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24

from Reset 2014. 8. 7. 01:40
전화가 걸려온다, 당신이다, 나는, 무더위에 잠을 잘 수 없어, 얼음으로 가득 찬 욕조 안, 에 몸을 담그고 수면 위, 에서, 의뢰인이 선물로 준, ROMANEE CONTI 를 홀짝이고 있었다. 걱정되어서 전화했어. 당신이 말한다. 얼음물로 차가워진 허벅지와 가슴에서, ROMANEE CONTI 의 향이 새어 나오는 것 같다. 조금 발그레한 얼굴로, 무슨 말이야? 라고 묻는다, 나는, 그 의미가 궁금해서라기 보다, 당신이 어떤 표정으로 수화기에 귀를 대고 있는지, 어떤 복장으로, 어디에서 전화를 거는지가 궁금했다. 그냥 TV 를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온갖 학대에 대한 이야기들만이 흘러넘쳐서, 네 생각이 났어, 언제였더라, J와 케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다음 날인가 그랬을 거야, 모두 학대받고 있어, 단지 그 사실을 모를 뿐이지, 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어, 아마, 그러니까 그런 모습을 보고, 네 기억이 되살아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 이야기를 듣고, 손에 쥐고 있던, 붉고 푸른 튤립꽃을 닮은 잔을 비스듬히 기울여서, ROMANEE CONTI 를 욕조로 흘려보냈다, 곧 욕조 안, 은, 마치 푸른 잉크가 아지랑이를 피우듯, 붉은 실타래들이 흩어져서 내 몸쪽으로 와 닿았다. 그러자 알몸으로 있는 것이 다행인 것처럼 느껴졌다. J를 만났어, 정확히 말하면 J가 나를 찾아왔었어. J? 내가 말한다. 자리에서 일어선다. 체리 향이 나는 루비색의 액체 방울이 차가운 코끝에 맺혀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이 등 뒤에 나 있는, 나의, 푸른 반점들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 속의 당신은,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그 반점들을, 눌렀고, 나는, 아파, 라고 당신에게 말했다. J가 무슨 일로? J가 당신을 어떻게 알아? 맨션에 있을 때 네가 하는, 내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 깡마른 몸에 단발머리를 하고, 손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는 유화물감이 묻은 채로 왔었어. J가 그러더라고, '나'를 통해서 [너]를 알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오게 되었다고, 신문에서는 온통 학대에 대한 이야기들만이 넘쳐 흘러서,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고 했어. 그래서, 나도, 궁금해졌지, 네 기억은 어떤지에 대해서, 아직 그대로라면 좋겠어, 네 기억은, 변하지 않는 그대로, 라면 좋겠어. 당신이 말한다. 수화기 너머에서 J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내가 언니에게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언니는 또 왜 내게 그런 짓을 했는지, 따위는 정말 궁금하지 않아. 단지 아무도 그 시간을, 멈추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그 무언가, 가 없었다는 사실에, 그 일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언니가 지울 수 없이 미웠어, 언니와 나 사이는 그런 이유들 뿐이었어. [나?]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내게 기억이 있었던가? 학대에 대한 기억이라면 무엇을 말하는 건지도 불분명해, 내가 말한다. 전화를 끊고, 나는 마른 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나, 와, 화장대 앞에서 J를 위해 화장을 하기 시작한다. 학대는 고통을 전달하지 않고, 상상력을 차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