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n

from 어떤 날 2010. 8. 26. 03:53

빛을 잃은 것들만 떠다닐 테지, 어느 밤 한구석에 숨겨져 있던 네 모습과 내 이름의 숨바꼭질을 멈추고 나면,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나 아닌 것들이 내 주위에 널려 있는 것을 살펴보며, 곱게 접힌 이부자리를 마음 한편에 고이 눕혀두고, 때론 너 아닌 것들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비가 오는 어느 날을 지나 여름날 한낮의 더위를 피해 바닷바람이 만들어 내는 짠 내와 함께, 소스라치게 놀라던 네 모습도 혹은 내 마음도 이제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떠올려 보면, 우리가 살았던 어느 순간도 전혀 지금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우연히 네가 볼지도 모를 일이지.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나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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