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e Novel #20

from Reset 2011. 9. 3. 03:12
방 안, 이상한 섬의 사내가 내게 다가온다. 나는 엎드려 LES MISERABLES 을 읽고 있다, 몸을 추스르며 벽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내게 다가오는 사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사내는 이상한 것을 내게 먹인다, 그리고 나에게 나쁜 짓을 한다. 나는 옆구리와 배가 타버릴 것 같다. 숨이 막힌다. 도망칠 수 없다. 이건 모두 내 잘못이다. 나는 사내에게 복종하는 것을 배운다. 무엇이든 사내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사내의, 나를 향한 폭력이 멈출 수 있다, 일시적으로, 나를 향한 사내의 폭력을 멈추는 길은, 단지 내가, 사내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나는 살기 위해, 폭력은 죽음에 이르지 못하는 고통이므로, 사내가 내게 왜 폭력을 행사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사내의 폭력을 멈추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생각하지 않고 복종해야 한다. 나는 감정이 없는, 때로는 사내가 원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못생긴 인형이다. 그리고 나쁜 짓을 잘 견딜 수 있는 생물이 된다, 이상하게도, 그건 머리가 좋은 홈리스는 (잘) 살아갈 수 없는 것과 같이, 내 몸에는 알 수 없는 푸른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몹쓸 병에 걸린 사람처럼, 가끔 푸른 반점이 석양에 반짝이는 것을 사내가 바라본다, 나는, 철저히 사내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나 아닌 '나'가 된다. 그렇게 사내의 인격을 닮아간다.

J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이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인생을 결정짓게 될 거야, 사내의, 푸른 반점을 몸에 가지고 있는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그 순간 그 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가 중요했고, J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J가 너무 싫었다, 나를 알고 있는 J가 싫었다.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푸른 방, 나는 엉덩이가 드러나게 엎드려 있고, 종아리를 하얀 침대 시트가 감싸고 있다. 당신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LES MISERABLES 을 읽고 있다, Cosette, 이런 푸른 방, 몇 해 동안, 나는, 푸른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낡은 카메라를 목이 걸고, 온전히 땅을 바라보기보다는 하늘만을 보며 걸었다. 이상한 섬에서의 사내와, 끔찍한 하루를 보내고는 했던, 그 바다 빛과 같은 하늘을 고개 들어 보며, 필름에 담았다. 나는 점점 LES MISERABLES 의 책 속으로 코를 빠트린다, 내가 싫어진다. 

그러자 당신이 내 옆에 눕는다. 내 귀를 혀로 한번 맛본 뒤, 

지금 네 모습은 네 아픔을 숨기기 위한 무엇이겠지?
당신이 내게 말한다.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낙하하는 것, 네가 해야 할 일이야.
당신이 내게 말한다.

당신도 어느 때, 사내가 했던 나쁜 짓을 내게 한다. 나는 망가진 턴테이블처럼 이상한 섬, 사내, 바다, 푸른, 하늘과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재생한다, 마치 고장 난 레코드의 쇳소리처럼, (I LIKE NOISE), 당신이 나의 푸른 반점을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듯이 혀로 건드릴 때마다, 내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들을 뱉어낸다. 가령 사랑한다, 거나.

그리고 사내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것처럼, (때리지 마, 하라는 대로 할게), 당신의 품으로 들어간다.

J? 

, 나는, 맨션에서 엑스를 나 몰래 먹고 있는 네 모습을 볼 때마다, 저걸 가지고 이상한 섬으로 가서, 그 사내에게 사정없이 모두, 마음껏 먹이고 나서, 사내가 밤새 구토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알고 있었을까? 이상하지?
당신의 품속, J에 대한 생각. 

상처(trauma)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야. 
내가 마음속으로 이야기하자, (맨션에 있던), J가 나와 동시에 말하기 시작한다.
상처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거야.

그래서 잠 못 이루는 날도 늘어나고, 작은 일에 화내고 짜증 내는 거야, 자신을 미워하고, 다른 사람을 그와 거의 같은 정도로 미워하기도 하고, 자신을 미워하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그걸 잊으려고 무슨 일이든지 벌이기도 하지. 결국은 쌓여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지 못하면, 그 에너지에 압도당해서, 자신을 망치게 되는 거야.
내가 말한다. 
알겠지? 나는 '너'가 아니야. 너도 '나'는 아니야.
그 상태로 저만치 가는 거야.

나는 J에게서, 나 아닌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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