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ert

from 글쓰기 2009. 8. 22. 00:04

첫 과제는 사막에 관한 내용을 촬영해 오는 것이었어, 나는 저 사진을 가지고 갔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막에 대한 내용을 차례로 나가서 발표를 했어, 파란 하늘과 황토색의 모래가 반짝이는 무수한 사진들을 나는 그 시간에 보았어, 낙타도 오아시스도, 깡마른 어린 아이의 모습도 차도르를 쓴 여인의 모습도, (보았어), 나는 저 사진을 가지고 나가서 발표했지, 나의 사막은 저것이에요, 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비웃기 시작했어, 저런 것은 사막 같은 것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어, 나의 사막은 저것이에요, 라고 나는 한 번 더 이야기했지, 그런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도 말할 수 없었어. 사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슨 말도 할 수 없어,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 얼마나 메마르고 건조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어, 그리고 당신도 그런 나를 알아채지 못했어. 이후로 학교를 그만두었어. 어떻게 들어간 학교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 뒤로 난 더 짙은 사막이 되어 갔어. 까만 방에 숨어서 기침을 하고 한기에 오들오들 떨면서 당신이 가져다주는 책과 음식과 사탕을 오물거리면서 쓸모없어져 갔어, 그런 나에게 당신은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 "지금은 아파도 괜찮아, 네 그 마음을 가지고도 아파하지 않는다면 너는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라, 아파해도 괜찮아, 지금은 그렇게 해도 괜찮아. 세상에는 어떻게 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어, 너 같은 애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그렇지만 네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알겠니?" 당신은 그날 저 사진을 내 코앞까지 내밀어 보였다. "네 사막은 이것인 거야." 그리고 나는 더 크게 기침을 하고 한기에 더 오들오들 떨면서 당신의 셔츠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지금은 떠나지 마. 곧 끝날 거야,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 나의 사막은 저것이야. 그리고 당신은 내 치마를 내렸고, 그 뒤로 사막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게 되어 버렸다.

2009/04/22 - [어떤 날] - A blue de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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