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19

from Reset 2011. 8. 15. 04:14
모두 학대받고 있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눈을 뜬다, 당신이 내게 말한다, 나는 검은색의 핑크빛 레이스가 들어 있는 란제리를 입고 있다. 지난밤 나는 당신에게 J와 케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당신은 등 뒤에 나 있는, 나의, 푸른 반점 _ 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눌렀다, 나는, 아파, 라고 당신에게 말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목이 말라, 에비앙의 뚜껑을 연다, 물을 마시자, 목 안에 무언가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치 J가 케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혀가, 구토물, 로 범벅이 된 케이의 입으로, 엑스를 밀어 넣어 주는 것을 바라보는 있는 것처럼, 잘 잤어? 당신이 말한다, 응, 내가 말하고, TV 에서 나오고 있는 NEWS 를 들으며, 당신은 크리스털 마운틴을 드립한다, 그러면 늘 당신에게는 시고 단, 맛의 향이 난다, 그리고 나는 귀가 가려워진다. TV 에서는 누군가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누구? 학대받고 있다니 무슨 말이야? 나는, 바스 가운을 입으며, 당신이 건네어 준 머그잔을 들고 자리에 앉는다. NEWS 말이야, 자살 NEWS, 모두 학대받고 있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당신을 바라본다. 학대, 이상한 섬에서의 사내, 그리고 내 앞에, 언제나 서 있을 것 같은, J의 모습이 그 위에 겹쳐진다, 내게 나타난다.

상상할 수 없게 만드니까, NEWS 가 하는 일은 그런 거야. 직접 보지 않은 것을 상상할 수는 없어. 우리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지, WERTHER EFFECT, 자살 NEWS 가 나오는 횟수에 비례해서, 사람들은 더 자살에 취약해지는 구조인 거야. 왜냐하면, NEWS 가 고통을 전달해 주지는 않거든.

사람들은 고통을 좋아하지 않는다. NEWS 는 결코 고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고통을 전달하는 NEWS 가 있다면, 금세 폭동이 일어나든지, 누구도 그런 NEWS 를 전달해 주는 매체와는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 NEWS 는 누가 얼마나 많이 보느냐로 값어치가 매겨진다. 그 값어치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그 수익으로 NEWS 를 생산하는 매체가 유지된다. 사람들은 자신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고통을 목격하게 되면, 분노하든지 무력해지든지, 도망치고 만다, 그래서 적당한 양의 정보만 흘려주는 것이다, 라고 당신이 말한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왜 이른 아침에 당신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TV 를 끈다. 그런 나를 당신이 바라본다. 재미없는 이야기지? 그럼, 내가 말한다. 딱 그때뿐이었다, 그렇지, 세상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을 뿐이야,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구경꾼이야. 사실은 구경꾼들이 돌멩이를 던지는 거지. 어느 쪽이 맞게 될까? _ 우리는.

몸을 더 묻고, 앉은 자리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당신에게서 나는 향이, 내게도 나는 것 같다, 그러자 물기 하나 없는 바스 가운 안으로, 내가, 꼭 숨어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당신의 그늘. 나는 일어나서 옷을 벗는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네가 고통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 상상하게 되는 거야. 
이를테면, 누군가 네 앞에서, 죽고 싶어, 라고 말하게 될 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를 열심히 상상하지 않는다면, 너도 안전해질 수 없다는 뜻이야. NEWS 는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 우리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니면 구경꾼일 뿐이야. 구경꾼으로밖에 살 수 없다는 건 학대받고 있다는 거야. 그러면 
다른 세상에 갈 수 없어. 무슨 말이야?
귀가 가려워진다, 당신이 내게 말한다. 당신은 쉬지 않고 내 몸에 나 있는 푸른 반점을, 마치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입술로 누른다. 당신의 체액, 시고 단맛의 향, 그리고 당신의 언어가 내 안에 스며든다. 마치 J가 케이를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혀로, 구토물이 범벅된 케이의 입으로, 엑스를 밀어 넣어주고 있는 것처럼, 당신의 침이 나의 푸른 반점에 맺힌다.

그런데 당신도 알고 있었을까? 정말, 
당신이 나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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