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rcing

from 어떤 날 2009. 6. 3. 01:48

이걸 하고 뛰어 다니면 기분이 나아져, 당신이 배꼽에 피어싱을 해준다, 조금 따끔거릴 거지만, 곧 기분이 나아질 거야,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_ 이 놀이 공원은 밤에는 개장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다를 끼고 나 있는 구름다리 위로 전구들이 밤을 밝히기 위해 걸려 있다. 구름다리가 출렁거리면 피어싱이 배꼽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_ 내가 일하는 곳에는 고등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온 학생이 있다, 아기처럼 이야기할 줄 아는 아이는, 어느 날 왼쪽 손목에 네모난 밴드를 붙이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카페라테를 한잔 사주며 물었다, 손은 왜 그러니? 긁혔어요, 나는 밴드를 떼어 내어 상처를 본다, 연필 깎는 칼로 그어낸 상처들을 보면서, 왜 그랬어? 라고 묻는다, 그냥 긁혔어요 _  당신은 피어싱을 해 주고 난 뒤에 손목을 칼로 긋는 것을 나에게 보여준다, 이러고 나면 기분이 나아져,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아픔을 느낄 수 있어서 살아 있다, 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 너, 도망가면 알지?,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_ 집에는 들어가지 않을 거야, 언제고 이렇게 이야기 하던 아이, 는 얼마나 자란 것일까? 학교도 다니지 않고 다 쓰러져 가던 움막에서 당신과 책이나 읽어대던 아이, 는 얼마나 자란 것일까? 재능이 없는 아이, 에게, 넌 재능이 있어, 라고 거짓말을 해대던 당신, 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아픔을 느끼는 방식만 가르쳐 주어 놓고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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