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ective Coloration

from 어떤 날 2009. 6. 28. 20:20

그 비오는 날 난 저 나무 아래에 서 있었어,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 집까지는 거리가 멀어, 잠시만 여기에 있다가 갈게, 비가 조금 줄어들기만 하면 떠날 거야, 주변에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어, 입고 있던 체크무늬 원피스와 나비 모양의 머리핀과 머리카락이 비에 젖었어, 괜찮아, 넌 저기 나무 가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야, 그러자 멀리에서 당신이 오는 것이 보였어, 어떻게 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 괜찮아, 넌 저기 나무 가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그대로 서 있어, 어디에도 가지마, 거기에 서 있어, 지나가 버릴 거야, 내 안과 밖이 구별이 되지 않는 날, 이 여름날이 그 때의 기억을 앗아가고, 당신이 나를 데리고 어디인가로 간다, 내가 가진 보호색을 지켜줘. 당신은 내가 젖어 버린 것에 대해서 화를 내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서도 화를 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