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쓸모없어라, 머리 아파 깨어난 밤, 더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잠을 쫓으며, 마치 다시 태어난 듯, 희망에 부풀어 잠들던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우리는 이제 더는 쓸모없어라, 단지 기억 속, 지금껏 만난 사람 중 몇몇에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가던 시절도 지나가고 없나니, 봄이 와서 빛나던 물결도 뙤약볕도, 한 줌 흙에서 빚어낸 상상의 이름도, 더는 모질게 아프던 때가 그립지 않음에도, 우리 이제 쓸모없어라, 눈을 뜨면 보이는 것들이 우리의 또 다른 이름이었듯,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지나갔음에도, 우리는 이제 더는 쓸모없어라, 태어나 가장 먼저 닿은 것들을 찾아 떠나온 길 위에서 그 닿음이 더는 지나가 오지 않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