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싱글몰트 위스키로 범벅된 양탄자 위로 벗겨진 내 구두가 보인다 나는 숨을 쉴 수 없다 그럴 자유가 없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수증기가 타고 있다 

나는 관계에 몰입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나는 색을 칠한다 몸에는 알 수 없는 상처들이 있다 죄를 뉘우쳐야 한다 상처는 죄를 잊게 한다 죄를 짓지 않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누구든 잃어버린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닐까 너에게는 향이 난다 잃어버린 것 가질 수 없었던 것 갖고 싶은 것 그러나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내가 동떨어져 있는 것은 네가 아니다 내가 그리워했던 것은 더욱 네가 아니다 말하던 것을 멈추고 옷을 벗자 이곳에서 다시 태어나는 기분 같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네가 뭘 안다고 너는 몰라 어떻게 사는지 볼 거야 그런 파란 점박이 계집애 따위에게 파묻혀 어디까지 가는지 볼 거야 그러니까 나와 떨어져 있어도 내게서 떠나지 마

그 아이가 내게 말했지 우리는 검은 인형을 들고 거리에 서 있을 거야 사람들이 찾을 수 없도록 광택이 없는 옷을 입고 검은 인형을 흔들며 거기에 서 있을 거야 그러니까 너만이 발견할 수 있어 그 아이가 말했지 우리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 되지 않아 왜냐하면 검은 인형 단지 검은 곰 인형이라고 말하자 키보다 큰 검은 곰 인형을 들고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거야 사람들은 우리를 볼 수 없어 눈에 띄지 않게 거리에 서 있겠지 빛없는 곳에서 만지거나 볼 수 없도록 아주 오랫동안 서 있을 거야 그렇지만 너는 나를 볼 수 없어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보이지 않을 뿐이지 그런 것을 너는 상상할 수 있니? 그 아이가 말했지 그만 버림받고 울어

케이의 무너진 독백, J의 외면 그리고 나. 

케이가 엑스에 취한 날, J의 등에서 비가 내렸다. 내 옆은 흠뻑 젖었다. 케이는 이전에 엑스를 한 적이 없다. 케이의 손목에서 지익하는 소리와 함께 지퍼처럼 살이 열리고 피가 떨어진다. 여기는 맨션이다.

기억해 봐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야 네가 누리고 있는 것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야 값을 치러야 해 네가 그 값어치야

J가 케이에게 다가간다. 케이의 입안으로 엑스를 밀어 넣는다. 케이의 오르가즘. J의 이별. 

J가 말한다. 네가 그 값어치야.

2010/08/08 - [어떤 날] - 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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