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telling #2

from 어떤 날 2014. 7. 16. 10:31
이야기는 아주 특이하게 시작된다. 나는 앉아 있다, 는 것에서부터, 목이 타서 마신 페리에의 거품이 목을 간지럽힌다, 나는 눈을 깜빡이고, 타이핑을 하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가, 어제는 무엇을 했었지?, 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 다시 목이 타서 페리에를 한 모금 들이키고, 방 안의 온도를 확인한 뒤에,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아래로 낮추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었다가,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이, 꼭 다른 무언가를 쥐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라고 생각할 때까지, 그러다 네 생각이 나고, 우리가 보낸 거짓, 없이 추악했던 날들을 떠올리고, 그런 네 모습을 한쪽 눈, 을 찡긋 감은 채 뷰파인더로 들여다 보던 때의 모습과, 앙상하게 뻗은 허벅지에 나 있던 솜털을 네가 핥고 있던 때의 모습까지, 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던 나는 어김없이 얼굴이 붉어져서, 무엇이라도 몸 안에서 밀어내고 싶어지던 때, 땀과 타액이 마르지 않고 흐르던 아주 심한 여름날과, 그 날들과 지금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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