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가 바뀌면 나, 는 길을 건넌다, 신발을 신고 배낭을 메고 목걸이를 하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한 손에는 핫도그와 다른 한 손에는 톨 아메리카노를 들고, 신호등과 거리와 자동차를 본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시계를 보기 위해 손을 틀다, 아메리카노를 쏟는다, 핫도그를 모두 먹고 핫도그를 싸고 있던 플라스틱 종이를 구기고, 아메리카노를 다른 손으로 옮긴다, 귀걸이를 떼어 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 본다, 신호가 바뀌면 나, 는 길을 건넌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지난 선거, 이 나라가 가난해 졌다고 미디어가 포장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환상을 미디어가 광고하고, 경제 위기, 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먹이'를 줄테니까 이쪽으로 와, 라고 유혹하던 때, '밥'을 줄테니까 이쪽으로 와, 라고 하던 때, 지금 생각해도 그건, 국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호가 바뀌면 나, 는 길을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