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and Sea

from 어떤 날 2010. 2. 11. 02:08

비가 오면 당신이 먼저 불을 꺼 줘, 마치 이제는 해야 할 말이 어느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비속에 갇혀 있는 당신과 나의 사연이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을 수 있게, 아무도 모르게,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사실을 나 혼자서만 간직할 수 있게,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당신이라는 사람은 내 기억에서만 살아서 움직일 수 있게, 그렇게 내가 쓰러져도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나는 더 강해질 거야.' 비가 오는 날, 누구는 멍들고, 누구는 그 소리에 밤을 잊어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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