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is for journeys

from Reset 2013. 3. 8. 00:49
그냥 몸에 익은 대로 살 수는 없었을까?

나의, 안식처, 같거나, 언니 같은 _ 

누구나 죽는다는 가정하에, 결국 언니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절박함, 에 대한 추론이 만들어 낸 비극일 뿐이었어, 그렇지 않았을까? 죽지 않을 운명을 타고난 암세포처럼 언니 곁에 있고 싶었어. 그렇게 펑, 하고 터졌을 때 내 마음을 언니가 알아주었으면 했어. 언니를 갉아먹고 있던 내 모습을 언니가 봐주길 바랐어.

J _ 

일상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아 _ 

J
가 
'펑'이라는 말을 뱉었을 때, J
의 입에서 복어 튀김이 잘려나갔다. 'One-O-Nine' 안에서, 그곳에 앉아, 결혼하기 위해 모여 앉아 있는 사람들 틈에서, J
는 입안이 보이지 않게, 큼지막한 복어 튀김을 오물거리며, 바닥이 비칠 만큼 투명한 복어회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말하고 싶었어. 나는 익지 않아.

J _ 

나는 익지 않았어. 그때 이후로 배가 고플 때면 언니 생각이 나. 세상이 언니와 나, 사이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_
라고 말했을 무렵부터 줄곧 _
배가 고플 때마다, 적어도 하루 세 번 이상은 언니 생각이 나.

시간이 무척 많이 지나고, 우리는 처참하리만치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나이를 먹은 느낌이 들었다. J
의 눈 옆으로 주름이 지고 예전과 다름없이, 동공이 풀린 채로 나체가 되어 가던 J
의 모습이 'One-O-Nine'
의 테이블 위로 허물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눈앞의 J
와 겹쳐진다 _ 
그 사이를 타인이 끼어들었을 때, J
와 나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하려면 시간이 모자라 _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거 같은 느낌 _

J
의 입안으로 나체의 복어회가 들어간다.
 
관계란 그런 거야. 그 사이를 메울 말이 없고, 그 말을 할 시간이 아깝고 모자랄 만큼 _
터무니없이 _
지금껏 익은 대로 서로에게 반응하며 굳어져 있는 _  
사이, 그런 거야. 

아무도 우리의 과거를 모를 거라는 가정하에, 
우리가 만나는 거야.

J _ 

사람들만 익어가고,
우리는 익지 않을 거야. 

그러길 바라, 언니.

J _

앙상하게 뻗은 조명 틈 _ 
J
가 선택한 단어가 모공처럼
촘촘하게 J
와 나 사이에 들어찬다. 

세상은 J
와 나 사이를 매듭짓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고, 
J
와 나는 파랗게 익어만 갔다.
내 몸에 나 있던 반점처럼, 마치 아주 오랜 기억이라도 되는 양,
내 앞에 앉아 있는 J
의 과거 모습이 'One-O-Nine' 의 공기를 지나 내 입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걸 뱉어내기 위해 오늘의
J
를 만난다.

내가 망쳐버린 J
가 태연하게 저녁을 먹고 있다, 내 앞에서, 나는 그 모습을 보며, J
에게 말한다.

갈 곳 없는 사람들만이 이별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거야.

우리는 결코 울지 않았어.
우리는 결코 울지 않고,
그곳을 도망쳤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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