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이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어, 빨리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호텔방의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 놓고, 따뜻한 햇살에, 해변에 누워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더위 속에서 서서히 잠들어 가던,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당신과 나만 잠들고, 다음 날 새벽이 되어도 잠을 깨지 않았던 나를 위해 바다와 하늘과 모래 속에서 사각거리던 소리를 모두 듣고 있던, 내 옆에서, 나는 깨지 않았어, 그런 당신의, 당신과 나와의 기억이 만들어 내는 풍경, 그걸 다시 보고 싶어 높은 빌딩 위를 걸어다니는 꿈을 꾸었어. 내게 달라 붙어 있는 끈이 어느 순간에 끊어져 버리길 기대하며 말이야, 그 순간만은 공포가 끝나는 순간일 테니까 말이야. 그건 모두 당신 탓일 테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