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을까? 저 횡단보도를 건너서 다리 위로 올라왔어, 어디에도 사람이 없었고, 간간이 보이는 하우스와 그냥 지나가는 자동차가 내 풍경의 전부였어, 그러니까 그런 일은 없었는데도 마치 버림받은 것처럼 내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지만, 단지 내가 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만으로 _ 우리 이별도 그런 의미였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당신과 나 사이에는 무엇도 변한 게 없었지만, 당신과 내가 걸어왔던 길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당신은 용서할 수 없지만 내가 걸어온 길을 미워하지는 않아 _ 그러고 보니까 이별을 모두 당신의 책임 또는 나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당신은 직업이 없었고, 나는 학교를 다니지 않았어, 당신은 밥을 사 먹을 돈이 없었지만, 나는 잠을 잘 집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 이별의 책임을 모두 균등하게 배분하고 나면 나와 당신이 가지는 몫은 단지 모래알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별이란 늘 그런 의미였는지도 모르겠어 _ 나도 당신도 많이 달라졌어. 그렇지? 당신이 미워 견딜 수 없지만 당신이 고맙기도 해, 당신에게서 배운 것이 많아, 당신에 대한 사랑과 미움이 모두 내 안에 있고, 그것 또한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이별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 _ 당신을 만난 뒤로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음악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 그리고 소설도 썼어, 그러고 나면 그렇게 내 모습이 달라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어, 기본적으로 나는 당신과 헤어졌을 때와 같아,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어느 날은 기뻐, 그 감정이 나를 변화시킬 거라는 걸 알아, 마치 당신이 내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처럼 말이야.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