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west

from 낙서 2009. 4. 6. 00:12

 

"정말 저기가 북쪽인 걸까?"

따뜻한 날씨, 봄 속으로
날아든 차고 습한 바람이 분다. 나는 선착장에서 한 시간 가량
을 기다려 배를 타고, 배 안의 난로로 손을 녹이며 연신 셔터를 누
르고 있는 너를 쳐다 본다.

"내일 저기에 가지 않을래?"
"어디?"

아침 일찍, 잠들어 있는 나를 깨우는 전화벨이 울린다. 

"일어나."
"응?"
"오늘 만나기로 했잖아.'
"언제?"
"잊었어?"

정말 만나고 싶지 않다, 는 생각과 떼를 쓰는 너를 사이
에 두고 고민을 하다, 알았어, 라는 대답으로 너를 달랜
다. 

"아니, 나오고 싶지 않으면 괜찮아, 다음에 봐."
"아니야, 갈게, 어디서 만나기로 했더라?"

만남과 헤어짐이 일상이 아닌 사람을 대하는 것은 
늘 힘든 일이다. 한번도 '이제 헤어져' 라고 말하지 않
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침반이 놓여 있는 곳에 왔을 때, 나는 눈을 가리
고 너는 내 어깨를 잡고, 북쪽을 가리키는 방향에
맞추어서 선다. 이 방향으로만 가면 북쪽에 다다를 
수 있어, 그러니까 북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이 방
향으로만 가야 돼, 네가 말한다. 

나는 뒤돌아 서서, 그렇지, 북쪽은 저 방향이 맞을 지
도 몰라, 그래, 북쪽은 저 쪽인지도 몰라, 그렇
지만 어디를 가나, 북쪽을 가리키는 것들은 있게 마련
일 거야, 이 곳이 아니어도, 꼭 저 방향이 아니어도 상
관 없어. 

그 말을 하고, 나는 너와 헤어진다, 응석 부리기를 멈
추지 않는 너를 보살피며 보낸 시간에 감사하지만,
이런 생채기를 너에게 내어 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
며 뒤돌아 선다. 

가지마, 너 없이는 못 살아, 제발 가지마, 나는 어떻
게 하라는 말이야.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마음 속으로, 그 말에 책임질 수
없으면서 아무렇게나 그런 말을 하는 네가 미웠
고, 사실 저 쪽은 북쪽이 아니야, 라는 말을 너에게 하
고 싶었고, 북쪽이든 아니든 관계 없다는 말을 네가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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